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경고음, 동아시아 지정학을 겨누다: ‘계엄 사태’ 발언의 다층적 파장

2025년 12월 2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던진 발언은 대한민국 정치의 심장부를 넘어 동아시아 지정학의 판 자체를 흔드는 강력한 진동을 일으켰다. “일부 정치세력이 계엄을 위해 전쟁을 유도하고 있다”는 직접적이고 강도 높은 경고는 단순한 국내 정치적 수사를 넘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관계의 모든 행위자들에게 새로운 변수를 제시한 선언과도 같았다. 이 발언은 한국 사회의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가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신호인 동시에, 동맹과 주변국들의 전략적 계산법을 전면 재검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표면적으로 이번 발언은 대통령과 반대 진영 간의 극한 대립 구도를 명확히 보여준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2024년 윤석열 정부 당시의 비상계엄 사태가 남긴 깊은 트라우마와 정치적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은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소환함으로써, 현 정치 투쟁의 명분을 확보하고 국정 운영의 정당성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하지만 국가안보와 직결된 ‘전쟁’과 ‘계엄’이라는 단어를 최고지도자가 직접 거론한 것은, 그 의도와 무관하게 국가 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내외부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내부의 균열이 외부의 위협을 증폭시키는 안보 딜레마의 전형적인 사례가 서울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내부적 혼란을 가장 예민하게 주시하는 곳은 단연 워싱턴이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연결고리인 한미동맹의 기능 부전을 의미한다. 동맹의 가치는 상호 신뢰와 예측 가능성에 기반하지만, 한국의 정치 리더십이 ‘전쟁 유도’와 같은 내부의 적을 상정하는 상황은 동맹 운영의 일관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만든다. 북한의 핵 위협과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라는 거대한 도전에 맞서 한미일 3각 공조를 강화해야 하는 시점에, 서울에서 발생한 정치적 리스크는 워싱턴의 전략적 구상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다. 당장 북한의 오판 가능성을 차단하고 동맹의 견고함을 재확인해야 하는 복잡한 과제가 워싱턴 앞에 놓였다.

도쿄의 시선 또한 불안감으로 가득 차 있다. 일본에게 한국의 정치적 안정은 자국의 안보와 직결된 문제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한일, 한미일 정보 공유 및 군사 협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한국 내부의 정치적 갈등이 안보 이슈로 비화할 경우, 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와 같은 핵심적인 협력 체계가 다시금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본은 한국의 내부 상황을 주시하며, 독자적인 방위력 강화와 미일동맹 중심의 안보 체제에 더욱 의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의 불안정성은 결과적으로 동북아에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를 정당화하는 또 하나의 논리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베이징은 이 상황을 복합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것이다. 단기적으로 한미동맹의 균열과 한국 사회의 내부 분열은 중국에게 전략적 기회로 비춰질 수 있다. 미국 주도의 대중국 견제선에서 한국의 이탈 가능성을 타진하며, 경제적 영향력을 통해 한국을 자국 측으로 끌어당기려는 시도를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베이징 역시 한반도의 급격한 불안정은 원치 않는다. 통제 불가능한 군사적 충돌이나 정권의 붕괴는 중국 국경 지역에 심각한 안보 위협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은 표면적으로는 내정 불간섭 원칙을 내세우면서도, 물밑에서는 갈등이 특정 수위를 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려 할 것이다. 기회를 엿보면서도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중국의 ‘전략적 인내’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는 단연 평양의 행보다. 북한은 남한의 정치적 혼란을 자신들의 체제 선전과 대남 압박의 호재로 활용해왔다. 최고지도자의 입에서 ‘전쟁’과 ‘계엄’이 거론되는 상황은 북한에게 군사적 도발의 유혹을 느끼게 할 수 있다. 남한 내부의 분열로 인해 한미 연합 대응 태세가 약화되었다고 오판할 경우, 과거 연평도 포격이나 천안함 피격과 같은 국지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김정은 정권이 내부 안정에 집중하며 상황을 관망할 수도 있지만, 불확실성 자체가 이미 동북아 안보의 거대한 위협 요인이다.

결론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의 국내 정치가 더 이상 국내 문제에 머무르지 않음을 명백히 보여주었다. 서울의 정치적 양극화는 이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수위를 결정하고, 주변 강대국들의 전략적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지정학적 변수로 부상했다. 국가의 생존과 번영이 걸린 외교안보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내부의 정쟁으로 인해 표류할 때, 그 대가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이번 사태는 동아시아의 모든 행위자들에게 ‘서울 리스크’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향후 동북아 정세는 대한민국의 정치적 안정 여부에 따라 크게 요동칠 것이다.

— 천유빈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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