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실경작 집착’ 비판, 농지 전수조사는 무엇을 드러내나
서울시장 오세훈이 최근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실거주’에 이어 ‘실경작’까지 집착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하는 입장을 내놨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농지 소유 및 이용실태 전수조사가 사회적 논란으로 번진 가운데, 오 시장의 발언은 정치권에서 농지 현안이 권력 감시의 주요 소재 중 하나임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공직자와 고위 인사의 농지 실경작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투명한 부동산 관리와 농업 고유성 수호에 필수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야권 및 일부 단체들은 현장 실경작이란 개념이 현실적으로 모호하며, 전수조사 강행이 정치적 목적을 띠지 않는지 의문시한다.
권력 집단의 농지 소유는 한동안 표면화되지 않은 신뢰 위기였다. 2024~2025년 부동산 시장의 연속된 불안정과 LH 투기 사태를 겪은 뒤, 정치권과 국민들 모두 농지 이용의 투명성을 중시하게 됐다. 그러나 ‘농업’과 ‘농지’의 본래 목적이 개인의 투기 수단 혹은 정치적 이슈로 악용되는 실태가 반복된 이유는 무엇인가. 제도적으로 보면 농지법상 농지는 원칙적으로 ‘경작 목적’일 때만 소유할 수 있으나, 실제로 문서상 이용자와 현장 경작자 사이 괴리가 시정되지 않았다. 농촌 고령화와 대리경작, 농지 은밀 매입 등 이면 구조는 수십 년간 정치·경제 엘리트층의 ‘회색지대’로 방치되어 왔다.
이번 전수조사가 가진 구조적 함정은 농지 경작의 실질 여부를 입증하는 기준 자체가 사회적 합의 없이 행정적 집행에 위임되고 있다는 데 있다. 경작행위의 정의는 농지유지의 규범과 현실 경제활동 사이에서 항상 진자처럼 흔들린다. 이 지점에서 오세훈 시장의 ‘실경작 집착’ 비판은 두 집단의 갈등 단면을 보여준다. 오 시장은 “정책 실현보다 이미지 관리에 치우친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여권은 “모순된 이중잣대”라며 맞서고 있다. 양측 모두 지지층 내부 결집 효과를 노리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본질적으로 핵심은 ‘공적책임의 경계선’에 대한 사회적 규범 부재에서 기인한다.
농지를 소유하거나 취득할 수 있는 자격, 그에 따른 활용 의무와 실질적 책임은 한국 사회의 토지 신뢰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2020~2024년 사이 반복된 농지 투기 의혹에서 보듯, 전수조사의 필요성은 컸다. 다만 문제는 ‘경작 의무’가 실질적으로 어떤 형태여야 하는지, 외부 인원이 출입이 제한된 농촌 환경에서 표준화된 기준으로 검증할 수 있는지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행정력의 광범위한 동원에도 불구하고 보여주기식 확인, 임시 경작 흔적 조작 등 제도적 구멍은 널리 알려져 있다. 전수조사의 실효성은 오히려 정책 신뢰를 좀먹을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제도적 시각을 더하면, 시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 지금까지 추진된 일련의 부동산 공직자 검증·자산 공개 시스템 또한 농지의 실경작과 투기 문제 앞에서는 구조적으로 한계에 봉착한다. 불법 전용이나 형식적 위임경작 사례 대부분이 ‘법 맹점’을 악용하도록 방치되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여야 합의 없이 ‘전수조사’나 ‘징벌적 조치’를 앞세우는 규범 경쟁이 벌어진다. 이는 언론의 대중적 주목을 단기에 끌어들이는 효과는 있지만, 기존 제도의 한계를 반복적으로 노출한다.
현시점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발언은 단순한 정쟁을 넘어서 권력구조의 내재적 문제, 즉 행정된 정의와 실질적 정의, 그리고 신뢰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던진다. 여권의 전수조사 추진이 실질적 행정력 수단 강화에 기여하는지, 야권 비판이 현실적 대안 제시로 이어질 수 있는지 양측 모두 냉정한 자기검증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의 토지 소유와 이용 규범, 이를 둘러싼 정치적 ‘퍼포먼스’ 구조는 결국 신뢰 위기의 근원이다. 반복되는 실경작·실거주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실체적 토지 투명성의 조건을 사회적 합의 하에 재설정해야 한다. ‘누가 농지의 주인인가, 소유와 이용의 권리와 책임은 어떻게 나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법 집행만 강화하면, 정치적 쇼와 불신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치적 긴장은 이번 농지 전수조사를 하여금 다시 한 번 ‘무엇을 위한 정책인가’라는 구조적 성찰을 요구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실경작 실태가 농촌경제, 국민 신뢰, 그리고 정치의 도덕성 중 어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객관적 검토 역시 필요하다. 사건의 본질과 반복되는 권력의 위선-신뢰 트라이앵글은 이미 오래전부터 표류해왔다.
— 유상민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