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무대서 ‘약체’로 전락한 K리그, 왜 이렇게 됐나?
올시즌 K리그가 아시아 축구 챔피언스리그(ACL) 무대에서 ‘쉬운 상대’ 취급을 받고 있다는 신호탄은 이미 수차례 감지됐다. 강호로 불렸던 한국 구단들이 잇따라 동남아, 중동, 일본팀들에게 충격패를 당했다. 한때 아시아 정상을 목표로 삼았던 K리그가 ‘만만한 상대로 몰락했다’는 평가까지 등장하고 있다. 특히 2026 ACL 조별예선 3~4라운드를 거치며 전력 열세가 점점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같은 흐름은 단순히 결과만의 문제가 아닌, 그 내면의 기초 체력이 여러 전술적 변수 앞에서 무너지는 구조적 문제를 시사한다. 전술적으로 과거 한국팀 특유의 ‘압박-스피드-체력’ 삼박자는 최근 동아시아, 남아시아 리그의 약진 앞에서는 먹히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지난 인천 유나이티드의 우라와 원정 내용은 조직력의 허술함, 공격진의 창의력 부족, 밸런스 붕괴 등이 그대로 노출됐다. 선수 개개인의 물리적 피로와 부상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2선, 3선에서 압박을 풀어주는 연결고리 부재, 중앙-측면-공간 활용의 전략적 다양성 결여가 명확하다.
K리그 팀들은 기본적으로 수비와 미드필드 라인의 조직력이 예전만 못해졌다. 빌드업 과정에서 1차 압박 한 번 무너지면 순간적인 수적 열세를 허용한다. 최근 카타르, 일본, 태국 등 리그의 콤비네이션 플레이와 스위칭 전술은 K리그 수비라인에 빈틈을 만들기 충분했다. 특히 3-4-3, 4-1-4-1 등 현대 축구에서 널리 쓰이는 전형적 포메이션으로 맞서는 상대들을 상대로 K리그 팀들은 라인 간격 유지를 못한다. 그 결과 하프스페이스 침투와 세컨볼 대응력이 밀리는 장면이 반복된다.
반면 공격 전환에서는 높이와 스피드라는 K리그 특유의 무기가 무뎌졌다. 상대가 적극적으로 소유권을 가져가며, 라인을 높일 때 역습의 흐름이 지지부진해진다. ACL에서 심각하게 부족한 ‘킬러’ 공격수가 더 이상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러한 전술적 한계는 대표팀 선수 발탁에서도 같은 문제를 노출시킨다. 최근 몇 해 K리그 출신 선수들이 A대표팀, 혹은 유럽 진출 이후 즉각적으로 전력 상승을 도모하지 못하는 원인 역시 리그 자체의 실전 경쟁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일본 J리그와 사우디, 카타르, 심지어 태국 일부 구단들은 이미 선수 영입과 유능한 지도자 영입에 국가적, 구단 차원의 전폭 지원을 받고 있다. 전술 퀄리티와 피지컬 관리, 특히 유스 시스템에 거침없이 자본이 투입된 결과다. J리그 구단들은 높이와 스피드, 압박을 넘어서 점유율 전술과 유기적 움직임으로 K리그 팀들을 격퇴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연봉 경쟁력 문제가 아니라, 전체 리그의 전술적 진화와 준비 정도의 차이다.
여기서 K리그 팀의 청사진에는 문제점이 도드라진다. 최근 다수 구단들이 단기 성적에 급급하며 외국인 선수 몸값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심화됐다. 내실 없는 투자와 청소년, 2군 시스템 방치가 전술적 다양성과 리그 전체 페이스 저하로 이어졌고, 에이스급 자원이 해외로 빠져나간 이후에는 대체자 발굴이 이뤄지지 않는다. FA컵, 리그 순위 경쟁 등으로 시즌 내내 로테이션과 체력 관리가 부실해진 것도 문제다.
선수 영입 정책 또한 전염병처럼 고정화됐다. 즉시 전력감을 땜질식으로 외부에서 찾다보니, 전술적 기초 체력은 제자리 걸음이다. 예를들어 일본의 도쿠시마, 요코하마 마리노스 같은 팀들은 끈질긴 시스템 플레이와 감독-프런트-스카우팅 체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하지만 K리그 다수 구단은 단기 임팩트만 고려하며 전술의 디테일 축적이 어렵다. 코칭스태프의 변동도 잦아 선수단 전체가 시스템 적응에 실패한다.
다른 아시아 리그가 고속 성장하는 중에도, K리그는 자체 브랜드 파워·경쟁력·미디어 노출 등 다각적인 약세에 시달리고 있다. 모든 구단이 ‘신흥 강자’들에게 고전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의 전술 실험 또는 혁신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과거 유병수, 이동국, 염기훈 등 스타플레이어 전성기와 꾸준한 유소년 육성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K리그는 중심축이 사라진 팀 컬러, 교체 자원 빈약, 수평적 전술력 상실이라는 삼중고로 몰린다.
이런 추세는 K리그의 ‘수준’ 자체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직결된다. ACL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구단 스카우터들이 K리그를 ‘힘 있고 단조로운 리그’ 정도로만 평가하며 선택 저하로 이어지는 근본적 위기다. 경기장 분위기, 팬덤 동원력, 심판 판정의 신뢰성 등도 현저히 낮아졌다.
K리그가 아시아 정상을 다시 노리려면 전방위적 혁신이 필수다. 단기적인 외국인 의존에서 벗어나 유소년·2군·전술연구·프런트 협업 등 중장기 투자로 리그 기저 체질을 바꿔야 한다. 공격, 수비, 전환의 연결고리를 정교하게 다듬고, 스타플레이어 양성뿐 아니라 급변하는 전술 트렌드 적응력을 키워야 한다. 포메이션 유연성, 밸런스, 피지컬 활용의 재점검 없이는 K리그의 아시아 정상 복귀는 요원하다.
결국, 피치 안의 11명만 변화한다고 답이 아니다. 구단, 리그 전체, 전술 철학, 운영 구조까지 함께 바꿔야 ‘아시아 만만팀’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실력의 차이를 인정해야 진짜 혁신이 가능하다. K리그의 내일도, 지금 희생을 견뎌야만 그려진다. — 김태영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