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사민당의 구조적 협상 난맥…‘총선 승리’ 이후 반복되는 정부 구성 실패의 의미
스웨덴 총선에서 사회민주당(사민당)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기민한 표 계산 뒤에 남은 현실은 ‘정부 구성 실패’라는 불편한 통계다.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대표가 이끈 사민당은 집권 연장을 위한 새 연정 구성을 시도했으나, 첫 번째 시도에 이어 추가 협상에서도 중도정당, 녹색당, 좌파정당, 심지어 우파 스웨덴민주당(SD)까지 복잡하게 뒤얽힌 스웨덴의 다당제 구조에 갇혀 번번이 악전고투 중이다. 타협 조율과 정책 연합의 균형, 극우의 망령, 그리고 살아있는 북유럽 자유민주주의의 한계가 동시에 드러났다.
길게 보자면 스웨덴 정치는 지난 10년 간 점차 ‘관성적 협치’ 대신 ‘극단적 연정 줄다리기’의 함정에 빠져왔다. 2014년, 2018년 총선 때마다 사실상 사민당 중심의 기성 연합은 양대 정당 간 단순 대결 구도를 넘어서, 극우 SD의 입지 강화라는 구조적 딜레마에 직면했다. 어느 진영도 50% 장악선에 닿지 못한 선거제도가 원인이다. 이번 총선 역시 극우에 기댄 우파 블록과, 사민당을 축으로 움직이는 좌파·중도 블록 모두 ‘절반의 승리’에 머물렀다. 다수파를 정의하는 숫자의 허상, 그리고 실제 ‘연정 내 합의 부족’이 오히려 정치적 공백을 부추겼다.
이번 사민당의 정부 구성 실패는 단순히 한 지도자의 협상력 부족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21세기 유럽정치에서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 즉 기존 사회민주주의 진영이 급변하는 경제·사회 문제(난민, 고령화, 디지털 전환, 경제 위기 등)에 구체적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서 중도-극우-좌파 사이에서 회색지대로 밀려나는 전지구적 양상의 축소판이다. 특히 최근 유럽 전역에서 극우 성향 정당이 정책 어젠다를 선점하며, 기성 ‘중도-진보’ 세력이 그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 스웨덴의 정치는 단지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의 시금석이 아니라, 다당제 유럽정치의 위기 실험장이자, 권력의 대타협 구조가 어떻게 해체되는지 보여주는 실질적 사례가 됐다.
이번 협상 난항의 구체적 계기에는, SD가 지지율을 끌어올린 도시 외곽 범죄 불안, 이민정책 논쟁, 보수 예산안 거부 등 핵심 키워드가 따른다. 정부 구성에 필요한 신뢰와 ‘숨은 카르텔’을 포착해보면, 사민당은 공식적으로는 환경, 노동, 평등을 강조했으나, 여론과 의회를 장악한 강한 공포감(범죄, 이민, 경제불안)에 제대로 맞선 적이 없다. 타임라인을 뜯어보면, 지난 8월부터 사민당-녹색당-중도당의 연정 시도, 1차 부결, 이후 새로운 예산안 협상 과정, 재협상 요구와 파트너 유치 과정에서 벌어진 ‘암묵적 집단거부’가 어김없이 반복되었다. SD는 이 모든 정치적 실패 순간마다 ‘정당정치의 무력함’을 부각시키며 자신의 지지 기반만 확고히 다졌다.
해외 주요 외신은 스웨덴의 ‘정부 공백 사태’를 서유럽 전체의 교훈 사례로 다뤘다. 파이낸셜타임스, BBC, 르몽드 등은 “전통적 중도-리버럴 정당의 퇴조, 극우의 합법적 성장, 연립정부의 필연적 혼란” 등을 지적했다. 최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스웨덴마저 비슷한 위기에 직면했다는 사실은, 표면적으로만 선거에서 ‘승리’한 정파도 실제 정책 수립이나 집행 권한을 충분히 가질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는 방증이다.
문제를 더 깊이 파고들면, 다수 국민들이 ‘상대 진영에 대한 비호감만 커지는 적대적 연정’에 피로감을 표출한다는 사회과학적 리서치도 반복해서 확인된다. 스웨덴의 대중은 가입 복원의 현실화, 북유럽식 합리주의에 대한 회의, 정치 엘리트들의 청렴성과 리더십 부족을 동시에 꼬집고 있다. 그럼에도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이들이 실질적 정책 접점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한, 결과는 매번 ‘협상 좌초—사회적 무기력—극단의 확대 재생산’으로 결말난다.
한국 사회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양대 정당 구조에 매몰된 ‘반사이익 정치’가 언제든 구조적 교착, 시민 불신, 대안 부재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외형적 민주주의 절차 진행만으로는 건강한 권력 감시가 작동하지 않는다. 민중의 삶을 움직이지 못하는 구호는 결국 제도권 전체에 대한 냉소와 이탈을 낳는다. 스웨덴 사태는 부패와 무능, 점점 정교해지는 권력 카르텔,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타협 없는 연정 게임’의 구조를 해부하는 데서 출발해야만 미래적 해법이 나온다.
정치란 권력에 숨어 있는 구조적 비리를 끈질기게 추적하고, 책임성을 요구해야 한다. 온건한 타협 대신 근본 문제를 덮으려는 연정, 민의를 내팽개친 채 자기 영향력만 키우는 정치 엘리트, 그리고 이를 소비하는 우리 사회의 무기력 역시 다시 질문되어야 할 시점이다. 권력의 도구, 공적인 말, 실체 없는 합의, 그 어느 것도 현실의 위기와 싸우지 않으면 지배 계급들의 적당한 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강서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