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천펜타포트, 음악으로 세계와 연결되는 도시의 힘

무대 아래로 쏟아지는 조명, 수천 명의 관객이 무대를 중심으로 파도처럼 일렁인다. 익숙한 기타 리프가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 밤하늘을 가로지르면서, 올 가을도 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이 세계 음악팬들의 순례지로 다시 태어났다. 매년 늘어나는 해외 관객들은 인천이 이미 ‘세계 속 음악도시’임을 증명한다. 간이 부스를 지키는 스태프, 카메라 렌즈 넘어 흘러가는 아티스트들의 표정, 단 분초의 공백도 허락 없는 치열한 순간들. 현장에서 기록하는 내내, ‘음악이 도시의 얼굴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낱낱이 증명되는 장면들을 눈에 담았다.

오후 여섯시, 헤드라이너 밴드의 리허설이 끝나자 무대 뒤 공간은 일순 팽팽한 긴장감으로 채워졌다.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외국인 관객들, 스웨덴·일본·호주에서 날아온 팬들, K-록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비행기를 탔다며 환하게 웃는 청년들. 인터뷰를 하면 “유럽에서도 펜타포트 소문이 자자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페스티벌은 단지 음악을 듣는 자리가 아니라 누군가에겐 세계와 연결되는 문, 다른 누군가에겐 인천이라는 도시가 지닌 브랜드 그 자체가 된다.

한동안 국내 록 페스티벌 시장이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하지만 인천펜타포트는 2023년을 기점으로 강력히 반등했다. 언론에 따르면 올해 누적관객수는 8만여 명, 이 중 5~6천 명이 해외에서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 상권, 음식점, 숙박업소는 그때마다 북적인다. 온라인 음악팬 커뮤니티에 올라온 생생한 후기는 “송도에 페스티벌 있으니 한번은 꼭 가야지”라는 추억을 쌓게 한다. 현장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다양한 언어들, 타지에서 이동해온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페스티벌을 그 자체로 ‘다국적’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무대를 가까이서 촬영하려다 보면, 아티스트와 관객 사이의 에너지가 만들어내는 파장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야외 페스티벌 특유의 자유로움, 관객들이 날리는 종이비행기, 맥주 캔을 건네받으며 나누는 낯선 이와의 대화, 이런 모든 순간들이 도시의 일상을 축제의 리듬으로 바꾼다. K-팝, K-힙합이 글로벌 화제이지만, 록이란 장르는 또 다른 결로 한국의 다양성과 에너지를 보여주는 통로가 된다.

인천펜타포트가 특별한 점은 해외 아티스트 섭외력과 무대 운영 노하우에 있다. 2026년에는 영국의 ‘플로렌스 앤 더 머신’, 일본 밴드 ‘오렌지 렌지’ 등의 티저가 사전에 공개되면서, 아시아 음악팬들은 물론 구미권 음악잡지의 시선도 집중됐다. 이를 바탕으로 인천시와 인천관광공사는 페스티벌 DNA를 도시 브랜드 확장으로 삼고 있다. 단순히 한 해 열리는 음악행사가 아니라, ‘글로벌 창조도시 인천’의 상징 코어가 된 셈이다. 밤 10시, 공연이 끝나고도 무대를 아쉬워하며 출구에 몰리는 관객들, 현장에 남아 넉넉히 수다를 나누는 관객들의 모습에서 도시의 미래가 읽힌다.

물론 한계도 분명하다. 일부 아티스트들은 아직 ‘입지’와 ‘무대환경’에 품을 잡는다. 교통과 접근성 논란은 꾸준하다. 지하철 막차 시간, 주변 상권의 숙박부족 문제 등은 여전히 페스티벌의 발전과 글로벌화에 발목을 잡는다. 주최 측이 내놓은 해결책들은 늘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문화공간이 발전하는 속도는 단순한 도시 인프라의 개선만으로는 따라잡지 못한다. 중요한 건 현장에 모인 수많은 청년, 가족, 외국인들 모두가 ‘음악으로 인천이 세계와 연결된다’는 경험을 공유하며 돌아간다는 점이다.

비슷한 국제 페스티벌 사례로 영국의 ‘글래스톤베리’나 일본 ‘후지록’을 들 수 있다. 모두 특정 지역과 도시가 음악을 통해 글로벌 문화허브로 탈바꿈한 경우다. 인천 역시 국제공항, 항만, 최첨단 신도시라는 인프라를 등에 업고 ‘국경 없는 음악축제’로 진화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땅에 새겨진 항구의 기억 위, 세계의 젊은이들이 록과 일렉트로닉 그리고 새로운 장르로 뒤섞인다. 무대 위 아래에서 이어지는 짧은 만남과 우정, 밤하늘을 가르는 셀 수 없는 휴대폰 불빛이 도시의 새로운 상징이자, 축제의 진짜 얼굴이다.

페스티벌이 끝난 뒤에도 그 리듬은 도시 골목길을 적신다. 지역 청년밴드가 소규모 공연장에서 펜타포트 무대에 오를 날을 꿈꾸는 모습, 새로운 음악이 탄생해 다시 도시의 거리를 울리는 흐름. 인천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음악이라는 응집력이 도시를 글로벌 커넥터로 이끌고, 일상까지 바꿔놓는다. 인천펜타포트는 그 변화의 한복판에서 ‘음악이 이끄는 도시’라는 존재감을, 매년 한여름 현장을 통해 세계에 각인시키고 있다.

— 백하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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