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정신건강복지센터, 자녀 미디어 과의존 예방 위한 부모 교육…우리들의 작은 용기에서 시작되는 변화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스크린의 홍수 속에서, 부모와 아이들의 일상은 어느샌가 ‘미디어’라는 거대한 파도 위에서 요동치고 있다. 광주시정신건강복지센터가 최근 자녀 미디어 과의존 예방을 위한 부모 교육을 마련했다는 소식은, 이 시대의 수많은 부모들에게 적잖은 울림이 있다. 해당 센터의 이번 교육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실제로 자녀의 손을 잡고 길을 함께 걷는 부모들의 생생한 사례, 그리고 ‘균형’이라는 쉽지 않은 화두 앞에 선 가족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다.

강연에 참석한 김현주(41) 씨는 이런 이야기를 전했다. “아이가 스마트폰 없으면 밥도 안 먹겠다고 할 때, 그게 단순 떼쓰기인지 정말 힘들어서 그런 건지 몰라서… 불안해서 여기 찾아왔어요.” 같은 고민을 가진 부모들의 표정에는 피곤함, 안타까움, 그리고 어쩔 수 없다는 자포자기와 비슷한 감정이 엿보였다. 대한민국 교육 현장과 가정 공간의 최전선에는, 우리 사회 전체가 마주해야 할 ‘미디어 양육’이라는 복잡한 과제가 놓여 있다.

최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국내외 여러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 기기 의존은 충동성, 집중력 저하, 부모·자녀 간 의사소통 장애, 우울·불안 등 정신건강 문제와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일례로 지난해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조사 결과, 10대 미디어 과의존 위험군이 전체 청소년의 약 30%에 달했다. 이런 수치는 참담함을 넘어, 이제 막연히 아이 탓만 할 수 없는 현실을 드러낸다.

광주시정신건강복지센터가 추진한 이번 교육에서는 ‘통제’가 아닌 ‘이해’와 ‘공존’의 패러다임이 강조됐다. 강의실에 모인 부모들은 자녀의 미디어 사용을 무턱대고 줄이거나 다그치는 방식 대신, 함께 이유를 찾아보고 건강한 소통의 방법을 배워나갔다. 사례로 소개된 한 아버지는 “아들과 PC 게임 시간을 놓고 다투다, 오히려 같이 게임을 해보면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 패널도 이와 별개로, 선을 긋는 규칙보다는 대화를 통한 상호 신뢰 회복, 일방적 지시보다 가족 내 합의의 힘을 강조했다.

여기에 광주시정신건강복지센터의 실무자들은 교육 종료 후에도 부모들을 위한 상담 창구와 온라인 지원, 후속 모임 등을 제공하겠다 밝혔다. 이는 다른 지역 센터들도 주목해야 할 모범적인 움직임이다. 교육에 참여한 한 어머니는 “내가 잘 못하고 있다고 질책만 했는데, 오늘 나와 비슷한 부모들이 많다는 걸 아니 안심이 됐다”며 울먹였다. 모두의 마음속에 ‘완벽한 부모’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결국 아이보다 더 힘든 건 혼자 끌어안아 온 부모 자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러 현장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한계도 분명하다. 미디어 의존은 심각한 공공 문제로 자리잡았으나, 아직까지 국가 단위의 장기 대책이나 학교·지자체 차원의 구체적 실행은 미흡하다. 각 지방자치단체 정신건강복지센터 및 학교 현장, 그리고 소아청소년정신과 진료 현장에서는 “문제의 핵심인 부모-자녀 소통, 자기조절력 향상 같은 생활 속 실천이 정책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맞벌이·1인가구 등 돌봄 사각지대 현실이 교육 격차와 미디어 의존의 악순환으로 연결되는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

또, 이번 교육처럼 적극적인 현장 개입이 오히려 부담이 되어 참여율이 저조해지는 역설도 있다. 사회적 낙인, 시간적 제한, 접근성 등 각종 방해 요인이 가족 회복과 정책 실효성 사이에 놓인 벽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디어 금지’라는 구호 대신, 누구나 지원 받을 수 있는 지역 커뮤니티의 역할 강화를 주문한다. 실제로 서울, 대구 등 여러 도시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늘고 있지만, 아직 전국적으로 확산되기까지는 여러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미디어 과의존 문제는 어느 한 세대, 한 집안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일이다. 부모와 자녀 모두가 상처받는 이 현실에서, 변화는 아주 작은 연대와 이해에서 시작된다. 광주시정신건강복지센터의 이번 시도가 남다른 의미를 가지는 것은, 개인의 두려움과 무력감을 사회의 협력과 나눔으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각자 자리에서 미디어와의 적절한 공존법을 모색하고, 정책·지원 체계를 더 촘촘히 만들어 가는 일. 어쩌면 아이보다 더 애쓰는 부모, 그리고 우리 사회 어른들의 용기와 연대가 지금 필요한 시대다.

당장의 뚜렷한 답은 보이지 않을지라도, ‘다른 부모들도 나와 똑같이 힘겹구나’라는 소박한 공감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가치일지 모른다.— 김민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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