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정치의 좌표 상실, 안정적 국정 운영의 최대 위협
보수 정치의 위기가 단순한 지지율 등락의 문제를 넘어 국정 운영의 근간을 흔드는 구조적 위험으로 부상하고 있다. 집권 세력으로서 명확한 국가 비전과 정책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개혁 과제들의 동력 상실은 물론 행정부 전체의 안정성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 정파의 부침을 넘어, 국가 전체의 미래와 직결된 중차대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과 깊이 있는 분석이 요구된다.
최근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제기한 ‘보수 정치의 희망’에 대한 근원적 질문은 현 보수 진영이 처한 현실을 정확히 관통한다. 현재 보수 진영은 강력한 리더십의 부재 속에서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각자의 목소리만 내는 분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국민에게 책임 있는 정치 세력으로서의 신뢰를 심어주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통령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국정 과제를 힘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당이 국회에서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데, 내부 동력이 약화된 상태에서는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며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은 보수의 가치와 비전을 재정립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현 상황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는 과거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끌었던 보수의 역사적 역할과 영광이 현재의 복합적 위기 시대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보수 정치의 표류는 곧바로 정부의 정책 추진력 약화라는 현실적 문제로 이어진다. 연금, 노동, 교육 등 국가의 미래가 걸린 3대 개혁은 여소야대 국면이라는 구조적 한계에 더해, 집권 여당의 내부 분열과 무기력함으로 인해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정부가 아무리 정교한 정책 설계를 마련하고 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해도, 이를 입법적으로 뒷받침하고 대국민 설득에 나서야 할 정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모든 부담이 행정부로 고스란히 전가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 정부 부처의 차관급 인사는 “정책을 수립해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여당의 체계적인 지원사격이 미미해 거대 야당의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경우가 잦다”면서 “이는 결국 정책의 신뢰도 저하와 막대한 국정 낭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당정 간의 유기적인 협력 체계 복원이 최우선 과제라는 목소리가 정부 내부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보수 정치가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국민, 특히 미래 세대와의 괴리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낡은 이념적 논쟁과 과거에 얽매인 담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청년들이 마주한 저성장, 자산 불평등, 기후 위기 등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해법을 제시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2030 세대의 낮은 지지율은 이를 명확히 방증한다. 이는 단순히 이미지나 소통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보수 정치의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심각한 위험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래 세대의 지지 없이는 어떠한 개혁도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보수 진영 전체가 뼈를 깎는 성찰과 혁신을 통해 젊은 세대와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와 정책을 찾아야만 미래를 이야기할 자격이 있다”고 강하게 주문했다.
해법을 두고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선명한 보수 이념을 재확립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 중심의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내세운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경직된 이념보다는 실용주의적 접근을 통해 중도층과 합리적 진보까지 아우르는 ‘외연 확장론’에 무게를 싣는다. 이러한 노선 갈등은 자칫 또 다른 내부 분열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한 전문가는 “지금은 추상적인 이념 논쟁보다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일하는 보수’, ‘문제 해결사로서의 보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민생 경제 안정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는 국정의 큰 틀에서 당이 정부와 보조를 맞추며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확실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결론적으로, 보수 정치가 희망을 찾기 위한 여정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리더십을 재건하고,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새로운 비전을 수립하며, 이를 구체적인 정책 성과로 입증해낼 때 비로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정치 세력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혁신의 동력으로 삼느냐에 따라 현 정부의 성공은 물론, 대한민국 보수 정치의 명운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은 지난하고 고통스럽겠지만, 더 이상 외면하거나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임은 분명해 보인다.
— 박지호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