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수만 불쌍해’ 김민재의 울분…손흥민도 공감한 한국 축구의 고질적 붕괴

10월 4일 저녁,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소집 현장에서 터져나온 김민재의 한 마디가 현장을 찢었다. ‘수비수만 불쌍하다’는 울분 섞인 발언, 그리고 손흥민마저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맞장구치자, 대표팀 전체를 덮고 있는 불신과 긴장감이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수비진 리더로서 부담을 오롯이 감당하고 있는 김민재가 왜 결국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이번 소집 전후로 벌어진 모든 흐름과 경기 기록을 냉철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직전 A매치 다섯 경기에서 한국 수비진은 실점률이 1.8골로, 최근 5년 평균(0.86골)과 비교해 두 배를 상회했다. 특히 미드필더진의 수비가담 약화, 전방 압박 실패가 누적되면서 김민재, 김영권 등 센터백들의 1:1 듀얼 부담이 극대화되어 왔다. 김민재는 소속팀에서와 달리 대표팀에서는 좌우 측면까지 커버링하며 90분 내내 수비라인 전체를 이끌곤 했고, 이는 득점력보다 실점 억제가 더 힘겨운 최근 대표팀 경기의 본질을 보여주는 통계다.

피치에서 드러나는 건 수비수 개개인의 피지컬이나 클리어링 능력 문제가 아니다. 중원에서의 쉽게 끊기는 볼, 포백 앞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조직적 협업, 그리고 수비로 내려앉는 순간 무너지는 라인 밸런스가 고질병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김민재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 수비수가 뭔 죄냐, 계속 뚫리면 결국 다 당한다’는 메시지를 남긴 것은, 선수 개인의 감정 토로가 아니라 대표팀 전술, 조직에 대한 근본적 경고다. 실제로 최근 볼 점유율이 52%일 때도 상대 역습에 라인이 무력하게 쪼개진 장면이 반복됐고, 측면 풀백에서부터 시작해 중앙까지 공간 위치선정이 흔들렸다. 한 경기당 슈팅 허용도 13회 이상으로, 수비수 체력 고갈은 필연적이었다.

손흥민마저 ‘다 같은 마음’이라고 덧붙인 건, 최전방 공격수 입장에서도 수비선 부담 가중이 전술 전체의 역동성을 떨어뜨린다는 현실적 자각이다. 손흥민은 그라운드에서 수차례 미드필더진에 ‘뒤 공간 케어’를 직접 지시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결국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전체가 수비의 부담을 골고루 분담하지 못한 채, 무게추가 뒷라인으로만 쏠리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 시기, 대표팀 사령탑이 고수해온 빌드업·압박 전술이 선수 개개인의 기량에만 의존하면서, 밸런스 붕괴가 자연스러운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김민재가 이례적으로 분노를 표출한 직후 팀 내부 논의를 통해 선수단 재조정이 이루어졌다는 보도다. 포지션별 미팅에서 김민재가 직접 목소리를 내며 미드필더, 풀백까지 수비 조율 방식 개선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벤치 코칭스태프 역시 ‘수비 땜질식 대처’ 한계를 절감, 전술적 유연성과 라인간 거리 조절 훈련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 변화가 단기간 내 실점 감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최근 평가전에서 보여준 실전 실행력에는 아직 체계적 안정감이 부족했다. 전방에서의 압박 실패 후 빠르게 공간 침투를 허용하거나, 라인 간 간격이 한 번에 무너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이제 대표팀의 운명은 중원-수비라인 연계, 그리고 실질적인 전술 수정과 심리적 안정에 달려 있다. 단순한 개인의 분노 표출이 아니라, 수년째 누적된 전반적 시스템상 결함이 정점에 달했음을 김민재와 손흥민의 발언이 상징한다. 최근 3년간 한국 축구가 국제무대에서 반복해온 허술한 수비와 원포인트 제어 실패는 단순히 수비수만의 과제가 아니다. 예전부터 ‘누가 수비를 돕느냐’가 아니라 ‘대표팀 전체가 어떻게 공간을 메우고, 위기 순간에 효율적으로 라인을 조율하느냐’의 문제라는 점이 확연해졌다.

더 지켜봐야 할 건 선수단 내부 신뢰 회복과 벤치의 장기적 대안 제시 여부이다. 한 경기, 한 장면에서 실점의 원인을 특정 수비수만의 책임으로 몰아가선 한국 축구 미래가 없다. 벤치, 미드필더, 공격수까지 전원이 수비 조직 내에서 제몫을 나눠야 한다. 이번 김민재-손흥민의 일성은 선수 개개인의 침투, 커버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어떤 ‘수비 강조’도 허상임을 스스로 고백한 셈이다.

그라운드는 정직했다. 한 순간의 실수가 대가를 가져올 만큼, 전체 라인 움직임의 미세한 불일치가 공격 전개나 역습 차단 능력을 송두리째 흔든다. 대표팀은 선수단 재정비, 전술적 전환, 무엇보다도 위기 상황에서 선수간 상호 신뢰가 절실하다. 김민재, 손흥민의 목소리가 단순한 불만을 넘어 대표팀 전체가 단단히 각성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지, 향후 경기를 통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 한지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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