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청소년 정책 참여, 국가 경쟁력과 미래 지정학적 위상의 시금석
광주 지역에서 열린 ‘학생 100인 정책제안 한마당’은 청소년들이 직접 지역 사회 문제 해결에 참여하고 우수 정책을 발표하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 표면적으로는 지방 자치의 활성화와 미래 세대의 시민 의식 함양이라는 교육적 목표에 충실해 보이지만, 국제부 기자로서 우리는 이 현상을 더욱 광범위한 지정학적, 국제경제적 맥락에서 분석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국가 간 힘의 논리가 작동하는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청소년들의 능동적인 정책 참여는 한 국가의 미래 역량과 국제적 위상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글로벌 패권 경쟁은 단순히 군사적 우위나 생산량 중심의 경제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21세기 국력의 핵심은 창의적 인적 자본, 사회적 통합력, 그리고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국가적 역량에서 발현된다. 이를 우리는 ‘총체적 국력(Comprehensive National Power)’이라 부르며, 청소년들의 정책 참여는 바로 이 총체적 국력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광주 학생들이 미세먼지 저감,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 폐기물 처리 개선 등 다양한 지역 현안에 대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고 실현 가능한 정책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은, 비록 그 대상이 지역 사회에 머무를지라도, 미래 한국 사회가 당면할 복합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스스로 찾아내는 역량을 키우는 훈련이다. 이러한 역량은 훗날 국제적인 도전 과제, 예를 들어 기후 변화 대응, 글로벌 팬데믹 관리, 국제 공급망 재편과 같은 복잡한 문제들에 대한 국가적 대응력을 높이는 데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는 곧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좌우하는 근본적인 힘으로 이어진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청년 세대는 언제나 사회 변화와 국가 발전의 핵심 동력이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제국주의의 물결 속에서 독립을 염원했던 한반도의 청년들은 조국 근대화와 자치 역량 강화를 위해 교육과 계몽에 앞장섰다. 3.1운동과 같은 저항 운동에서 학생들이 보여준 주도적 역할은 단순한 열정을 넘어, 민족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려는 강렬한 의지의 표출이었다. 서구의 여러 시민 혁명에서도 대학생과 젊은 지식인들은 부패한 구체제를 비판하고 새로운 공화국을 건설하는 사상적, 행동적 주역이었다. 이들의 참여는 당대 국가의 국제적 지위와 체제 전환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였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역사적 맥락은 유효하다. 물리적 충돌보다는 지적 경쟁과 외교적 수완이 중요해진 시대에, 젊은 세대의 비판적 사고, 문제 해결 능력, 그리고 공동체 의식은 더욱 정교한 형태로 국가 역량에 기여한다. 이들이 현재의 사회 문제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주도적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미래 국가가 마주할 국내외적 위기 상황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를 예고하는 중요한 징표다.
세계 주요 강대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래 세대 인재 양성에 국가적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글로벌 혁신을 주도하는 배경에는 개방적이고 도전적인 교육 시스템과 젊은 인재들의 자유로운 아이디어 교환이 있다. 중국은 ‘천인계획’과 같은 국가 주도형 인재 유치 및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의 우수 두뇌를 자국으로 끌어들이고 있으며, 과학 기술 분야의 젊은 엘리트들을 국가 전략 프로젝트의 핵심 인력으로 활용한다. 일본 역시 ‘초스마트 사회 5.0’과 같은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젊고 혁신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국가가 이처럼 미래 세대 육성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급변하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지정학적 이해관계의 충돌, 그리고 국제 경제 질서 재편 속에서 자국의 주도권과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대한민국 역시 이러한 국제적 흐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청소년들의 정책 참여를 단순한 체험 학습의 수준을 넘어, 국가 생존 전략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특히,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강대국들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교차하는 민감한 지역이다. 주변국의 미묘한 외교적 줄타기와 예측 불가능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내부적 역량 강화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청소년들이 사회 현안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고 능동적으로 정책을 제안하는 것은, 사회 전반의 문제 해결 역량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 환경 속에서 국가의 예측 불가능성을 줄이고, 복잡한 위기 상황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 능력을 제고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이러한 국내적 기반 강화는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외교적 유연성과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강력한 대외 정책은 내부적 결속과 국민적 역량이라는 굳건한 토대 위에서만 비로소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 학생들의 정책 제안이 당장 국제 외교 무대에서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참여와 경험은 미래 한국의 외교관, 국제경제 전문가, 과학 기술 혁신가, 그리고 국제기구 활동가들을 길러내는 귀중한 자양분이 된다. 국제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량은 복합적인 상황을 분석하는 비판적 사고력, 난제에 대한 창의적 해결 능력, 그리고 다양한 문화와 가치를 이해하고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며 조율하는 능력이다. 이 모든 역량은 학생들이 스스로 정책을 기획하고, 그 타당성을 논증하며, 동료들과 토론하고, 공적인 자리에서 발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함양될 수 있다. 이처럼 체계적으로 길러진 인재들이 훗날 글로벌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국익을 효과적으로 대변하고,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 인류 공영에 기여할 때, 광주에서의 작은 풀뿌리 민주주의적 시도는 비로소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거시적 목표와 웅장하게 맞닿게 된다.
결론적으로, 광주 지역 학생들의 정책 제안 활동은 일견 평범한 지역 행사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21세기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한 중요한 지정학적, 사회경제적 의미가 깊이 내포되어 있다. 강대국들이 혁신적 인적 자본 확보에 사활을 걸고, 미래 세대의 역량을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현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은 이러한 풀뿌리 민주주의적 참여와 미래 세대의 역량 강화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 청소년들의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참여는 강대국 중심의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 사회에서 대한민국의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고, 국익을 수호하며, 나아가 인류 공영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중요한 과정이자, 국가적 차원의 가장 강력한 전략적 자산이다.
— 오지훈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