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 라움, ‘J패션’ 차트 인: 日 디자이너와 함께 그리는 새로운 여성 패션 지형
새 시즌에 들어서며 국내 패션 신이 확실히 들썩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LF의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라움(RAUM)이 있다. 이번에 라움이 주목한 건 다름 아닌 일본(Japan)의 감성 넘치는 여성 디자이너 브랜드들. 이미 오랜 시간 트렌드와 컨템포러리 시장의 교차점에서 예리함을 뽐내온 J패션. 그런데 왜 지금, 왜 라움이 J패션을 본격적으로 들여온 걸까?
먼저, 라움은 이번 F/W 시즌 처음으로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를 발굴·육성하는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기존 수입 브랜드/국내 브랜드 조합을 넘어서, 일본을 대표하는 디자이너의 개성 만점 컬렉션을 단독 소싱해 소개하는 것. 이 브랜드들은 아래로 흐르는 플리츠, 미니멀하면서 기발한 레이어링, 볼드한 텍스처 감각이 살아 있다. 오히려 국내 여성복 메이저와 달리, 확실한 취향과 마니아층을 겨냥한 독립적 DNA가 진하게 느껴지는 게 특징. 최근 몇 년간 국내 패션 시장에서 일본식 아이덴티티가 오히려 신선한 클래식으로 재해석되고 있다는 점을 콕 짚었다.
진짜 흥미로운 건, 라움이 선택한 브랜드 라인업의 전략이다. 단순히 “유행하는 아이템” 나열에 그치지 않고, 각각이 지닌 아트웍과 스토리를 큐레이션해 도입했다. 예를 들어, 고마네스(KOMANES), 니코앤드(niko and…), 요노하(YONOHA) 같은 브랜드는 이미 도쿄 거리에서 젊은 여성들이 사랑하는 브랜드. 이번 라움 기획전에선 각 브랜드 고유의 실루엣과 소재, 일본 특유의 컬러 사용까지 하나하나 소재별・테마별로 집중 조명했다.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 자체를 하나의 단일 이미지만이 아니라, 각각의 다채로운 레이어와 멋을 살아 움직이듯 구성한 셈이다.
이번 기획의 시장적 의미도 힙하다. 코로나19 이후 K패션, Y2K 열풍, 90년대 미니멀리즘 회귀, 퍼스널 스타일 강조 등 글로벌 패션 트렌드가 여기저기서 오버랩되는 요즘, 일본 패션은 또렷이 구분되는 “진짜 취향”의 플로우로 각광받아왔다. 특히 한국의 MZ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선, 좀 더 ‘차분하지만 위트있는’, 겹겹이 쌓인 감성의 레이어링 패션이 뜨는 중. 라움 측에서는 팬데믹 이후 더 깊어진 자기 취향 소비에 기민하게 반응해 나간다. ‘한정수량’ ‘오직 이곳에서만’ 같은 희소 가치도 챙기면서, ‘누구나 따라할 수 없는’ 완성도 높은 스타일 아이템을 타깃으로 삼았다.
독자적 큐레이션을 내세운 라움의 도전은 브랜드 발굴→공간 연출→스토리텔링까지 3단 전략. 매장 공간은 단순 디스플레이를 넘어 브랜드별 룩북, 일본 디자이너 인터뷰 자료, 소재 개발 과정 등까지 입체적으로 구성했다. ‘이 공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색다름’, 오늘 입은 분위기가 내일은 또 달라지는 새로움이 곳곳에 숨어 있다. 기존 브랜드 ‘카피’에만 그치던 과거 일본 패션 수입과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 트렌드를 리딩하는 ‘무드 메이커’로서 라움이 가진 자신감이 보인다.
사실 시장 전체로 보면,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의 국내 유입은 2010년대 초반 한 차례 열풍 이후 최근까지는 조심스러웠다. 한일 관계, 라이선스 이슈, 소비자 정서 등 복합적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3년간 인플루언서 중심으로 재급부상하던 J패션 열기가 이제 편집숍 단위에서 본격적으로 터지는 모양새다. 특히 세련되게 ‘취향 저격’하는 디자이너 브랜드 중심의 수입, 그리고 독보적 스토리+퀄리티 마케팅은 확실히 시장 판을 바꾸는 중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번 라움의 행보가 단발성 ’초대전’에 그치지 않고, 아예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 데뷔의 한국 플랫폼’으로 자리잡고자 한다는 것. 브랜드 육성, 국내 고객 데이터 수집, 단독 협업 등 다방면 투자가 이어질 예정.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이제는 취향 소구형 패션 큐레이션이 대세’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물론 일본 브랜드만이 해낼 수 있는 그 미묘한 감성, 세부적인 스타일, 그리고 신뢰도 높은 소재 완성도를 그대로 들여오는 것이 관건이다. 실패 사례도 많았기에, 얼마나 꾸준히 브랜딩&큐레이션으로 임팩트를 줄 수 있는지 가능성에 눈길이 쏠린다.
오랜만에 국내 시장에서 일본 컨템포러리 디자이너의 새로운 바람이 감지된다. 과연 한국 패션 소비자들은 라움이 제안하는 새로운 ‘J패션’을 또 하나의 소장가치, 혹은 내 취향을 넓히는 재미로 받아들일지 기대되는 시점이다. 여기서 브랜드 간 경쟁 구도가 아닌 각기 다른 개성의 발견, 독특한 무드 전달이 이어질 때, 진짜 ‘차세대 패션 편집숍’으로 도약할 수 있다. 올 가을, 라움이 들여오는 ‘생활 속 아트워크’ 같은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 컬렉션에 여러분의 시선이 머물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 오라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