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 논란에 흔들린 흥행, 암살자(들) 1위 자리 내줬다
새 영화 ‘암살자(들)’가 극장가 중심에서 한발짝 물러섰다. 개봉과 동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던 이 작품. 하지만 요즘 뜨거운 ‘역사왜곡’ 논란이 흥행의 발목을 잡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문제 장면, 역사적 맥락 오해, 자극적인 해석이 퍼지면서 양상은 바뀌었다. 초반 흥행 분위기와 달리 관객 평가는 엇갈렸다.
티켓파워도 바로 흔들렸다. 개봉 2주차 들어 박스오피스 2위로 밀려났다. 경쟁작 ‘퍼펙트 히트’가 강세. ‘암살자(들)’ 주연 배우들의 스타성에도 불구, 이번 사안이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네이버 영화, CGV, 메가박스 예매처 후기엔 ‘역사 의식’, ‘시나리오의 책임’ 관련 댓글이 쏟아진다. 논란이 예상보다 더 큰 진폭으로 번지고 있다.
포스터만 보면 강렬하다. 1930~40년대 복장, 도시의 칼바람, 익명성 뒤에 숨은 인물들의 실루엣. 관객을 끄는 스릴과 스타일리시한 영상미가 핵심. 이 영화, 애초 기획 단계부터 ‘허구와 현실의 균형’을 역설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실존 역사적 인물 묘사’에서 이견이 나왔다. 후반부 등장하는 역사 재해석 장면, 영화적 해석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의 교차점이 충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확히 어떤 장면이 문제였을까. 소위 ‘의미 전복 장면’이다. 극 중 인물 B와 실존 독립운동가를 부분적으로 오버랩하며 의도적으로 새로운 각도에서 캐릭터를 조명했다. 시나리오상 허구성을 살리기 위한 연출이었지만, 관람객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자극한 셈. 역사 영화를 향한 한국 영화계의 근본적 질문이 재점화됐다. “어디까지가 창작의 자유인가?”, “시대의 아픔을 예술로 덮을 수 있나?” 식의 끝없는 갑론을박.
현장의 반응도 뜨겁다. 일부 평론가는 ‘예상외로 공격적’이라는 표현을 썼다. “플롯에 집중하다 사건 맥락이 흐트러졌다”, “실존 인물을 현대적 가치판단으로 도려냈다” 등 비판이 쏟아진다. 반대로, “영화는 영화일 뿐”, “젊은 세대에겐 새로운 해석이 더 매력적이었다”는 옹호도 셌다. 2030 관객들은 얼핏 ‘참신한 각색’이라고 이해한다. 시각·연령대마다 온도 차가 확연하다.
OTT 시청 트렌드도 변화. 논란 이후 VOD 판매량이 오히려 살짝 늘었다. 논란의 중심 ‘문제 장면’만 따로 편집한 클립 영상이 유튜브 등에서 바이럴된다. 관객 반응은 대체로, “호기심에 본다”, “논쟁거리가 더 흥행을 견인했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논쟁 자체가 마케팅이 됐다. 그러나 초반 예매율 급락에서 알 수 있듯, 박스오피스라는 숫자는 냉정했다.
‘암살자(들)’의 제작진은 공식 입장문을 냈다. “실존 인물 왜곡 의도 없다, 창작적 해석임을 밝힌다.” SNS에는 ‘다시보기’ 요청 혹은 악의적 왜곡 중단을 촉구하는 글도 올라왔다. 하지만 이같은 설명이 모든 관객을 설득하진 못하는 분위기. 이미지(비주얼) 중심 홍보가 매번 성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교훈을 남긴다. 사건 발생 당일, 극장가에선 관객 간 설전까지 벌어질 정도였다.
비슷한 흐름을 보였던 전작 ‘밀정’이나 ‘말모이’와 비교해도, 이번 사건은 시기적으로 더 민감하다. 최근 역사·정치 관련 이슈가 영화계에 스며드는 속도가 더 빠르고, 여론의 진폭도 커졌다. 제작사가 SNS 콘텐츠, 카드뉴스, 숏폼 영상 등 디지털 홍보전으로 맞대응 했지만, 극장 내외부의 잡음은 잦아들지 않았다. 관객들이 단순 오락 이상의 사회적 역할을 영화에 기대하는 모습. 민감한 소재일수록 전달 방식, 비주얼 해석부터 엄청난 집중이 필요해졌다.
키워드는 ‘소통’, ‘신뢰’다. 이번 논란으로 한국 영화계가 얻은 교훈. 시각적 화려함, 속도감, 흥미 위주의 SNS 맞춤형 마케팅만으론 위기 돌파가 어렵다. 역사는 감각적 오락거리가 아니라, 모두가 공유해야 할 가치라는 점을 다시 각인해야 한다. 관객들은 작은 장면 하나에도 예민하고, 댓글 한 줄에도 의미를 찾는다. 지금 영화계엔 ‘가벼움’과 ‘무게감’이 한 번 더 충돌하고 있다.
영화 자체의 스타일과 메시지, 스타 캐스팅, 디지털 마케팅의 교차점에서 발생한 이 사건. 모든 선택에 타이밍이 중요했고, 그때그때 반응도 빠르게 바뀌었다. 이번 일로 영화계는 비주얼 플레이와 역사존중이라는 두 축을 항상 손에 쥐고 달려야 한다는 점,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됐다.
— 남도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