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 장세에 휩싸인 한국 증시, 하루 새 시총 400조 증발 배경과 정부 과제

18일 한국 증시가 단 하루 만에 약 400조 원의 시가총액을 잃는 기록적인 폭락세를 보였다. 사상 최대치 중 하나로 꼽히는 이 같은 시가총액 증발은 외부 충격에 취약해진 국내 금융 환경과 글로벌 불확실성, 그리고 정책 대응의 한계점이 겹친 결과로 해석된다. 이날 KOSPI와 KOSDAQ 지수는 일제히 상당폭 낙폭을 보였으며 대형주 중심의 매도 행진이 눈에 띄었다. 특히 반도체, 2차전지 등 국가대표 종목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자금 이탈이 감지됐다. 금융위원회 및 기획재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미 연준의 고금리 기조 장기화 신호와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그리고 주요 산업의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시장심리 안정을 위해 자사주 매입, 공매도 제한 등 단기 부양책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투자자 불안은 가라앉지 않은 모습이다.

한국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은 대외충격에 연동된 취약한 구조와 국내 시장 자체의 펀더멘털 불확실성, 정책 대응의 적시성 부족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많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특히 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관련 업종의 부침이 한국 증시 전체에 큰 파급을 주는 구조적인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번 폭락의 직접적 원인으로는 미국의 고강도 금리 동결 및 향후 인상 가능성 유보, 중동지역발 에너지 가격 급등 우려, 유럽 및 아시아 일부 국가의 추가 경기침체 신호,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회피(리스크오프) 확대 등을 들 수 있다. 오전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대표 기술주 중심으로 대규모 매도를 단행했으며, 연기금과 기관 투자자의 방어세도 약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저가매수 움직임이 포착됐으나 전체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부는 즉각적으로 증시안정펀드 조기 투입 검토와 상장사 자사주 매입 허용 확대, 공매도 제한 등 비상조치 검토에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고위 경제관계자는 “시장 심리를 하루아침에 되돌리기는 어렵지만, 단기 부양책이 연쇄 매도를 일정 부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충격기 이후 공매도 재개 논란, 외국인 중심 수급 쏠림 현상에 근본적 변화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이번 하락 장에서 국내외 증시 동조화 현상이 매우 크며, 정부의 대응 역시 과거 시나리오 반복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적정 밸류에이션에 비해 지나치게 비관적인 매도세가 단기적으로 과도할 수 있다는 데에는 공감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국내외 리스크 상존이 한국 자본시장의 체질적 문제임을 확인시켜준 사건이라고 해석한다. 국내 대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국 증시는 매크로 충격에 따라 급격한 등락을 반복하는 구조적 취약점이 10년 넘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사태 역시 혁신성장 기반의 산업 포트폴리오 재구성, 금융시장 규제 선진화 등 본질적 처방이 병행되지 않으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단기시장조치 외에도 중장기적으로 산업 다각화, 글로벌 투자기반 강화, 금융감독 체계 혁신 등 구조개혁 중점 과제가 불가피하다는 데 입을 모은다. 최근 연준 동향 및 국제 가격 변동성에 지나치게 좌우되는 내수-수출 연동형 경제구조를 탈피하지 못하면서, 근본적 체질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외국인 자금 유입 구조 및 국내 투자자 보호 체계를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강화해야 반복되는 패닉 장세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1일 만에 증발한 시가총액 400조 원은 한국 경제가 겪는 불안정과 정책 대응력의 한계를 상징한다. 당분간 단기 부양책 효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 산업구조 개편 지연, 대형주 쏠림구조, 그리고 금융정책의 종합적 대처 미진 등 과제가 상존함을 보여준다.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정부는 단순한 미봉책을 넘어서 근본적 체질 강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점이 재차 확인된 시점이다.

— 박지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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