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100만대, 정비 시장의 병목…배터리 수리 23일 ‘신속성’이 관건

전기차 등록 대수가 2026년 현재 100만 대를 돌파했다. 이 수치는 지난해 대비 23% 증가한 수치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 흐름과 비교해도 국내 전기차 확산 속도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전기차 보유자가 실감하는 이른바 ‘정비 공백’은 요청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내 주요 전기차 A/S(애프터서비스) 센터를 취재한 결과, 단순 배터리 이상만으로도 수리 평균 소요 기간이 23일에 달했다. 내연기관차 배터리 교체 소요가 통상 2~3일 이내임을 감안하면, 전기차의 유지 보수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얼마나 미흡한지 실감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와 완성차 업계 자료를 보면,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관련 수리가 전체 정비 요청의 52%를 차지한다. 국내 대표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진단 및 모듈 분해·재조립을 위한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통계적으로 전기차 1만 대당 공식 배터리 정비 가능 센터는 0.9개에 불과하다. 현대차그룹과 테슬라코리아의 공식 발표를 보면 2025년까지 각각 50곳, 12곳 센터 추가를 예고했으나, 연평균 전기차 증가분(약 17만 대)에 비하면 수급이 결코 넉넉하지 않다.

글로벌 시장을 살펴보면 미국의 전기차 A/S 시장은 이미 2024년 기준으로 정비소당 담당 대수가 380대 수준까지 하락했다. 이는 인력 양성과 정비 시설 투자를 집중적으로 늘린 결과다. 반면 국내에선 인력 양성 프로그램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으며, 기술 전문성 인증 제도를 구체화하지 못한 점이 뚜렷하다. 유럽 주요국 역시 A/S 표준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독일, 노르웨이 등은 배터리 모듈 교체, BMS(배터리관리시스템) SW 업그레이드 자격을 별도로 인증한다. 국내에서도 향후 별도 자격증 내지 국가 공인 정비 인력 신속 양성이 산업계 과제다.

전기차 업체별 전략도 눈여겨볼 만하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투입된 ‘모듈식 진단기’를 통해 배터리 결함 원인을 신속히 판별할 수 있다고 밝혔고, 테슬라코리아는 수리 지연 보상제를 한시적으로 시행 중이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품 재고 부족, 대기 차량 과적 현상, 서비스 예약 다음날 바로 수리 불가 등 불편이 지속되고 있다. 평균 대기기간 23일은 국내 4대 보험사 판단에서도 ‘소비자 불만 요인 1위’로 꼽힌다. 이는 전기차 전환 초기 이점(연료비 절감, 기계적 고장 감소)과는 달리, 부품 공급망 및 전문 인력 운용이 따라오지 못할 때 발생하는 필연적 병목 현상이라 볼 수 있다.

재정비 시장 규모도 확대된다. 2026년 기준 국내 전기차 부품 시장은 약 1조 1,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배터리 관련 정비 및 재정비 비중이 37%를 차지한다. 부품 수급의 해외 의존도가 81% 달해, 공급망 안정성과 배송 기간 역시 변수로 작용한다. 당장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차 배터리 부품 국산화 로드맵’을 2027년까지 제시했으나, 현실적인 인력과 설비 구축 스케줄이 지연될 공산이 크다. OES(순정품기업)와의 협력 네트워크 강화를 언급하지만, 실제 부품 특성상 일부 부속은 여전히 수주-조립-진단-테스트까지 한달여가 소요된다.

기후변화 대응·탄소중립 기조에서 전기차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 세계 배터리 리콜사례(2025~2026)에서도 알 수 있듯, 장기간 A/S 대기에 따른 사회적 손실비용, 불평등 접근(도심권>지방), 폐배터리 적체 문제 등 각종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 유럽은 중고배터리 활용, 모듈 단위 교환 등 솔루션에 주력 중이다. 국내 또한 신속한 공식 센터 확장 및 배터리 진단-교체의 효율화, 지방권·취약지 정비 네트워크 개선, 부품 공급 다변화가 중장기 성장의 열쇠로 남을 전망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전기차 보급 속도와 정비 시스템의 효율은 여전히 ‘디커플링’ 상태로 보인다. 정부와 기업의 분야별 통합 전략, 예산지원 및 전문인력 양성 중심의 혁신이 요구된다. 시장의 빠른 성장은 결국 유지·관리 체계의 적기 투자가 뒷받침될 때 지속 가능하다. — 박서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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