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취약 고리, 정부의 경제안보 전략 새판 짜기
정부가 국내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경제안보품목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며 공급망 전반의 취약 고리 선제 보강에 나섰다. 지난 16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급망 회복력 강화 정책’ 발표 현장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주요 부처는 이차전지, 반도체, 희귀광물 등 국가 전략산업의 핵심 소재 외에도 데이터센터 인프라, 첨단바이오, 기후위기 대응 관련 핵심 품목 등 신규 대상을 포함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기존 경제안보품목 200여종에서 350종 이상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위험도 평가는 해외 의존도 외에 지정학적 리스크, 대체 가능성, 공급국 다변화 수준까지 입체적으로 실시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2023년 이후 글로벌 공급망 위기는 배터리, 반도체 등 각종 핵심 대중국 수입품에 치중되어 있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폭증하면서 정부는 산업의 생존 기반 자체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하고 있다.
시간순으로 살펴보면, 2020년 팬데믹 이후 ‘마스크 대란’, 2022년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곡물·비료 공급 불안, 2023년 대외제재로 인한 반도체·배터리 수출 규제 강화가 이어져왔다. 2024년부터는 기후위기와 에너지전환 정책이 겹치면서 신재생, 스마트팩토리, 친환경 원료 등 아직 국가적 리스크 관리가 미흡했던 분야가 새롭게 부각됐다. 실제 산업계와 법조계에서는 기존 공급망 관리 체계가 ▲중국·미국·EU 중심 수입구조에 과도하게 의존했고 ▲위험사전경보체계가 실질적 예방보다 사후대처 중심이라는 점 등을 지적해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물류·통관 디지털화, 예비조달 인센티브 확충, 범정부 공급망 심의위원회 신설 방안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공급망 전수조사 및 관리역량 이원화 문제가 현장에선 걸림돌로 꼽힌다. 산업기반부와 사정기관 간의 정보공유가 원활하지 않다는 비판이 상당수다. 한 대형 로펌 변호인은 “품목 확대는 취지상 바람직하나, 급격한 확장에 따라 기업 실무부서와 행정부처 간 혼선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수출입 경계선에서 실제 통제·지원이 얼마나 실효적으로 돌아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희귀소재·첨단부품을 둘러싼 미·중 기술패권 다툼, 그리고 최근 강화되는 유럽연합의 공급망 실사제(ESG 이행 의무)까지 감안하면, 단일 품목의 이슈를 넘어 전체 산업구조의 정책대응 체질이 달라져야 한다는 법조계 의견도 이어졌다.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품목 확대와 위험관리 강화 기조에 대해 경제계는 환영을 표했으나, 실무 현장에선 실질적 집행을 위한 상세 가이드라인, 부처간 실무협의 채널 개설, 긴급대응 매뉴얼의 공개 필요성 등 구체적 개선 과제들이 도출됐다. 경제안보 전략의 실효성은 단순히 ‘삼성 반도체 보호’ 같은 상징적 대책을 넘어서, 자동차·조선·에너지·식품 등 다양한 업종의 리스크 점검, 사전 예측 및 조달 정책, 그리고 법률상 인센티브 체계까지 포괄적으로 아우를 때 구현된다. 무엇보다 사정·수사·행정 각 기관의 데이터 연동, 수입 다변화 지원책 신설, 민관 공동 위험시나리오 교육 프로그램 등 법률적 근거와 행정 실무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최근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도 핵심품목 법제화를 가속하며 자국 공급망 방어를 제1안보과제로 격상시켰다. 한국 역시 2026년 들어 이차전지·반도체 생산 밸류체인 다변화, 희귀광물 확보전, 바이오헬스·기후산업 선점 등 첨단산업 전방위에서 국익을 지키는 경제안보의 시대적 요구에 직면해 있다. 사정기관 및 산업계 취재 취합 결과, 정부와 현장, 법조계 다각도의 대응이 앞으로 국가적 위기관리 역량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김하늘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