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의 맛, 남구가족센터 ‘다정한 식탁’이 불러온 작은 변화
울산 남구가족센터가 2026년 하반기를 맞아 다문화가정의 식문화를 지원하는 ‘다정한 식탁’ 프로젝트를 운영해 눈길을 끈다. ‘다정한 식탁’은 전형적인 다문화 정책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가족 모두가 함께 어울려 밥을 나누는 경험에 중점을 둔 실험적인 프로그램으로, 울산의 주민들이 모여 진짜 ‘함께 먹는’ 가치를 재해석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지역 내 다문화 인구 유입과 젊은 세대의 변화된 가족 형태, 그리고 ‘식탁을 같이 쓰는 것’에 담긴 관계의 의미에 대해 사회 곳곳의 시선이 달라지는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음식 제공을 넘어 서로 다른 문화권 출신 가족이 직접 요리하고, 레시피를 공유하며, 자녀에게 모국의 식문화를 자연스럽게 전수하는 데 중점을 둔다. 주최 측은 “한국에 뿌리 내린 다문화 가족이 자연스럽게 자기 고유의 삶을 누리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밝히며, ‘한국 문화에 적응하라’는 일방향적 태도 대신, 상호 존중과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 최근 유사한 시도가 늘고 있지만, 남구가족센터처럼 ‘가족 내 다정함과 지역 커뮤니티 속 따뜻함’을 실제적으로 이어주는 케이스는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 참여 가족들은 “예전엔 요리 이름도 몰랐던 남편이나 아이가 자기 음식에 관심 갖고 함께 만들며 웃는 모습에 감동 받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완전히 새로운 문화를 배운다기보다, 서로의 방식으로 익숙하고 안전한 식탁을 차려가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시도 뒤에는 한국 사회 특유의 ‘밥상 문화’에 대한 재조명도 있다. 과거엔 혈연·지연 중심의 가족이 식탁을 장악했지만, 현대의 울산은 시민 10명 중 1~2명꼴이 다문화 배경을 갖거나 주변에서 영향을 받는다. 전국적으로 보면 2026년 현재 다문화가정 인구는 150만 명을 넘어섰다. 식문화 차이는 때로 엄마와 아이, 혹은 부부 사이의 실금 없는 벽처럼도 작동한다. 밥상에 올려진 ‘낯선 반찬’은 소외감의 상징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한식과 외국식 조리법이 한 그릇에 어우러지는 진짜 ‘가정식’의 출발점이 된다. 울산 남구가족센터는 이 균열 대신 ‘다정함’을 선택했다. 식품과 공간, 그리고 경험이 결합된 새로운 가족의 모습이 자라나는 중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다양한 지역에서 진행 중인 유사 프로그램의 흐름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 수원 등 대도시에서는 주로 키오스크 활용, 밀키트 배포, SNS 레시피 클래스 활용 등 ‘비대면 식문화 교류’가 대세로 떠올랐다. 반면 울산 프로그램의 로컬스러운 매력은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함께 조리·식사하는 ‘오프라인’에 있다. 지역 색채가 강한 만큼, 이 경험들이 남기는 잔상도 다르다. 서울에선 편리함과 트렌디함 위주로 가는 대신, 울산은 손맛과 정(情)이 강조되는 셈이다. 식문화 트렌드 관점에서 볼 때, 팬데믹 기간 이후 가족과 식사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가운데, 물리적 식탁을 매개로 ‘먹는 경험’이 재해석되는 흐름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다문화가정 당사자와 일반 시민 사이에서 생기는 미세한 경계가 ‘식탁 앞’에서는 유연해진다. 결혼이주여성, 이민가정 자녀, 이주자 남편 모두가 자신의 음식을 자기 언어로 설명하거나, 반대로 한국 음식을 배우며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 이 그림에서 보여지는 감정은 ‘더불어 사는 맛’ 그 자체다. 무엇을 먹느냐에서 어떻게 나누느냐로 중심이 이동한다. 소비자들은 이제 ‘푸드 인클루전’에 자연스레 익숙해진 모습이다. 지난 2년간 폭증한 이색 식재료의 소매점 매출과, SNS에서 다문화 레시피가 화제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소비 트렌드는 결국 사회 심리와 밀접하게 움직인다. 울산의 이 조용한 실험이 전국적으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다.
남구가족센터의 또다른 강점은 ‘수용의 남김 없이 이어지는 태도’다. 여기서의 밥상은 초대와 배려로 작동한다. 이 과정에 참여한 시민들은 식탁에서만큼은 서로의 편견이나 다른 점을 지워내기보다,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말한다. 나와 너 사이에 있던 장벽을 별다른 언어 없이도 적셔주고 녹여주는 것이 ‘먹는 경험’이라는 점, 그리고 이 감각적 경험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사회 통합의 열쇠라는 점은, 라이프스타일 기자의 시각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다정한 식탁’은 단순한 캠페인이 아닌 장기적 사회 트렌드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가족의 정의가 더 넓게 확장되고, 안전한 식탁에서 출발한 ‘정체성 인정’이 어떻게 한국 사회의 새로운 소비와 관계, 그리고 트렌드 생성의 이정표가 되는지를 남구에서부터 조용히 드러낸다. 울산의 이 작은 식탁이 남긴 울림이 먼 곳까지 닿길 기대한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