허대영 시조시인, 제1회 곽영기 시조문학상의 의미와 강원의 문화 토양

2026년 9월, 강원의 시조문학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강원시조시인대회에서 허대영 시조시인이 제1회 곽영기 시조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십 년간 평문과 시조를 넘나들며 지역 언어와 정서를 치밀히 녹여온 허 시인의 이번 수상은 단순히 한 작가의 업적에 머물지 않는다. 곽영기 시조문학상은 강원지역 시조문학의 뿌리를 재확인하고, 당대 시조의 확장과 계승을 도모한다는 가운데 더욱 각별한 의미가 있다. 곽영기 선생은 강원도 원주를 중심으로 근현대 시조의 르네상스를 주도한 인물로 평가 받으며, 평생을 시조 교육과 작품 활동에 헌신했다. 곽 선생의 정신을 기리는 이 상의 첫 수상으로 허대영 시인이 선정된 것엔 현 시조문단과 지역문학계의 공감 및 다양성이 배여 있다.

강원지역은 유독 ‘향토성’과 ‘정직한 언어’가 문학에서 높이 평가되는 토양이다. 이 속에서 허대영 시인은 실존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농촌의 풍경, 사계의 변화, 세대 간의 갈등과 화해 등 우리 사회가 품은 본질적 문제들과 인간 군상의 감정을 시조 언어에 담아왔다. 특히 2020년대 이후, 지역출신 작가의 작품성에 대한 전국적 주목이 재차 높아진 모습은 문단의 일대 흐름 변화와 맞닿아 있다.

과거 시조는 고전문학의 영역, 혹은 ‘전통’이라는 울타리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허대영 시인은 이러한 한계를 꾸준히 넘어 문학의 동시대성, 일상성, 그리고 시민들의 고민을 시조로 새롭게 해석하는 길에 집중했다. 그는 창작집 ‘깊은산 호랑이’, ‘나무와 나의 대화’를 통해 자신만의 온도와 리듬, 그리고 무엇보다 인물 중심의 서사를 보여줬다. 시조의 정형성 안에서 매번 새로운 감각의 이미지를 불러오며, 사물에 대한 응시가 곧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곽영기 시조문학상이 추구한 ‘현재를 살아가는 시인의 모범’이라는 원칙이 선명히 구현된다.

이번 수상은 지역 어르신들의 숙원과 젊은 문학인들의 기대를 교차시키고 있다. 실제로 강원시조시인대회 현장에서 확인된 지역민과 문단 중진들의 반응은 ‘한 인간의 뚜렷한 삶과 문학’이 어떻게 고향과 이웃의 이야기로 확장되는지 보여준다. 허대영 시인의 작품은 어느 한 개인의 특수한 이야기 같지만, 의외로 우리의 소리이자 마음이다. 시적 자각에서 비롯된 공감의 힘은 강원이라는 장소성을 벗어나 전국 각지의 독자, 심지어 해외 한글문학계까지 뻗어간다.

지난 몇 년, 시조문학을 둘러싼 담론 공간이 확대되면서 독자층도 변화했다. 젊은 세대와 이주민, 타지 출신 독자와의 접점이 늘어난 배경에는 전화, SNS, 온라인 독서모임 등 매체의 변화와 민간 차원의 시조 교육이 있다. 허대영 시인의 메시지는 디지털 시대의 피로, 지역 간 불평등, 기후위기 등 복잡한 사회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일례로 ‘들녘을 걷는 어머니’를 서술하는 시조 한편에서도, 기성세대와 후손이 겪는 간극과 화해의 여정, 실존적 외로움이 배경 음악처럼 흐른다. 이러한 작품 세계가 국민 정서와 맞닿는 순간이야말로, 문학상이 단순한 상징을 넘어선 의미를 갖는다.

곽영기 시조문학상이 신설된 사연 또한 한국 문학 운영의 배경을 짚게 한다. 강원 지역은 중앙 중심 문화구조에서 상대적 소외를 경험했고, 문화예산·행정·문학인 지원의 한계 속에서 자생적으로 시조 계승운동을 펼쳐왔다. 곽영기 선생을 기억하는 원로들과 지역 문학 단체들은 “지역의 자긍심은 결국 이야기와 언어에서부터 비롯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해왔다. 이번 허대영 시인의 수상을 계기로 지역 내외 문학계가 세대·지역·장르를 넘어서 협력의 길을 찾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이번 발표는 최근 지속되어온 문학상 선정의 공정성, 지역 안배 논란, 그리고 지방 문단 내 권력구조 등의 이슈도 되짚어보게 만든다. 전국 단위 문학계와 수도권 중심 평론계가 여전히 강원 출신 작가를 ‘주목할 만한 예외’로만 호명하는 한계는 완전히 극복되지 않았다. 그러나 허대영 시인의 이번 수상을 계기로, 시조 장르의 대중적 확장 가능성과 지역문학의 위상이 높아질 흐름도 감지된다. 문학상은 결국 오늘의 독자들이 어떤 언어를 공명하며 살아가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그 공명의 현장에 충실한 답을 보여준 시인과 주최 측, 심사위원 모두에게 이번 상이 던진 질문은 크고 깊다.

더불어, 포스트코로나 시대 이후 ‘삶의 서사’가 다시금 주목받는 현상과 함께 전통 장르의 유연한 변화 가능성을 재차 점검해야 할 때다. 허대영 시조시인은 자신의 체험과 관찰을 근간으로 시조의 보폭을 넓혀왔다. 넓은 들, 깊은 강, 계절의 흐름, 가족과 이웃의 이야기는 2026년 지금에도 여전히 새롭다. 그 언어는 결국, 강원 안팎 독자 모두의 내면에 오래도록 남아 스스로를 돌아보고 타자의 삶을 이해하게 하는 화음이 된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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