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미국 6차 무역협상, 15% 관세 목표…데이터로 본 경제 안보 지형 변화

SBS 뉴스 보도에 따르면, 타이완과 미국이 연내 제6차 무역협상을 앞두고 있으며, 핵심 목표 중 하나는 상호 관세를 15% 인하하는 것이다. 이는 2022년 6월 출범한 ’21세기 무역에 관한 미-타이완 이니셔티브(US-Taiwan Initiative on 21st-Century Trade)’의 연장선상에 있는 중요한 진전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타이완 양자 무역 규모는 약 1,600억 달러에 달하며, 미국은 타이완의 2대 교역국, 타이완은 미국의 8대 교역국이다. 특히 타이완의 대미 수출에서 반도체 및 전자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국제반도체산업협회(SEMI) 데이터에 따르면, 타이완은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TSMC는 세계 최첨단 반도체 생산의 핵심 축이다. 미국은 타이완산 농산물, 기계류, 화학제품 등을 수입하며, 타이완은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 항공기 부품, 에너지 등을 수입한다. 현재 양국 간에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하의 일반 관세율이 적용되고 있으나, 특정 품목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역 장벽이 존재한다. 이번 15% 관세 인하 목표는 양국 간의 경제적 유대 강화 및 특정 전략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강력한 의지를 반영하는 지표로 해석될 수 있다. 이전 5차례의 협상에서는 주로 무역 원활화, 규제 관행, 중소기업 협력, 반부패 등 비관세 장벽 해소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번 6차 협상에서의 관세 인하 논의는 양자 무역 관계의 질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경제적 이득을 넘어선 전략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21세기 무역 이니셔티브’는 미중 전략 경쟁 심화와 공급망 불안정이라는 글로벌 경제 안보 환경 속에서 출범했다. 미국은 타이완과의 경제적 유대 강화를 통해 핵심 기술, 특히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유사시 핵심 부품 조달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디커플링(decoupling)’ 또는 ‘디리스킹(de-risking)’ 정책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타이완 입장에서도 대미 무역 확대는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분산하고,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중국은 타이완의 최대 교역국이지만, 중국과의 경제적 통합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내포한다.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타이완은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 유치 및 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자국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경우, 미국은 타이완의 핵심 고객이자 기술 협력 파트너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다른 무역협상 사례들과 비교해 볼 때, 이 이니셔티브는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와는 궤를 달리한다. IPEF가 공급망, 청정 경제, 공정 경제 등 비관세 협력에 중점을 둔 다자간 프레임워크인 반면, 미-타이완 이니셔티브는 관세 인하를 포함하는 양자간, 보다 전통적인 자유무역협정에 가까운 성격을 띤다. 이는 미국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파트너와는 심도 있는 양자 협상을 통해 실질적인 무역 장벽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협상은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중국 외교부는 일관되게 타이완과 미국 간의 모든 공식적인 교류와 무역협상을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로 규정하며 비난해왔다. 향후 협상 진전 정도에 따라 중국의 경제적, 외교적 압박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타이완의 대외 경제 정책 수립에 있어 항상 고려해야 할 중요한 변수이다. 산업별로 보면, 타이완의 농업 부문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 증가에 대한 우려를 표할 수 있으며, 미국의 일부 산업 역시 타이완산 제품의 시장 잠식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관점에서 볼 때, 관세 인하는 소비재 가격 안정화 및 산업 전반의 효율성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상호 관세 15% 인하가 실현될 경우, 미-타이완 양자 무역 규모는 현재보다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관세 인하 효과가 큰 산업, 예를 들어 정밀 기계, 일부 전자 부품, 특정 농산물 분야에서 교역량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이는 양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시장 기회를 제공하고, 소비자들에게는 더 다양한 선택과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할 것이다. 나아가, 이번 협상의 성공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내 다른 핵심 파트너들과의 양자 무역 관계를 강화하는 모델이 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중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고,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분석된다. 중도 보수적 관점에서 볼 때, 이는 국가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실용주의적 접근으로 평가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미-타이완 경제 블록이 강화되면서 역내 다른 국가들의 참여 가능성도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아세안(ASEAN) 회원국 등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반도체 등 전략 자산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는 글로벌 트렌드가 이번 협상을 통해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이번 관세 인하 협상이 단순히 관세에만 머물지 않고, 디지털 무역, 노동, 환경 등 ’21세기 무역 이니셔티브’의 다른 분야에서도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양국 간의 경제 시스템 통합을 더욱 심화시키고, 미래 지향적인 협력 모델을 제시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타이완과 미국의 6차 무역협상에서 논의될 15% 관세 인하 목표는 단순한 경제 수치를 넘어선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지정학적 역학 관계의 변화, 그리고 새로운 경제 안보 질서의 구축이라는 거시적 흐름 속에서 양국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데이터가 보여주듯이, 경제적 이익과 전략적 필요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양국 관계는 더욱 밀착되고 있으며, 이는 향후 국제 경제 및 안보 환경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 박서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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