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에 대한 신뢰 하락, 기술혁신의 길을 묻다
2026년 10월, 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가 뚜렷하게 흔들리는 조사가 나왔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경제정책을 잘 못한다’는 응답이 47%를 기록해, ‘잘한다’는 응답(통상 40~42%대)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이는 과거 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긍정-부정 평가가 역전된 지점이다. 정책 추진 동력의 정점이라 할 수 있었던 상당수 친정부 성향 계층마저 실망스러운 여론 전환을 보여 여당의 지지율은 사상 최저로 하락했다. 자동차 산업 및 첨단 모빌리티 부문에서도 이러한 정부 신뢰 저하가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올해 들어 연이어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와 3분기 실물 경기 수치들은 그 실망감에 한층 더 무게를 더했다. 성장률 둔화, 수출 정체, 청년층 실업률 상승, 인플레이션 압박 등 전방위적 위기의식을 자극하는 상황에서,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모빌리티 시장 확장도 예년만 못한 속도를 보이고 있다. 2020년대 중반 이후 빠르게 추진된 탄소중립 관련 정책, 신산업 지원책, 그리고 국내 기업에 대한 직접투자 유인책 역시 평가가 엇갈린다. 실제 청정에너지 인프라 확장과 전기차 보급률 증가는 긍정적 신호로 보이지만, 세계 시장에서 K-모빌리티의 체감 경쟁력 둔화와 내수 시장 소비심리 위축이라는 이중 압박을 받는다.
자동차 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최근 몇 년간 정부가 내놓은 전기차·수소 모빌리티 진흥 전략은 명확한 한계에 직면해 있다. 전기차 구매보조금 정책은 2024년부터 단계적 축소 기조로 전환되면서, 제조사들의 가격경쟁 유인력이 점점 약화됐다. 연구개발 세제지원이나 충전 인프라 확충 투자도 초기 의욕 대비 현실적 예산 부족과 민관 협업의 미흡으로 제동이 걸렸다. 기술 데이터와 시장 반응을 살펴볼 때, 글로벌 빅테크 및 테슬라, 중국계 기업과의 경쟁에서 한국 완성차 기업들이 보여주는 신제품 개발 속도와 배터리 내구성, 소프트웨어 생태계 경쟁력이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늘어난다. 실제, 국산 전기차 공급 모델의 OTA(Over-The-Air) 업데이트 수준, ADAS(첨단 운전자지원시스템) 업그레이드의 빈도와 고객 체감 개선 효과를 보면 선진국 시장 트렌드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추이다.
특히 정책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 부족이 기업투자 결정에 부담으로 돌아온다. 수소 인프라 예산이 매년 출렁이는 사이, 국내 대기업-스타트업 간 전략적 파트너십도 기대만큼 활발하지 못했다. 산업계에서는 “2022-2024년 보급 확대 속도는 예외적으로 빨랐으나, 정책 불확실성에 따라 장기적 밸류체인 투자가 억제되고 있다”는 평이 압도적이다. 반면 도로 교통 통계 데이터를 보면 자율주행 관련 신기술 실증 사업은 일정 수준 진척을 이루고 있음에도 규제 완화, 보험제도 개선, 데이터 수집-공유 체계 등은 여전히 관행의 틀 안에 머물러 있다. 이 부분이 소프트웨어 정의차(Software Defined Vehicle, SDV) 신시장 활성화엔 가장 큰 약점으로 지목된다.
시계열 데이터로 최근 12개월간 산업 전반 투자 유치와 벤처 지표를 추적해보면, 모빌리티 혁신 영역에서 글로벌 자본의 관심이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하다. 대기업 투자조차 집행 속도가 둔화되었고, 스타트업 M&A 건수도 감소세다. 부품·소재·AI·플랫폼 등 세부 분야를 종합하면, 기술역전 우려와 투자 불확실성, 정부정책 방향성 혼선이 맞물려 잠정적 관망이 확산된다. 이런 흐름은 산업현장에서의 리스크 인식이 실제 사업모델 전환의 속도를 늦추는 ‘부작용’으로도 드러난다.
경제정책의 신뢰 추락이 정치적 국면을 넘어 실물산업, 특히 혁신산업의 질적 성장에 직접적인 브레이크로 작용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사례에서 입증된 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신뢰 저하 국면에서는 친환경 신기술을 향한 사회적 여론, 즉 산업·자동차 정책 전반에 대한 ‘실질적 설명 책임(technological accountability)’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다. 비교 분석 데이터 상, 유럽의 친환경 기술 주도국에서는 변화의 큰 흐름 속에서도 정책 목표와 산업계 R&D 투자 기조, 사회적 합의 과정이 일정 수준 조화를 이루었다. 한국의 현실은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친환경 기술과 IT 융합, 모빌리티 신산업의 진정한 도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정책의 방향성과 일관성, 그리고 정책 집행에 내재된 기술적 기준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가 새롭게 조정될 필요가 있다. 이 정부의 경제정책이 당장 위기의 터널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신뢰 회복을 향한 가시적 정책 개선과 투명하고 선진화된 데이터 공개, 산업계-정부 간 ‘기술 대화’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자동차 산업, 더 나아가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 산업의 건강한 성장은 결국 기술혁신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정책의 예측가능성이 반드시 뒷받침될 때 이루어진다.
— 안시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