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모태펀드, 창업 생태계 근본체질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바이오 모태펀드의 투자 방향에 대한 논쟁이 정점에 이르고 있다. 최근 정책 당국과 업계 전문가들은 바이오와 헬스케어 모태펀드가 반드시 ‘7년 미만 초기 스타트업’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장의 현실, 정부 예산의 유한성, 바이오 산업 특유의 장주기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현재 국내 바이오텍의 창업부터 성장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 7년, 길게는 10년 이상이다. 그 과정에서 자금난과 규제 장벽, 임상 및 허가 관련 예측불가성까지 겹치니, 생존 그 자체가 관건이 되어왔다.

이런 배경에서 지난 5년간 모태펀드 운용 행태를 보면 명확한 패턴이 있다. 연구개발(R&D) 중심 기업에 대한 지원이 이탈하고, 임상 또는 시판 직전·후 단계의 ‘덩치 큰 중견 바이오테크’에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는 정책 실무진이 투자 성과와 회수 가능성, 정치적 책임을 동시에 고려했기 때문이다. 전국 곳곳에서 “혁신 생태계 육성”을 외치지만, 실제로 펀드는 수익성 예측이 용이하고 리스크 관리가 쉬운 ‘후기 단계’에 더 쏠렸다. 여기에는 단순한 금융 논리가 아니라, 정부 내 ‘투자 실패=정책 실패’라는 정치 프레임이 강하게 작동한다. 집권세력도, 야당도 모두 성과 과시에 집착하는 구조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모태펀드 수혜 대상 중 3년 미만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는 전체의 15% 미만에 그쳤다. 유관 정부부처와 산하기관은 매년 ‘스타트업 육성 강화’를 약속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내부 심사기준과 정책 평가지표가 후발주자에 불리하게 설계되어 있다. 이는 자금과 정책이 양극화된 채 시장에 뿌리내리는 현 실태의 주된 원인이다. 또한 바이오 투자 특성상 초기 단계에서의 기술 검증과 밸류에이션이 어렵고, 장기간 정체 혹은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핑계로 든다. 하지만 지금처럼 시류에 따라 무게추가 흔들리면, 미래를 담보로 오늘을 소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해외 주요 국가와 비교하면 문제의 본질이 더 명확해진다. 미국, 독일, 싱가포르 등은 펀딩 생태계에서 창업 5~7년차 기업에 대해 기술 검증 및 미들라운드(Series B~C) 투자에 정책자금을 집중 배분한다. 이들은 ‘실패 허용’ ‘회수까지 긴 인내’라는 원칙을 앞세워, 정책금융의 존재 이유를 초심으로 돌린다. 반면 국내에선 ‘실적 중심’ 프레임이 고착화되어, 모태펀드가 자칫 민간 벤처캐피탈의 존재가치와 경쟁이 되풀이되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혁신의 길목’에서 정부 지원이 투입될 시점이 꾸준히 뒤로 밀리게 된다.

정치권에서도 시선을 달리한다. 여당은 ‘신성장동력 확보’ 명분 아래 ‘성과 있는 중견기업 지원 확대’를 강조한다. 야당은 “초기 생태계 무관심”을 문제 삼아 정부를 비판한다. 하지만 뿌리를 들여다보면, 양측 모두 유권자와 시장 투자자의 기대치, 각종 국책사업과 연계된 지역구 이해관계에 사로잡혀 있다. 정책적 선언과 현실 간 괴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바이오 스타트업이 반복적으로 대형사들의 M&A 리스트에만 오르는 “먹잇감 생태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자생력 없는 씨앗만 심어둔 채 그늘만 찾으려 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결국 장기적 관점의 정책시장 설계가 절실하다. 정부와 모태펀드 운용기관은 심사 및 평가 잣대를 ‘회수 가능성’에서 ‘기술 잠재력과 사회적 파급효과’로 옮기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실패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무조건적으로 묻는 한국적 정치풍토부터 개선해야 한다. 전략적 투자분산, R&D 단계 특화 펀드 분리 운영, 심사·집행 체계의 객관성 제고 같은 후방에서의 시스템 혁신도 필수적이다. 정파 간 네거티브 싸움이나 보여주기식 성장론으로 바이오 위기를 해소할 수 없다.

미래 인재와 기업이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창업 생태계, ‘모험자본’의 본래 취지가 다시 뿌리내릴 수 있는 체질 전환이 남은 과제다. 단기적 성과 프레임, 정치적 책임 회피, 관성화된 투자처리 등 한국 경제정책의 고질적 함정과 이별할 때다. 바이오 모태펀드의 체질 변화가 곧 전략적 국가경쟁력의 선결 조건임을 다시 한번, 정치권과 정책 당국 모두 명확히 인식해야 할 때다.

— 윤태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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