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신생 3사 상장에 거는 시장의 기대와 그림자

11월 첫날, 코스닥 시장이 세 개의 신생 기업 영광, 래블업, 이에스티의 상장으로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외형적으로는 자본시장의 풍성함을 상징하지만, 이 거대한 데뷔 뒤에는 국내 벤처 시장과 기업공개(IPO) 시스템이 품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이 한데 얽혀 있다. 단순히 신규 상장이라는 뉴스 이상의 의미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세 기업의 공통점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술력과 각자만의 성장 동력을 내세웠다는 점이다. 영광은 친환경 에너지와 미래 사업, 래블업은 AI·플랫폼 육성, 이에스티는 소재·부품 제조 등 각자의 전문영역에서 IPO를 강행했다. 최근 1~2년간 침체됐던 코스닥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주식시장과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 분명하다.

정작 투자자들은 이 명분에 얼마나 신뢰를 보내는가. 2020년 중반 이후 한국 증시—특히 코스닥—는 고평가 논란과 투자자 보호 시스템 부재, 주요 주주의 상장 후 차익실현 우려 등 구조적 허점을 드러내왔다. 신생 기업들이 상장 첫날 시가총액이 급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은 투자 심리가 여전히 불안정함을 보여준다. 자금이 몰리며 버블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에서 실질적인 기업 경쟁력 검증은 뒷전으로 밀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영광, 래블업, 이에스티 모두 상장 과정에서 성장성 특례, 기술특례 등 기존 규제의 틈을 이용해 조기 상장에 성공했다. 표면적으로는 혁신과 성장의 상징이나, 속을 들여다보면 투자자 보호망이 취약하고 사모펀드, 벤처캐피털을 비롯한 기관투자자가 상장 직후 집중적으로 차익을 실현하는 ‘먹튀’ 리스크 역시 공존하고 있다.

증권사 리포트와 업계 전문가, 내부 고위직 인터뷰를 종합해 보면, 코스닥 신규 상장 러시는 소위 ‘옥석 가리기’ 없는 단기 성장주의 가속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영광, 래블업, 이에스티에 흘러들어간 공모 자금의 상당액은 ‘따상’—즉, 공모가 두배+상한가—이후 매도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초반 열기와 언론의 호들갑 뒤로는, 코스닥 자본시장을 둘러싼 허약한 투자 생태계와 정보 비대칭 구조가 계속해서 투자자 피해로 귀결되는 것이다. 특히 이 기업들이 활용한 ‘미래 성장성 특례’ 제도는 실적보다는 기술력·아이디어를 앞세워 규제를 완화하는 구조다. 주관사와 지배주주, 사모펀드가 공모 단계에서부터 정보를 통제하며 시장 가격을 좌우한다. 상장 이후 이들은 시장에 매물을 쏟아내면서 개미 투자자들이 ‘폭탄 돌리기’의 최종 피해자가 되는 구도가 반복된다.

상황을 더 복잡하게 하는 건, 정부와 거래소가 코스닥 활성화 명분을 내세우며 심사 기준을 계속 완화하는 현상이다. 청년·벤처 기업의 혁신 성과를 확대한다는 정책 명분 아래 실적이 덜 검증된 기업에도 문턱이 낮아졌다. 문제는 이로 인해 ‘오너 리스크’—즉, 최대주주·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위험이 상장 직후 더욱 커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 빠르게 코스닥에 진출한 신생 기업 가운데 내부 고발, 회계 부정, 단기 주가조작 사례가 지속적으로 포착됐다.

영광, 래블업, 이에스티 세 기업의 실질 경쟁력은 결국 상장 직후 1~2년 내 시장에서 체계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단기 공모 흥행 이면에 존재하는 경영 투명성, 미래 이익 실현 가능성, 외부 감사 체계의 독립성 등 ‘진짜 실력’ 검증이 보다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투자자 역시 상장 당일의 가격 변동이나 언론의 단기 논평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 기업가치를 따져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내부고발 시스템 강화를 비롯한 자본시장 규제 당국의 감독, 소액주주 피해 구제를 위한 제도적 방패가 마련되지 않는 한 코스닥 데뷔의 명암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결국 상장 자체보다 중요한 건 시장의 신뢰다. 혁신 기업들의 IPO가 진정한 미래 먹거리 창출로 이어지기 위해선, ‘상장=성공’이라는 현혹적 프레임을 경계해야 한다. 짧은 시세 차익을 노리는 불안정한 자본시장 환경이 반복된다면, 진짜 성장기업은 점점 증시에 등을 돌리게 된다.

이제 투자자 보호와 자본시장의 실질적 분별력을 강화하는 사회적 감시망이 더 견고해질 차례다. 불투명한 상장 구조를 활용한 소수의 이익 움직임을 감시하고, 피해자를 위한 합리적 구제장치를 만드는 일에 정부, 거래소, 시민사회, 언론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코스닥 신규 상장의 이면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가 쌓여 있다.

— 송예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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