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신4동, 사회적 고립가구 전통문화 체험으로 정(情)의 다리 놓다
2026년 가을, 부산 서구 서대신4동의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사회적 고립가구를 대상으로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 ‘마음잇기, 정(情)을 나누다’를 운영했다. 행정 용어의 이면에 담긴 이 사업의 뿌리를 짚어보면 지역 공동체 내 소외와 고립 문제, 그리고 그 간극을 메우려는 구체적이고도 소박한 실천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복지정책은 제도적 지원에 더해, 인간적 연결성—곧 정(情)—의 복원을 강조하는 흐름으로 확장돼왔다. 그중에서도 고립 위기가구에 대한 직접적 지원은 전달체계의 틀을 벗고 문화와 체험의 옷을 입는 변화가 두드러진다.
서대신4동의 ‘마음잇기’ 프로그램은 혼자인 가구, 혹은 가족 및 사회와 단절된 이웃들에게 전통 손놀이, 먹거리 만들기, 차 나누기 등 일상과 맞닿은 전통문화를 접할 기회를 제공했다. 흔한 복지포인트 지급이나 일회성 상품권 지원과는 달리, 직접 몸을 부대끼며 느낌을 나누는 이 프로그램의 구성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실제적 체온을 전제로 한다. SNS 상의 ‘연결’이 손쉬워진 시대지만, 오히려 물리적 단절과 내면의 고립감이 만연한 오늘, 누군가의 작은 손길—떡 쪄주기, 윷놀이 한판, 전통차 한잔 건네기—가 각자의 단절된 일상에 ‘정(情)’이라는 울림을 남기는 순간, 이 사업이 가진 깊은 의미가 드러난다.
사회적 고립은 현대사회의 고질적 병리 중 하나다. 1인 가구 비율이 전국적으로 이미 30%를 넘겼고, 청년부터 노년까지 전 세대가 크고 작은 ‘고립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고립의 이유도, 그에 따른 결과도 복합적이다. 노인 고독사는 해마다 증가 추세이고, 가정과 이웃과 단절된 청년은 경제활동·일상 전반에서 무기력감을 호소한다. 반면 복지전달체계는 여전히 행정적 분류와 수치, 지원 단위에 얽매여 있어 ‘정서적 빈곤’에 대한 근본적 접근은 부족하다는 비판도 많았다. ‘마음잇기, 정 나누기’의 운영은 바로 이 현장에서 시작된다.
서대신4동 협의체의 활동을 현장 참가자, 그리고 복지 담당자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면, 내담자가 ‘도움을 받는 사람’에서 ‘함께 일상을 살아가는 이웃’이 되어가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포착된다. 한 어르신은 “파전 부치기를 직접 배우니 마치 어린 시절 명절이 떠올랐다”며 눈물을 보였고, 2030세대의 고립 가구는 “차를 나누며 처음 낯선 이와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사람과 사람이 공통된 경험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순간, 사회적 보호망이 단순한 안전망을 넘어 심리적, 감정적 울림의 역할까지 확대됨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는 지역사회라는 물리적 공간과, 주민센터·복지협의체·자원봉사자라는 다양한 주체가 조용히, 그러나 끈질기게 관여한다.
이번 프로그램의 방식은 확대 가능한 복지 모델로서도 주목받는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복지 사각지대 해소, 정서복지 혁신 사례가 각 시군구 단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부산시 서구가 ‘정 나누기’에 전통문화를 접목한 이유 또한, 텍스트로 전달이 힘든 온기와 기억의 힘을 빌려, 모든 세대가 조금 더 쉽게 마음을 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전통문화는 나이와 세대를 가로지르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소모임을 자발적으로 이어가는 등 시설 중심이 아닌 실생활 기반의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일회성 사업, 새로움에 익숙해질수록 시들어지는 관심, 자원봉사자들의 피로도와 행정의 한계 등도 함께 고민되어야 한다. 실제로 타 지역의 유사 프로그램에서는 ‘인력 부족’이나 ‘참가자 재연결 실패’ 등 시행착오도 있었기에, 지속적 유지와 효과 측정, 그리고 끊임없는 프로그램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그럼에도 누군가 ‘당신을 기억한다’는 경험, 그로 인한 정서적 회복—이는 예산이나 시스템만으로는 결코 대체될 수 없는 복지의 또 다른 축임을 상기하게 한다.
사회, 정책, 문화가 얽혀 만들어내는 ‘정(情)의 복원력’—서대신4동의 작은 실험은 앞으로 더 확산될 필요가 있다. 고립은 단순한 생활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건강과 존립 그 자체에 대한 질문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도 도태되지 않는 포용적 복지, 다양한 주체가 동등하게 어울리는 느슨한 연대의 힘이, 이런 현장에서 자라나고 있다. 조용히, 그러나 확고하게 움직이는 지역 공동체의 변화를 더 깊이 주목할 때, 우리 사회의 진짜 ‘온기’도 함께 두터워질 것이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