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지로버 닮았는데 반값”…안방 노리는 ‘중국車’ 정체

중국산 자동차가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국내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SUV 신차가 영국의 레인지로버와 유사한 외관을 선보이며, 가격은 그 절반 수준에 불과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차량은 중국 차업체가 생산했으며, 오는 연말 또는 내년 초 국내 출시를 목표로 인증 절차 및 마케팅을 활발히 전개 중이다. 신차 공개 현장에서는 국내외 미디어 관계자와 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몰렸으며, 실제 차량을 둘러본 뒤 외관·내장재·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왔다. 제조사 측은 첨단주행보조시스템(ADAS)과 대형 디지털 계기판, 차선 유지 기능 등 프리미엄 사양도 대거 탑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주요 중국 완성차 메이커들은 최근 몇 년간 유럽을 비롯한 선진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기준 중국산 차량의 유럽 내 점유율은 9%를 넘어섰으며, 2년 전 대비 2배 가까이 급증했다. 국내 시장 역시 2025년 하반기부터 수입 중국차 등록 대수가 상승세를 나타냈다. 현대·기아차, 쌍용 등 기존 국산 브랜드는 “저렴한 중국산 무더기 유입”에 대한 경계심을 밝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품질과 브랜드 신뢰성에서 아직 국내 소비자의 눈높이를 충족하긴 어려우나, 가격 및 사양 경쟁력은 무시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산업 구조 관점에서 중국산 차량의 진입 확대는 단순 가격경쟁에만 머물지 않는다. 중국 차량은 최근 CATL을 비롯한 자국 배터리 업체와 협업하며, 2차전지·디지털 전장·친환경 파워트레인 등 미래차 핵심기술의 내재화도 빠르게 진전시켰다. 이번 레인지로버 닮은 신차 역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파워트레인 선택지를 모두 제시, 소비자 선택 폭을 한층 넓혔다. 가격은 동급 수입/국산 SUV 대비 절반 수준인 3천만~4천만 원대로 책정돼, 글로벌 밸류체인에서의 비용 절감과 제조 역량이 반영됐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실제 중국산 부품의 내재화 비율이 약 80%를 상회하며, 전장부품과 디지털 플랫폼은 자국 IT 대기업과 공동개발을 통해 조달하는 방식이 채택됐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불과 3년 전만 해도 중국차의 현지화 전략이 난항을 겪으며, 소비자 신뢰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특히 2022년 쌍용차가 인수합병 이후 대중차 브랜드 M&A에 나섰으나, 국산차 진영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하지만 2025년 이후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면서, 가격 경쟁력과 업그레이드된 사양을 내세운 중국차가 점차 입지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2030 저탄소차 로드맵, 정부의 친환경차 보조금 효율화 정책 등 시장 환경의 변화도 중국차 상륙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국내 배터리 3사와 부품사들은 중국산 저가 차에 맞서 기술이전, 현지합작, 원가경쟁력 확보 등 대응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는 “중국 업체와의 가격경쟁이 심화되면 전동화/프리미엄 전략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실제 유럽 등 일부 시장에서는 가격/사양이 뛰어난 중국차 침투에 맞서 프리미엄 라인업과 고객경험 차별화를 전개하는 전략이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 산업은 여전히 브랜드 가치, 정비 인프라, 리콜 등 사후서비스 신뢰도 등에서 중국산에 비해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중국차가 디자인, 기능, 가격 면에서 빠른 속도로 해외 선진시장까지 경쟁력을 얻고 있긴 해도, 차량의 내구성·중고차 잔존가치·장기 부품수급 리스크 등에서 소비자 우려를 완전히 씻어낼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간 기준으로 2025년 중국 자동차의 글로벌 수출량은 최초로 독일·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비슷한 시기, 국내 시장에서도 1만 대 이상 중국차가 등록된 것으로 관련 통계는 집계하고 있다. 업계는 “초기에는 일시적 관심에 그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가격/기술 경쟁력이 맞물리면 기존 완성차 업계의 시장 점유율 변화와 부품업체들의 공급망 조정 등 구조조정이 뒤따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점차 고도화되는 중국차의 상품성과 정밀한 가격 포지셔닝,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이 국내 자동차 시장 생태계에도 미칠 파장에 귀추가 주목된다.

— 조민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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