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계엄 현장 도슨트, 대한민국 민주주의 현주소를 비추다
2023년 12월 3일, 대한민국 국회는 이례적인 현장 해설 행사로 전 국민의 시선을 모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직접 ‘도슨트’로 나서, 1979년 12·12 군사쿠데타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6월 민주항쟁 등 현대사의 분수령이 됐던 계엄과 민주주의 역사의 현장을 국민들에게 설명했다. 우 의장은 ‘국민이 응원봉을 들고 민주주의를 지켰다’고 강조하며, 광장의 시민,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 그리고 계엄과 군사정권에 맞섰던 한국 민주주의사의 역설적 힘을 재조명했다.
행사장에는 각계 초청인사와 현역 국회의원, 2030 청년 세대가 자리를 함께했고, 40년 전과 달라진 ‘국민 주도형 민주주의’를 직접 체험했다. 참가자들은 당시 판결문, 계엄 문서, 여야의 관련 입법 기록과 사진 등 실물 자료를 통해, 역사가 현재의 의회와 유권자의 권리 의식을 어떻게 이끌어왔는지 체감했다. 이는 단순한 추억의 되새김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정치적 갈등과 소통 위축, 언론 자유 침해 등 민주적 시스템 전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국회가 스스로 책임을 환기하고 국민을 ‘민주주의의 주체’로 강조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특히 도슨트라는 형식을 채택한 점은 눈에 띤다. 형식미를 넘어 역사 교육의 주체를 ‘권력’에서 ‘국민’으로 돌리고, 민주화 과정을 현장감 있게 풀어내려는 우 의원의 의도가 반영됐다. 정치적 다양성, 세대 간 담론, 책임정치의 실현 등 지속되는 민주담론의 이슈와 맞닿는다. 이날 행사에서 참석자는 헌법재판소 판결문, 계엄 관련 연설문, 여야 합의문이 소개되는 모습을 통해, 민주주의가 하루아침에 쟁취되지 않았다는 역사적 교훈을 확인했다. 이는 최근 공개된 계엄령 관련 문서, 전직 군부 인사들의 법적 책임 논쟁, 그리고 국회 권한과 역할에 대한 여야간 공방까지, 정치권에서 반복 제기되는 ‘권위주의 유산 청산’ 논의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정치권 반응은 상이하다. 여당은 계엄과 권위주의 시기의 반복 방지, 법치확립을 강조하나, “정치적 도구화” 우려와 함께, 실질적인 역사적 성찰과 미래지향적 통합을 위한 법·제도 개선 주문도 덧붙였다. 야당은 이번 도슨트 현장을 ‘국민 주권 구현’의 상징으로 평가하면서, 최근 자유·민주주의 수호, 정치개혁 드라이브에 새 동력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 체제 수호와 권한 남용 방지의제는 양측 모두의 중점 쟁점으로 자리잡았다.
박정희 유신, 전두환 정권 시기의 계엄령 발동과 ‘국민 저항’의 서사가 반복 재생산되는 가운데, 법제와 절차적 민주주의 강화 노력은 여전히 미완이다. 최근 공개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의 계엄 문건과, 국군기무사령부의 역할 논란 등은 ‘권위주의 복귀 가능성’에 대한 경고이자, 민주 체제 내장된 제도의 사각지대를 재확인시켰다. 2023년 기준, 계엄법 제도 하의 의회 개입권·사법통제 실질화 방안, 대통령령 개선, 국가 비상사태 시 정보공개와 투명성 제고 문제는 아직도 과제로 남아있다.
시민단체와 학계, 정치권이 제기하는 계엄제도 재평가는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에서 출발한다. 계엄의 요건·권한 범위, 국회의 견제 시스템, 국민의 알 권리 등 민주적 통제를 강화할 입법적 논의가 지속 필요하다. 2023년 12월 현재, 여야 모두 “헌정질서 수호”를 명분으로 계엄제도 개선법 논의를 약속했으나, 세부 쟁점—대통령 계엄선포권, 군 통수권·국회의 승인 절차, 시민권 제한 범위 등—을 둘러싼 이견은 여전하다.
이번 도슨트 행사를 계기로, 국회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민주주의 교육의 현장’으로서 역할을 견고히 하려면 제도 개혁과 지속적인 사회적 논의가 동반돼야 한다. 단순한 기념행사가 아니라, 국회 구성원부터 시민에 이르기까지 반복되는 권력 남용,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역사 해석, 공론장 축소를 막는 근본 처방이 필요하다.
우원식 의장의 메시지—”국민이 민주주의의 응원봉을 들어야 한다”—는 곧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옴을 재확인한 것이다. 2024년 선거와 정치 지형 변화 속에서, 우리 국회와 사회가 민주주의의 역사적 경험을 어떻게 미래적 가치로 연결할지 주목된다. — 최은정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