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명인명촌’ 김치로 한국식탁에 담긴 지역의 정성을 잇다
이른 가을, 시장 골목에 은근하게 풍기는 배추 절이는 향과 진한 젓갈 냄새는 어릴 적 기억을 소환한다. 한국인의 밥상 중심엔 언제나 김치가 있었다. 오랜 세월을 관통한 김치의 깊은 맛, 그 속에는 각 지역 장인들의 손끝이 깃들어 있다. 최근 현대백화점은 ‘명인명촌’ 프로젝트를 통해 전국 각지의 김치 장인과 협업, 전통 식문화를 이어가고자 하는 노력을 새롭게 펼치고 있다. 본연의 식재료가 지닌 힘, 그리고 그것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담는 움직임이 생활의 한가운데로 다가오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기존의 모던하고 도시적인 백화점 이미지에서 한층 더 일상에 가까워지는 변화를 시도한다. 올해 선보인 ‘명인명촌’ 김치 라인은 서울·경기권을 비롯해 전라도, 경상도 등 6개 권역의 장인들이 직접 담근 김치를 엄선해 소비자에게 선보였다. 각 지방마다 다르게 발전한 김치의 맛과 원료, 담그는 방법까지 남김없이 보여준다. 완만한 곡성의 지형에서 자란 배추의 아삭거림, 남해 갯벌에서 온 젓갈의 풍미, 그리고 산을 넘고 바람을 타고 온 고춧가루의 구수한 매운맛이 한 어울림이 된다. 김치 한 젓가락마다 자리잡은 장인의 사계절, 그리고 세대를 이어온 집안 노하우가 백화점의 밝은 조명 아래 파도처럼 퍼진다.
최근 식품 산업에선 전통적 제작 방식과 현대 소비 패턴의 접점을 찾으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그 대표 사례가 바로 김치다. 슈퍼마켓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포장 김치가 일상이 된 만큼, 느리게 발효되고 손끝에서 완성되는 수제 김치를 찾는 소비자도 크게 늘고 있다. 전국 각지 장인들은 제각기 다른 김장 재료와 방법을 고집한다. 어떤 이는 전통 항아리 발효를 고수하고, 누군가는 젓갈 선택에서부터 고춧가루 배합 비율까지 오랜 경험으로 완성도를 높인다. 현대백화점의 이번 프로젝트는 이러한 지역별 김치 고유의 멋과 맛을 한자리에 모은다. 마치 김치 박람회장처럼, 어느 집 식탁엔 담양의 연잎 향 가득한 김치, 어느 집엔 남도 젓갈이 진하게 베인 묵은지가 놓인다. 입안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풍경만큼, 지역의 정체성과 땀 냄새까지 곁들여진다.
변화하는 식문화 트렌드는 반복된 일상에 작은 설렘을 녹여 낸다. 한편으론 한 집 한 집의 김치맛이 사라지는 아쉬움도 번진다. 전국화·표준화된 제품들이 대세를 이루는 지금, 장인 한사람의 이름 아래 지켜지는 오랜 방식이 새삼소중하게 느껴진다. 지인의 집에서 얻어먹는 김치 맛을 떠올리게 하는 ‘명인명촌’ 라인업은 익숙한 동시에 진귀하다. 자신의 고향김치와 다른 지역 장인의 맛이 동일한 매대에 놓였을 때, 다름이 불러오는 궁금함과 환대가 김치 한 접시에 듬뿍 담긴다.
물론 대형 유통업체의 기획상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대량생산에 녹아드는 순간 장인의 손맛이 희미해지는 건 아닐까. 하지만 현장을 둘러본다면 바람 냄새와 흙 내음을 담아 옮겨온 생채소, 각지 장인들이 보내온 손편지와 레시피 한 켠이 놓인 모습에서는 상품 이상의 경험이 전해진다. 도시 소비자에게도 계절 따라 장이 설레고 집안마다 김치통이 보는 맛, 담그는 설렘이 전해진다. 백화점에서 손쉽게 전통의 맛을 만나는 기쁨은 분명 밥상의 풍경을 다정하게 바꾼다.
먹는 이의 이야기가 담기는 김치 한 조각. 그 속에서 우리는 어머니의 손끝과 이웃 할머니, 장터 아주머니의 오랜 숨결을 만난다. 현대백화점 ‘명인명촌’ 김치 라인이 전하려는 건 단순한 제품 그 이상, 지역공동체가 세대를 이어받아온 식문화의 기억이다. 계절이 바뀌는 찬서리 아침, 따끈한 밥과 함께 차려진 김치 한 접시는 그저 반찬이 아닌, 한국인의 일상과 마음 속 풍경 그 자체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