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한복’ 논란… 경북 관광 콘텐츠, 경계 없는 문화 디자인의 맹점과 소비자 민감도

경상북도관광공사에서 최근 선보인 전광판 광고 콘텐츠에 ‘China 한복’이라는 문구와 함께 중국 복식 이미지가 삽입된 사실이 알려지며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전광판은 경북의 다채로운 전통과 관광지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되었지만, 한복 대신 중국의 한푸 스타일이 강조된 일러스트를 사용하면서 문화적 왜곡 논쟁에 불을 지폈다. 지역 관광 마케팅에서 국적성과 정체성, 그리고 글로벌 트렌드의 조화가 어떻게 소비자 심리와 직결되는지 그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전광판 광고가 포착된 장소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여행 코스로 자리 잡은 구미역, 경주, 포항 등 경북 주요 도심.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빠르게 해당 이미지와 동영상이 확산됐고, 국내외 누리꾼들은 즉각적으로 비판과 우려, 실소 어린 반응을 쏟아냈다. 독립적 패션과 디자인 트렌드를 선호하는 MZ세대는 물론, 전통 자부심이 뚜렷한 장년층까지도 ‘국가의 상징이자 문화유산인 한복이 왜 중국 전통의상처럼 각색됐느냐’는 문제 의식을 공유했다.

트렌드 분석을 해 보면, 단순한 영상 한 컷의 실수가 결코 아니다. 지난 몇 년간 글로벌 마케팅 현장에서는 크리에이티브를 명분으로 하는 국경 없는 디자인이 사랑받아왔다. 서로의 문화 요소를 자유롭게 ‘믹스 앤 매치’하는 전략은 주로 ‘융합’·‘공유경제’와 연결됐고, 지구촌 소비자들은 ‘오리지널리티’보다는 ‘홀리즘’에 더 큰 호감을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결코 모든 영역에 이 공식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특히 국가 정체성과 관련된 패션, 복식, 음식 등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에서의 혼종화는 언제나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켜 왔다. 2021년 중국에서의 ‘한복공정’ 논란, 2024년 한복의 세계문화유산 지정 과정에서 불거진 중국 측의 이견 등은 이미 소비자 인식에 깊이 각인돼 있다.

이번 ‘China 한복’ 논란은 더더욱 흥미롭다. 그 자체로 관광 콘텐츠가 상품이자, 수많은 SNS 채널을 통해 실시간 재생산되는 요즘, 소비자들은 브랜드 스토리와 시각적 디테일에 엄청난 민감도를 보인다. 한복에 대한 프라이드, 혹은 문화적 자긍심은 브랜드나 지자체의 메시지 설계에 있어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임을 이번 사건은 여실히 증명한다. 더욱이, 최신 국내 소비행태 통계에서는 국내외 여행객 모두가 현지 컬처와 로컬리티에 강한 의미를 부여한다는 조사 결과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국산 과자가 ‘K-snack’으로, 한류 패션이 ‘K-style’로 세계 무대를 압도하는 이 시대에, 콘텐츠 설계자가 디테일을 간과하면 즉각적 역풍을 맞는 셈이다.

경북 관광공사는 ‘디자이너 측 실수’라는 해명과 함께 해당 이미지를 삭제하고 사과에 나섰지만, 여론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고 있다. 이 사안의 본질은 단순히 미적 실수나 확인 부족에 머물지 않는다. 크리에이티브 산업, 특히 로컬의 라이프스타일 및 관광 마케팅 분야에서 ‘문화적 맥락에 대한 공감 능력’과 ‘디테일에 깃든 상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날카롭게 각인시키는 계기다.

피상적으로 보면 해외 관광객을 염두에 둔 콘텐츠에 글로벌 감성을 더했다는 점을 내세울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누가, 무엇을, 누구에게’ 전달하는지의 디테일이 전부다. 자신과 집단의 미묘한 자긍심, 사소해 보일 수 있으나 깊은 ‘브랜드 인게이지먼트’의 근간을 이루는 감정선은 바로 이런 상징적 요소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2026년 상반기 주요 국내외 트렌드 키워드 중에도 ‘로컬 아이덴티티’와 ‘명확한 오리지널리티’가 상위권을 점유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문화 관광산업이 감성·감각적 트렌드만 좇을 것이 아니라, 디테일 속 정체성과 소비자 감정의 결을 이해하는 능력이 필수임을 시사한다. SNS 바이럴, 대중문화의 크로스오버, 하이브리드 패션 캠페인 등에서 두드러진 글로벌 스타일링의 자유로움도 좋은 콘텐츠 설계에는 ‘로컬의 맥락성과 정체성 보존’이라는 고전적 가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K-패션’이나 ‘K-라이프스타일’이 세계를 사로잡는 이유 역시 결국 그 안에 녹아든 깊고 단단한 로컬리티에서 비롯된다. 경북관광공사의 이번 실수가 여행업계 전반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감각과 세련됨, 트렌디함에 집착할 때도 반드시, 그 시작점에는 “진짜 우리만의 것”에 대한 섬세한 경계와 존중이 필요하다는 것. 그 작은 차이가 소비자와 브랜드의 거리를 가깝게 혹은 멀게 만든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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