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 짧아졌지만 백화점은 ‘특수’…가족·키즈·명품 매출 상승에 담긴 의미

올해 하반기, 많은 직장인들과 가정이 기다렸던 추석 연휴가 예년보다 현저히 짧아졌다. 불과 사흘 남짓한 짧은 명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 주요 백화점들은 예상과 다르게 오히려 웃는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2026년의 첫 연휴 기간 동안, 고가의 명품과 유아·아동(키즈) 관련 상품군을 중심으로 매출이 크게 상승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서울과 수도권 중심 백화점 3사 매출 분석에 따르면 명품 매장과 패밀리 단위 소비가 두드러지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된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명절 연휴는 대형 유통업체에게는 한 해 매출의 주요 분기점이 되어왔지만, 올해처럼 연휴가 짧을 때는 ‘내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 두드러지곤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오히려 기대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대목은 명품과 키즈 제품 구매층의 증가다. 업계 관계자들은 “명품 소비는 예측했던 대로 꾸준하지만, 핵가족·1인가구 증가와 함께 키즈 상품군 매출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5세 이하 자녀를 둔 30대·40대 부모의 구매율이 평소 대비 20% 이상 늘었고, 아동 플레이존·프리미엄 완구·캐릭터 한정판 등 체험형 서비스에 대한 현장 대기 행렬이 연휴 내내 이어졌다. 디지털 자료를 토대로 분석해보면, 코로나19 이래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전히 해제된 이후 첫 ‘명절 가족 외출’ 트렌드가 확연히 관찰됐다.

핵심 소비층의 변화는 영유아 동반 가구의 체류 시간 증가와 맞물려 있다. 짧은 연휴 탓에 지방 혹은 해외로의 대이동 대신, 도심 내 백화점과 쇼핑몰에서 외식·여가·쇼핑을 한꺼번에 즐기는 ‘원스톱 가족 외출’이 대세가 됐다. 특히 주요 백화점 유아층 휴게 및 문화 공간에서는 어린 자녀의 명절 스트레스를 줄이고, 부모는 쾌적한 환경에서 쇼핑과 여가를 해결하려는 행태가 두드러졌다. 또한 각 점포별로 키즈 명품 의류 브랜드, 프리미엄 완구, 체험 교실, 크리에이터 행사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늘리면서 아이 동반 고객 유입 효과를 극대화한 것으로 보인다.

명품 매출 증가 역시 단순히 ‘플렉스’ 성향만으로 해석하기엔 한계가 있다. 금융관측 통계를 참조하면, 순간적인 명품 구매는 ‘특별한 날’에 집중되는 패턴이 여전하다. 특히 이번 추석 연휴에는 가족을 위한 선물, 나 자신을 위한 보상소비(‘셀프 선물’)가 주도했다. 실제 일부 백화점에선 ‘한정판 컬래버 제품’ 출시에 수백 명이 오픈런 대기 행렬을 이루기도 했다. 잦아진 경기 변동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정성이 가족단위와 개인 모두에게 ‘명절 특수=특별한 구매’로 이어진 모습이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유통산업의 실적 호조를 넘어, 한국 가족의 연휴·여가·소비 풍속도 변화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전통적 의미의 명절(고향 방문·대가족 집합)보다, 내 가족만의 시간을 보내며 스트레스를 줄이고, 실질적인 만족을 구매로 해소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셈이다. 특히 1인 가구·맞벌이·교대근무 등 가족 구조가 다변화하면서, 수도권 중심지 백화점은 휴식과 여가, 단기 이벤트의 복합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동네 소상공인, 전통시장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나를 위한 소비’와 ‘아이와의 특별한 시간’이 확실히 힘을 얻은 모습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실제 부모들은 “아이를 위한 체험 행사는 명절 귀성보다 더 중요한 가족 일정이 됐다” “짧은 휴일엔 가볍게 외식과 쇼핑, 놀이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어 만족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30대 초반 맞벌이 부부 김지현(서울 양천구) 씨는 “주변 아는 엄마들 사이에도 남편·아내 한 팀씩씩 나눠 번갈아 아이와 백화점 체험 클래스 예약 경쟁을 하는 일이 많았다”고 했다. 청년층, 40대 중반 부모 세대 모두 ‘집 앞에서 보내는 명절’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받아들였다.

이렇다 보니 유통업계의 마케팅 전략도 명확히 달라지고 있다. ‘최신 명품 한정판’ 경쟁과 동시에, 키즈존 체험·가족문화 이벤트 집중, 그리고 MZ세대·영유아 부모층 겨냥한 ‘원스톱 소비 공간’ 강화로 요약 가능하다.

이런 변화가 계속된다면, 명절마다 전통적으로 쏠리던 귀성행렬·대가족 모임보다 지역사회 내 일상 생활권에서 보내는 ‘가족 휴일’ 현상이 더욱 힘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가족 구조 변화, 맞벌이 확산, 육아 문화의 개인화 심화, 경제적 불안 등 복합적 요인이 연휴 의미마저 바꾸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보도 이후 다양한 학계·여론조사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감지된다. 최근 서울대 사회학과 김승우 교수 연구팀이 전국 2030 부모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계획 없는 도심 외출” “백화점에서 아이와 보내는 체험형 이벤트”에 높은 응답률이 나왔다. 또, 전국 백화점 10대 MD(상품담당)들 대상으로 한 내부 설문에서도, “유아·키즈 특화, 가족 단위 동선, 명품관 집중 강화”가 2027년 전략 수립의 핵심 키워드로 꼽혔다.

짧은 연휴, 변화하는 소비 패턴. 사회는 끊임없이 변한다. 단순한 명품 매출 성장이나 키즈 체험 열풍만을 바라보기보다, 이 변화가 가족형태·육아·여가 문화 전반에 걸쳐 어떤 사회적 의미로 남을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강지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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