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발언으로 본 극단적 정쟁의 확산, 헌정 질서와 입법 기능의 위기인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내란세력 몰아 야당 탄압 민주당이 진짜 헌정 파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연일 격화되는 여야 대치 정국에 또 한 번 불을 지폈다. 오 시장의 발언은 단순히 한 정치인의 수사적 공세를 넘어, 현재 한국 정치권이 처한 극단적인 갈등 상황의 단면을 보여준다. ‘내란세력’, ‘헌정 파괴’와 같은 표현은 과거 독재 정권 시기나 체제 전복을 시도하는 세력에게나 적용되던 수사였다는 점에서, 현 집권 여당의 핵심 인사 중 한 명인 오 시장이 야당에 대해 이 같은 비난을 가한 것은 그 자체로 상당한 정치적 파장을 예고한다.

이러한 극단적 수사가 등장하는 배경에는 현재 국회의 복합적인 입법 및 정책 갈등이 자리한다. 거대 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여당은 행정부 권력을 가진 여소야대 정국에서 입법 주도권을 둘러싼 다툼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특히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거나 추진되고 있는 주요 법안들, 예를 들어 특정 사안에 대한 ‘특별검사(특검) 법안’이나 ‘방송법 개정안’ 등을 두고 여야는 한 치의 양보 없는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야당은 행정부 견제와 민생 입법을 명분으로 법안 처리를 강행하고, 여당은 이를 ‘입법 독주’ 혹은 ‘국정 발목잡기’로 규정하며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통해 맞서는 양상이다. 오 시장의 발언은 이러한 맥락에서 야당의 입법 행위를 ‘헌정 파괴’로 재단하며, 행정부의 정책 추진을 방해하는 세력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내란세력’과 ‘헌정 파괴’라는 표현이 던지는 정치적 함의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는 야당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민주적 절차에 따른 입법 활동을 위협하는 행위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야당 역시 ‘정권 탄압’, ‘독재 회귀’와 같은 표현을 통해 현 정부의 국정 운영을 강하게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양측 모두 상대를 ‘국정 운영의 방해자’ 또는 ‘헌정 질서 파괴자’로 규정하면서, 정책 논쟁은 실종되고 오직 정쟁만이 남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형국이다. 이러한 여야의 대응 방식을 비교해보면, 각자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사용되는 수위 높은 언어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대화와 타협의 공간을 급격히 축소시키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극단적 수사가 초래할 파장이다. 첫째, 의회 민주주의의 기능이 마비될 우려가 크다. 중요한 민생 법안이나 국가적 어젠다가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야 간의 극한 대립으로 인해 제대로 된 논의나 처리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둘째, 국민들의 정치 불신을 심화시키고, 정치 혐오를 조장할 위험이 있다. 국회 본연의 역할인 입법과 정책 조율보다는 상대를 향한 비난과 공격만이 난무하는 모습은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를 확산시키고, 나아가 민주주의 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장기적으로는 헌정 질서 자체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 헌법이 규정한 민주적 절차와 제도의 정신이 극단적인 언어로 훼손될 때, 국가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향후 정국은 이러한 극단적 수사 경쟁 속에서 더욱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년 총선 또는 주요 선거를 앞두고 있다면, 각 당은 지지층 결집을 위해 더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유인이 커진다. 이 과정에서 합리적인 정책 논쟁이나 입법 활동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오직 상대를 꺾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계속될 수 있다. 정치 갈등 분석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국정 운영 동력을 상실하고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헌정 질서의 수호와 안정적인 국정 운영은 여야 모두의 책무이다. 냉철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극한 대립을 넘어 대화와 타협의 장을 복원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정치적 불신과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악순환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 최은정 ([email protected])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