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로드맵, 공정성-실효성 균형 필요
정부가 2026년 내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로드맵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주요 정책 담당 부처는 노동시장 내 임금격차 해소를 목표로, 동일하거나 동등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직무에 대해 성별·형태와 무관하게 동일 임금을 지급하는 기반 구축에 착수했다. 최근 발표된 정부 계획안에 따르면, 공공부문부터 시범적용을 거쳐 민간 확산을 유도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은 이 로드맵 추진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합리한 임금 차별 관행을 바로잡고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여성과 비정규직 노동자 등의 임금 역차별 문제, 직무 내 난해한 평가기준으로 인한 혼선 등이 그간 반복적으로 지적된 바 있다.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입법화한 사례가 다수 존재하며, 해외와의 정책 조화나 경쟁력 측면에서도 빠른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 역시 자리한다.
문제는 실제 시행 과정에서의 난관과 사회적 이해충돌 가능성이다. 국내 노동시장 구조는 직무별 임금체계가 미비하고, 연공급·기업별 호봉 중심의 문화가 뿌리 깊다. 이 같은 구조에서 동일가치 판정의 객관성, 평가방식, 현장안착 방안 등을 도출하는 작업은 기술적으로나 규범적으로 복잡하다. 현업 인사관리자협의회, 경영계, 노조 등 다양한 이해주체 간 온도차도 두드러진다. 경영계는 노동강도·성과·숙련·책임 등 ‘가치 산정’ 변인에 대한 입법적 명확성이 부족하다며 부담감과 우려를 표한다. 반면, 노동계는 ‘유사 직무 간 임금 불평등’, ‘여성·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여타 정부의 최근 기조도 동시에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럽 주요국 역시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해석, 직무평가 방식, 현장 도입 속도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예컨대 독일과 프랑스는 국가 공인 직무평가 기준에 기반해 정책 집행을 시도했으나, 개별 산업의 특수성, 현장조정 실패로 부분적 실효성 논란에 직면한 적 있다. 영국에서는 동일 임금 고용소송이 꾸준히 증가하며 실질적 ‘직무 가치’ 판별의 객관성, ‘공정한 평가’ 여부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여전히 이어진다.
정부의 로드맵에는 일차적으로 공공기관 절차적 투명성 강화, 직군별 임금정보 공개 확장, 직무평가체계 마련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시범도입 기관에서는 직무분류체계 도입과 외부 컨설팅, 분쟁조정 시스템이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민간 부문 확산을 위한 인센티브, 가이드라인 마련도 시도된다. 그러나 민간기업의 임금결정 자유·기업경쟁력·운영적 부담 등 파급을 최소화하기 위한 유연성 역시 주요 논점으로 부각된다.
고용시장 전문가들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은 원칙적으로는 정의롭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나, 시행 단계에서는 각 산업·기업의 특수성, 현실적 임금구조까지 반영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직무평가의 공정성, 활용 기술의 신뢰도, 사회적 합의 과정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정책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 정부는 공청회, 노사정 위원회 등 대화·조정 테이블을 운영하며, 정책 도입 전 사전 검증작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 로드맵의 성공 여부는 ‘형식적 도입’이 아닌 산업현장과 사회 전반의 신뢰 측면에 달려 있다. 단순히 동일 임금 지급의 틀을 만드는 데서 그쳐선 곤란하다. 직무별 가치 평가의 객관성, 그 결과의 적정임금 반영, 기업·노동양측의 태도 조정이 모두 종합적으로 병행되어야만 한다. 등치화된 구호보다는 ‘실질적 평등’의 정착이 중요하다.
이어질 민간 부문 도입과 추가 논의 과정에서 단순한 이념적 대립을 넘는 신중함, 각 주체의 지속적 대화, 입체적 로드맵 설계가 필요하다. 당장의 형평성과 함께 실제 경제현장의 효율성과 책임 있는 사회적 합의, 각계 노력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 박희정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