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쿠르상, ‘AI 표절’ 논란에 내던져진 문학의 밤
파리의 낡은 도서관, 고서의 먼 내음과 종이 위를 흐르는 시간을 사랑했던 사람들이 올가을을 맞이해 마주한 소식은 다소 충격적이다. 2026년 프랑스의 권위있는 공쿠르상이 ‘AI 작성·표절 의혹’에 휩싸인 소설 후보를 전격적으로 제외했다. 정통 문학의 길을 굳건히 지켜오던 이 상에서 전례 없는 결정이 내려진 배경에는, 인공지능이 창작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았다는 신호, 그리고 인간이 글쓰기를 보는 방식이 변곡점에 다다랐다는 신호가 있다.
해당 후보 작품은 출간 당시부터 AI의 참여 사실에 대한 뚜렷한 언급이 부족했다. 일부 문장들에선 독특하게 어색한 구조와 뚜렷한 아이러니가 감지되어 문단 내외에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문학평론가들은 열띤 분석에 나섰고, 프랑스 내 주요 언론과 해외 문화 전문지까지도 사안의 심각성에 귀를 기울였다. 표절 검사 시스템과 AI 텍스트 분석 프로그램이 동원됐고, 고전 및 현행 작품과의 유사성이 여러 차례 제기된 끝에, 심사위원단은 결국 해당 작품의 후보 자격을 박탈키로 했다.
그 밤, 심사위원장이 밝힌 성명은 짧았지만 감정이 두텁게 배어 있었다. “문학은 인간만이 무게 지울 수 있는 깃털 같은 것, AI의 글은 아직은 스쳐 지나가는 바람일 뿐.” 시대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었던 문학상이 이처럼 인공지능의 새 그림자에 맞서 뜻을 세운 적은 흔치 않은 일이다. 오랜 역사를 거치며 인간의 눈물과 환호, 고독과 승리조차 모두 그려왔던 문학의 시간 앞에, 기계가 쓴 문장은 과연 어떤 자격을 가지는가.
사실 AI 창작 논란은 수년 전부터 잔물결처럼 문학계를 흔들었다. 미국, 일본 등 세계 곳곳에서 AI가 생성한 소설, 시, 심지어 평론까지 문학 시장에 투입됐다. 독자들은 첨단 기술이 선사하는 새로운 실험에 환호하는 동시에, ‘무엇이 창작인가’ ‘영혼이 담긴 글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현장 작가들은 불안과 기대, 그리고 경계심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문학의 방향을 점검했지만, 이번 공쿠르상 사태는 그 질문이 더이상 방관할 수 없는 세계로 넘어왔음을 보여준다.
문학계 내부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전통적 문학 수호자들은 AI의 참여 자체를 창작의 본질 훼손이라 규정했고, 젊은 세대 평론가들은 협업이나 새로운 언어 실험의 활로로 보기도 했다. 표절에 대한 논의는 이미 우리 시대 창작자 모두의 무거운 짐이었으나, AI가 개입하는 순간 그 풍경은 급속히 복잡해졌다. 기계는 정보의 재생산자일 뿐이라지만, 빠르게 진보하는 생성형 AI는 이젠 인간을 흉내내는 단계를 넘어 자기만의 서사를 만들어내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한편 일반 독자 또한 점차 혼란을 호소하며, 자신들이 읽고 있는 문장이 작가의 영혼으로 빚어진 것인지 아니면 알고리즘의 조합인지에 대한 신뢰의 기준도 점점 흐려지고 있다.
문학상 운영진의 결단은 엄밀히 말해 상징적인 방어막이다. 이 방어막이 영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인간 고유의 허기와 의심, 사랑과 분노, 그 오랜 감정의 눈물까지 모두 담은 책장을 여는 마음을 잠시나마 붙들겠다는 집단적 의지의 표명이다. 기술 앞에서 두려움과 환영을 동시에 느끼는 우리는,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처음으로 문학이라는 별세계의 소중함과 덧없음을 절실히 깨닫는지도 모른다.
공쿠르상의 이번 움직임에 전세계 문학상들이 화답하듯 각기 급박히 입장 정리에 나서고 있다. 영국 부커상은 “AI의 개입은 명확히 배제한다”는 방침을 내놓았고, 미국 전미도서상 역시 “창작의 인간성”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AI를 적극 활용한 독립 출판 운동과 웹 기반 실험 문학은 여전히 신선한 자극을 제공하고, 일부 독자들은 “오히려 인간보단 정직하다”는 반응까지 내놓고 있다. 극단과 가능성, 그리고 아직은 불완전한 신뢰의 지형 속에서, 문학과 기술은 때론 맞닿고 때론 어긋난다.
차가운 코드로 엮인 문장에서 우리를 움직이는 건 인간의 체온에 닿은 한줄의 문장, 작가가 자신의 비밀과 상처, 그리움을 숨긴 고백일 것이다. AI가 천 개의 책을 쓴다 해도, 그 안에 담기지 않는 고독은 어디선가 독자를 기다린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문학의 새 얼굴이 이미 이 문 앞에 와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차례로 문을 열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자신만의 진짜 이야기를 찾기 위한 긴 여행을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
진짜 창작자가 누구인지, 영감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그 해답을 쥐고 있는 이는 아직 오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인간이 내려놓은 작은 저항의 깃발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요히 책장을 넘기는 일뿐이다. 이야기는 계속된다.
— 정다인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