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비] ‘생활비는 아끼고 굿즈엔 지갑 연다’…1020세대 ‘요노 소비’ 인기
2026년의 일상은 이전과 다른 온도와 속도를 지닌다. 특히 요즘 10~20대 사이에서 두드러지는, 이른바 ‘요노 소비(요즘 노는 소비)’ 패턴이 그 변화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필수적인 생활비는 최대한 아끼면서도, 본인의 취향이나 소확행을 누릴 수 있는 굿즈, 한정판 아이템, 브랜드 협업 제품에는 누가 봐도 과감하다 싶게 지갑을 연다. 각종 브랜드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팝업 스토어와 몇 시간씩 줄을 서야 살 수 있는 한정 굿즈는 어느새 이 세대의 일상처럼 자리잡았다. 실제로 서울 이태원부터 합정, 연남동까지 일대의 팝업은 이른 아침부터 긴 인간 띠가 대로변을 따라 이어진다. 어떤 이는 준비된 굿즈가 다 팔리고도 허탈하게 빈 트레이만 바라보기도 한다. 그렇게 ‘한정’이 주는 설렘과 긴장, 수집의 즐거움 자체가 트렌드가 되었다. 생활 속 작은 기쁨과 자기 세계를 확실히 챙기는 이 소비의 감각에는, 타인의 시선을 넘어서 오롯이 자기만족에 집중하는 새로운 철학도 배어 있다.
이 변화에는 코로나19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팬데믹 기간 동안 직접적인 경험의 기회가 줄었고 SNS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새로운 것, 희소한 것에 대한 갈증이 맹렬하게 퍼졌다. 1020세대는 오히려 이런 외부적 제약 속에서 온라인 소통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고, 그 연장선에서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중심의 소비 형태가 성장했다. 단순히 쇼핑을 넘어 ‘한정’이라는 키워드 아래서 내 존재를 표명하고, 소속과 차별화를 동시에 경험한다. 한정판 굿즈에 줄 서고 온라인에서 교환·재거래하며 소중하게 인증까지 하는 자세, 그 하나하나에 요즘 세대만의 풍경이 담긴다.
“노는 데는 아낌없이 투자한다”는 말이 예전과는 결이 다르다. 이제는 물리적으로 많이 쓰는 소비보다는, 확실한 경험을 ‘콜렉트’하는 쪽에 가까워졌다. 예컨대, 카페 한 잔 커피 취향도 브랜드 협업 스티커나 컵홀더 하나로 완전히 달라진다. 소장할 수 있는 무언가를 받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설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실제 편의점, 프랜차이즈, 뷰티 브랜드 등이 잇달아 선보이는 한정 굿즈 프로모션은 매번 화제가 된다. 매장에서 줄이 길게 늘어서는 것 자체가 바이럴 현상이 되고, 기대감이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진다. 구체적으로는 카카오프렌즈, 스타벅스, 택시 앱의 귀여운 캐릭터 키링까지, 한정 판매 수량이나 기간이 정해지면 오히려 희소성에 더욱 가치가 부여된다.
이런 ‘요노’의 풍경 뒤에는 취업난·경제난을 겪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생활비를 아끼고 알뜰하게 사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에, 대조적으로 자신의 취향을 선택하는 데에는 그 어느 세대보다 신중하면서도 과감하다. 무조건 비싸고 화려한 것이 아니라 나만의 무드, 의미, 인증샷을 남길 수 있는 ‘특별함’을 따진다는 점에서 예전과 결이 다르다. 저물가 상품과 할인 쿠폰, 온라인 중고 마켓을 애용하는 모습과, ‘one and only’ 감반 굿즈를 집착하듯 수집하는 모습이 공존하는 시대다. 이 균형감각이야말로 1020 소비의 원동력이다.
흥미로운 점은 타인을 따라가던 과거와 달리, ‘내가 좋아서’ 하는 소비라는 데에 있다. SNS에는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해시태그가 넘쳐난다. 스스로의 취향을 좇고, 온전히 자신을 증명하는 행위로 소비가 바뀐 것이다. 브랜드 굿즈라는 기호를 통해 친구, 커뮤니티와 취향을 공유하면서 동시에 개성을 드러낸다. 이 상반된 욕구가 조화롭게 흘러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정 굿즈 열풍과 곁들여 ‘몇 번 쓰고 되팔기도 아깝지 않으면 사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자기 검열도 동반됐다. 필요 없는 물건은 온라인 마켓이나 당근마켓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되팔고, 경험의 소용돌이에서 오롯이 나만의 방식으로 가치를 창조해낸다. ‘실용성’과 ‘취향’을 모두 챙기는 기민함. 결국 요즘 1020세대의 소비는 ‘소비를 수집’하는 데에 집중한다. 살아가는 매 순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진짜로 선택하고, 매번 새로운 기쁨을 찾아내려는 그들의 감각이 오늘을 움직인다.
요노 소비의 이러한 흐름은 새로운 문화 공간, 마케팅, 나아가 우리 사회의 라이프스타일까지 바꿔놓고 있다. 나라 경제가 어렵고 지갑 열기가 신중해진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고 소중한 자기만의 세계와 취향을 선택하는 용기. 이를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와 연결되고, 나만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지갑을 여는 이유는 분명해진다. 트렌드는 곧 삶이고, 삶은 결국 누가 더 오래 즐겁게, 자신답게 살아내느냐에서 시작된다. 그것이 오늘날 1020세대가 보여주는 가장 솔직한 이야기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