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계엄 유도’ 발언, 헌정 질서 위협 경고인가 정국 전환 카드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무회의에서 ‘일부 정치세력이 계엄을 위해 전쟁을 유도하려 한다’는 발언을 하며 정국에 상당한 파장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를 ‘위험천만한 시도’로 규정하며 강력히 경고했는데, 이는 단순한 정쟁의 수위를 넘어 헌정 질서의 근간을 위협할 수 있는 발언으로 해석되며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특정 정치세력을 향해 국가 안보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음모론을 제기한 것으로,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최고 지도자가 직접적으로 ‘계엄’과 ‘전쟁 유도’를 언급하며 특정 세력을 지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그 발언의 진위와 상관없이 정치적 파장이 클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계엄령은 헌법상 국가 비상사태 시 발동되는 초헌법적 조치로, 국가 안위를 위태롭게 할 중대한 사변에 직면했을 때 대통령이 선포할 수 있지만,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민주적 통제 장치를 지닌다. 대통령이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다는 것은 현 정국의 위기감이 그만큼 고조되어 있다는 방증이자, 동시에 정국을 극단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한다.
이 발언의 배경에는 최근 국회에서 격화된 여야 간 입법 갈등, 특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주요 법안들을 둘러싼 재의결 논쟁과 여야의 첨예한 대치 국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고조되는 한반도 안보 위기론과 국내외 복합 위기 상황을 빌미로 정쟁이 더욱 심화되는 양상으로 보기도 한다. 대통령실은 최근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국정 운영 비판과 특정 언론의 보도 태도를 ‘정국 불안을 조장하려는 시도’로 해석해왔으며, 이번 발언은 그 연장선상에서 내부 결속을 다지고 대외적으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정당 전략의 일환으로도 풀이된다.
야권은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즉각 ‘국민을 분열시키고 반대 세력을 탄압하기 위한 허위 주장’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주요 야당 대표들은 ‘집권 세력의 국정 실패를 가리기 위한 전형적인 위기 조장 프레임’이라며 대통령의 사과와 함께 ‘계엄을 위해 전쟁을 유도하는 정치세력’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 제시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는 야권이 이번 사안을 단순한 정치적 공세로 보고 대통령의 발언이 갖는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여야 대응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반면 여당은 대통령의 발언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헌정 질서를 교란하려는 불순 세력에 대한 정당한 경고’라며 엄호에 나섰지만, 구체적인 ‘일부 정치세력’에 대한 명확한 설명 없이 논란만 증폭되는 상황이다.
이번 발언은 단순히 정치적 수사를 넘어 향후 주요 국정 현안, 특히 국방, 외교, 안보 관련 정책 결정 과정과 입법 논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방위원회 및 외교통일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에서는 격렬한 공방이 예상되며, 여야는 각각 안보 위기론과 민주주의 수호론을 앞세워 향후 총선 전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정당 전략을 더욱 노골화할 것이다. 특정 세력에 대한 대통령의 ‘위험천만한 시도’ 규정은 향후 검찰 및 사정기관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정 정국으로의 전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파장을 예고한다. 이러한 정책 논쟁은 단순히 이념적 대립을 넘어,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더욱 냉철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처럼 대통령의 직접적인 ‘전쟁 유도’ 발언이 나오면서 여야 간의 극한 대립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정 동력 약화는 물론,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사회 전반의 피로도를 높일 위험이 크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야권의 명확한 해명 요구와 증거 제시 압박이 거세질 것이며, 만약 대통령실이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정국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론 분열과 갈등은 불가피하나, 국가의 안위와 헌정 질서를 흔들 수 있는 ‘계엄’과 ‘전쟁’이라는 단어가 최고 지도자의 입에서 언급되는 것은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 이는 건강한 정책 논쟁의 여지를 축소하고, 상호 불신을 극대화하여 정치적 타협 가능성을 더욱 낮출 수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대통령이 주장하는 ‘위험천만한 시도’의 실체와, 이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국면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국회는 입법부로서 이 사안의 진실을 파악하고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대통령의 발언이 단순한 경고를 넘어 실제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세력에 대한 정당한 고발이라면 그에 합당한 법적, 정치적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며, 만약 정치적 의도를 가진 공세라면 그에 대한 국민적 판단이 뒤따를 것이다. 여야는 상대를 향한 비난 공방보다는 국가의 안정성과 국민의 안위를 최우선에 두는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특히 입법·정당 전략의 본질이 국민 통합과 국정 운영의 효율성에 맞춰져야 할 시기에, 이처럼 극단적인 언어가 오가는 현실은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 최은정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