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재판, 왜 선고는 안 되나요” — 비대면 사법의 한계와 해법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영상재판은 사법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원격 화상 송달, 증인신문 등 다양한 법정 절차에 도입된 영상재판은 물리적 이동의 제약, 감염병 위험 등을 극복하며 법원이 신속한 재판 환경을 조성하는 데 유용하게 기여해 왔다. 실제 법원행정처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현재 민사소송의 상당수가 영상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정작 ‘판결 선고’는 여전히 원칙적으로 법정 출석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영상재판의 일상화에도 불구하고 선고만큼은 예외적인 상황(감염병, 천재지변 등) 외에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선고 불허’ 논란이 불거진다.
현재 사법 시스템에서 영상재판이 제한적인 이유는 다층적이다. 첫째, 형사재판의 경우 ‘사법권 행사와 국민 기본권 보호’ 사이의 엄격한 균형이 필요하다. 판결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실시간 형성적 선고를 영상으로 진행할 때 피고인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는가에 대한 회의가 남는다. 둘째, 형사, 민사 모두에서 판결의 ‘권위와 신뢰’ 문제도 주요 화두다. 실제 법조계에서는 ‘선고의 진정성’이나 ‘공판의 중대성’을 확인하는 데 있어서 오프라인 법정의 분위기와 그 상징성이 아직도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럼에도 국제적으로는 선고까지 포함해 비대면 사법 절차가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화상선고를 점진적으로 도입, ‘당사자 동의’와 ‘사안별 판사 재량’이라는 원칙 하에 운용하면서도 재판 권위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제도적 장치를 도입했다. 일본의 경우 2025년부터는 민사 사건에 한해 선고문을 디지털 방식으로 송달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미국 연방 법원 일부에서는 기존의 영상재판 시스템 위에 선고절차까지도 온라인화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다만, 현장성과 상징성, 피고인 권리 보장 등 미묘한 사법적 가치 충돌은 세계 공통 과제가 됐다.
국내 현실적으로 영상선고 도입 여부와 범위는 첨예한 찬반이 엇갈린다. 법률가 단체들은 “방어권 보장과 절차적 투명성”을 이유로 원칙적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신중론을 제기한다. 대한변협은 “집중도 저하, 당사자 반응 파악의 한계, 기술 장애 시 송달 오류” 등을 구체적 문제로 지적한다. 반면 영상재판 경험자, 일부 실무진은 “피고인의 법정 출석 자체가 형식적 의미에 그칠 때도 많다”며 “편의성 제고, 교통·경비 절감, 단위시간당 재판 효율화” 측면에서 온라인 선고 확대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디지털 친화적 시민들은 ‘영상재판이 이젠 공식적 사법 시스템의 일부라면, 선고만 빼는 건 구시대적’이라는 비판을 제기한다. 실제 2026년 국정감사에서도 ‘민사 영상선고 시범운영’이 이슈로 부상했고, 법원행정처는 “심도 있는 법적·사회적 검토와 사용자 만족도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핵심 쟁점은 ▲화상선고의 최소 요건 확보(본인 확인·동의), ▲기술·망 안정성 강화, ▲전자소송 플랫폼 통합, ▲현장 선고와 동일 수준의 기록·송달 시스템 마련 등에 있다.
결국 ‘영상 선고 불가’ 논란에는 한국 사법시스템의 변화에 따른 혼란과, 점진적 혁신에 대한 기대, 주요 변수가 맞물려 있다. 영상재판의 정착 단계에서 선고까지 비대면화할 경우, 사법의 본질적 가치와 절차적 신뢰는 어떻게 회복·보장될 수 있을지에 대한 후속 논의가 필수적이다. 한국 사법에서도 영상재판의 장점(편의성, 접근성)과 한계(권위, 당사자 권리 보호) 간 다층적 균형점, 국제적 레퍼런스의 현지화가 활발히 논의되는 시점이다. 현실적 장애 요인과 법적·사회적 논점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제도화 전 충분한 공론 절차가 요구되는 이유다.
특히, 전자소송·비대면화 흐름이 한 번에 기존 질서를 대체할 수 없는 만큼, △민사와 형사의 구분 △피고인 위치·사실관계 별 구체적 현장 대응 △양자택일이 아닌 단계별/부분별 적용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긴급 상황에 국한된 영상 선고가 일상적 제도로까지 나아갈지는, 국민 사법 참여와 신뢰, IT 인프라 안정성, 법조계의 책임 있는 자기 혁신 역량에 달려 있다. 변혁기 사법제도에서 그 중심에 ‘국민 편의’와 ‘공정성’이 균형을 잡을 방법, 그 사회적 합의의 수준이 지금 대한민국 법정의 숙제가 됐다.
— 이수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