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과 헌정 위기의 경계선—오세훈 발언을 둘러싼 정치 지형 분석
첫머리에서 요약하자면,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을 내란세력 몰이로 규정하는 민주당이야말로 헌정 질서 파괴자’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발언이 정계에 큰 파장을 던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여야 간 설전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 구조에서 정파적 교착이 어떻게 헌정질서와 직결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사건의 발단은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검찰의 이재명 대표 기소 등 일련의 법적 조치에 대해 ‘야당 탄압’, 나아가 헌정파괴와 내란 음모론까지 끌어올린 데서 비롯됐다. 민주당 지도부와 친이재명계 핵심 인사들은 현 정부와 검찰을 향해 과거 군부 독재 정권이 민주화 세력을 탄압했던 내란 세력과 유사하다고 맹비난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국민의힘 및 보수 진영 인사들은 이러한 여론전을 ‘정치적 방탄’과 ‘원색적 프레임 전환’이라고 규정해왔다. 오세훈 시장의 발언은 바로 이 구도에서 등장한다. 오 시장은 여야의 투쟁 구도를 감정적 언어로 한층 높여 “명백한 야당 탄압은 오히려 민주당이 하고 있다”며, 유권자들의 시선을 헌정질서 수호의 본질로 환기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발언이 단순한 시정 현안이 아닌, 차기 총선을 앞두고 서울이라는 정치적 중심 무대에서 제1야당의 도덕성과 체제수호 정통성까지 의문을 제기하는 발언임을 주목한다.
큰 구조로 보자면, 이번 논쟁은 세 가지 층위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헌정질서 수호의 관점에서 여야 간 책임 소재다. 우리 헌법은 정당의 합법적 존립뿐 아니라 국가 기관의 폭력적 개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이를 근거로, 법치주의와 의회주의를 훼손하는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정략적 프레임이 상호 충돌하고 있다. 둘째, 사법절차에 대한 신뢰의 문제다. 민주당은 권력기관(검찰)에 의한 정치적 목적 수사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으나, 국민의힘 및 여권 인사들은 사법기관의 독립성과 법률에 따른 수사임을 강조한다. 실제로 최근 비슷한 사안들—예컨대 2020년 추미애-윤석열 갈등, 박근혜-이명박 정부의 사법행정 논란 등—에서도 비슷한 대결구도가 반복적으로 등장했음을 알 수 있다. 셋째, 여론전과 프레임 싱킹의 문제다. 여권은 야당이 일종의 ‘내부자 자기합리화’ 논리를 구사한다고 비판하고, 야권은 정부권력의 반민주적 집권 시도를 부각한다. 이 모든 게 사실상 대중의 여론조성과 정치적 동원의 압력 경기장 위에서 전개되는 양상이다.
실제 오세훈 시장의 이번 메시지는 단순한 일회성 발언이 아니다. 그의 발언 직후 서울 지역 보수단체 및 대학가에서도 ‘헌정 수호’를 외친 시위가 이어졌으며, 야당 측은 즉각 성명을 내고 ‘정치적 중립’ 및 ‘시장 직무의 공정성’ 문제를 공론화했다. 이는 서울시장이라는 거대 기초자치단체장 직위가 단순 행정가를 넘어 사실상 여권의 차기 리더십 트랙에서 핵심적 메시지 창구로 떠올랐음을 방증한다. 특히 민주당은 일련의 논평에서 오 시장을 ‘정치적 중재자’가 아닌 ‘여권의 대변자’로 규정하며 그 발언의 정치적 의도를 문제삼았다. 이 과정에서 “탄핵까지도 불사할 수 있다”는 초강경론도 일부 내부에서 분출되기 시작했다.
다양한 외신과 국내 주요 언론, 그리고 최근 검찰의 정치권 수사와 관련한 학계의 논문들을 종합하면, 한국에서의 사법과 정치는 아직도 ‘구체제 유물의 잔존’과 ‘민주주의 신뢰 구축’ 사이의 긴장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사법기관의 정치적 중립화가 비교적 엄격히 제도화됐으나, 한국의 경우 정권교체기마다 상호 정치적 숙청 논란이 반복돼 왔다. 오세훈 시장의 이번 발언은 그러한 역사적 맥락 위에서 헌정질서 수호와 여야 갈등의 본질을 다시 한 번 문제제기한 것으로, 단순히 특정 정파의 정치 공세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성숙 수준을 가늠하는 시험대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안이 사회에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하나는 한국 정치의 구조적 갈등이 단순한 인물 간 대립을 넘어 헌정질서와 민주주의 가치를 중심으로 재구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서울시장이라는 상징적 자리가 더이상 지방행정에만 머물지 않고, 여야 국가정치 구도 안에서 핵심 메시지 창출의 장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남은 것은 정치권 및 시민사회가 본질적 헌정 질서, 사법의 독립, 책임 정치라는 세 축 위에서 좀더 생산적이고 투명한 논쟁을 이어가는 일이다. 타협 없는 정쟁이 아닌, 국민이 납득할 만한 제도와 신뢰 회복 없는 ‘헌정 위기론’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성숙에는 더 큰 걸림돌이 될 위험이 매우 크다.
— 김도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