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딛고 제주어로 노래하다’—가수 정원의 귀환이 던지는 의미

음악은 늘 언어와 함께 진화하고, 언어는 공동체의 기억과 직결된다. 최근 가수 정원이 제주어로 된 앨범을 발표했다는 소식은 제주라는 지역의 문화적 맥락을 다시 환기시키는 계기로 읽힌다. 코로나 팬데믹, 대형 기획사 주도 시장, 글로벌으로 좁혀진 음악 산업의 현실 속에서 모국어의 방언, 그것도 소멸위기에 처한 제주어로 음악을 발표한다는 시도는 어떤 삶의 중첩을 상징한다. 보도에 따르면 정원은 개인적 시련을 겪는 와중에도 오랜 시간 제주어를 연구하며 앨범을 준비했다. 이미 지역 사회의 ‘제주어 보존 노력’은 꾸준했으나 이처럼 대중가요라는 형식을 빌려 구체적 결과물을 내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특히 제주어는 2010년 유네스코에 의해 소멸 위험 언어로 지정됐다. 그 이후 여러 창작자, 언어학자, 교육 현장이 각자의 방식으로 보존과 확산 시도를 해왔으나 음악 산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정원의 행보를 둘러싼 맥락은 단순히 한 개인 예술가의 ‘자기 극복’의 서사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앨범은 현재진행형의 지역어 소멸 현상을 대중음악과 결합했다는 점에서 문화적 함의가 크다. 전통과 현대, 소수성과 보편성, 지역과 세계 사이에서 균형잡기란 결코 쉽지 않다. 현재의 한국 음악계는 표준어와 영어 기반의 곡이 시장점유율을 압도한다. 그 안에서 지역어 기반 앨범 발표는 모험이자 ‘저항’의 의미도 지닌다. 실제 보도에서도 확인되듯 정원은 앨범 제작과정에서 현지 어르신들을 만나 제주어 발음을 매만졌고, 곡마다 제주 서사의 일면을 녹였다. 제주4·3사건, 이주민의 기억, 해녀 공동체 이야기 등 다양한 삶의 단면이 수록곡의 배경이 되었다.

비슷한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2010년대 중반 ‘서편제’ 뮤지컬이나 경기민요의 팝 변주 등, 전통에 바탕을 둔 프로젝트가 사회적 주목을 받았으나, 상업적으론 한계를 분명히 드러냈었다. 다만 그때와는 달리 오늘의 음악 시장은 ‘K-무브’와 글로벌 플랫폼의 힘으로 다계층, 다언어, 하위장르까지 포섭하는 변화를 겪고 있다. 특정 지역의 음악이 ‘세계화’될 기반 역시 성숙해진 셈이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유튜브 챌린지 등 한류(韓流) 콘텐츠 전반에 지역성의 요소가 조금씩 녹아들면서, 제주어 가요 앨범 같은 시도 역시 일회성 기획이 아닌 국내외 청중과 새로운 접점이 된다는 가능성도 있다. 특히 MZ세대가 가치소비와 로컬리티에 반응하는 현상, 그리고 음악이 방언을 통해 구비전승과 미적 실험을 동시에 추구하는 경향이 만난다는 점에서 의미를 되짚을 수 있다.

정원 본인이 언급한 ‘시련’의 면모는 이미 대중에 여러 방식으로 알려진 바 있다. 연예계 데뷔 후 몇 차례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었고, 방송 출연 중 돌발 상황과 사회적 평가의 진폭을 거쳤으며, 최근에는 가족사까지 공개됐다. 제주어 앨범 프로젝트는 그러한 ‘자기 치유’의 통로였다는 인터뷰가 기사 곳곳에 담겨 있다. 실제 음악 심리학계에서는 모국어로 노래하는 경험이 예술가의 트라우마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가 있다. 리스너의 입장에서도 내러티브와 발음, 억양에서 느껴지는 정서적 농도는 표준어 노래와 구분된다. 지역사회의 어르신들은 정원의 앨범 발표를 기다려왔다는 말과, 실제 곡의 가사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 후원 등 구체적 참여를 보이며 앨범의 존재감은 어느 정도 현장의 기대와 결합된다.

다른 언론도 이번 시도에 특정한 주목을 보낸다. 일부 지방일간지에서는 앨범 자체보다는 제주어 교육 효과, 세대 간 문해력의 격차로 인한 해석의 난점, 디지털 플랫폼 등록 과정 등 주변 쟁점에 더 초점을 두기도 했다. 반면 문화예술계에서는 예술가의 ‘장르 혼성’ ‘언어-정체성 실험’에 의미를 부여한다. 상업성이라는 차가운 평가도 여전히 병존한다. 오히려 이번 앨범 발표와 유사하게, 앞으로 더 많은 예술가가 자기의 문화 뿌리를 재탐색하는 흐름에 불을 지필 가능성이 크다. 한 인터뷰에 따르면, 정원은 후속 앨범 역시 제주어로 작업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이 같은 지속성, 즉 한 번의 기획성 접근이 아닌 장기적 변화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런 흐름은 단순한 음악계 소식 이상의 사회적 자극이 된다. 2020년대 중반을 거치며 한국 사회에서 ‘지역성’ ‘다양성’은 상징적 화두로 떠올랐으나, 구체적 성취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표준어 중심, 대중성 중심, 이미 서울-수도권 중심화가 견고한 한국 음악시장이 단 한 번의 제주어 앨범으로 특별히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노래를 듣고, 자기 모국어의 방언이 더는 주변부가 아닌 창작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실험’ 자체가 던지는 울림은 분명하다. 예술은 늘 변두리, 사라질 위기의 것들과 손잡으며 새로운 삶의 형식을 모색한다. 정원의 목소리에 담긴 노동, 상처, 지역, 가족,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용기를 듣는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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