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인사, 데이터로 본 권력 이동과 2026년의 과제

조합원 210만 명, 자산 500조 원에 육박하는 거대 조직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가 단행한 M급(부서장) 이상 총 12명의 임원 인사는 한국 농업 경제와 지역 정치 지형에 미칠 파급력을 내포하고 있다. 2027년 차기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불과 1년여 앞둔 시점에서 이루어진 이번 인사는, 표면적으로는 정기 인사 형태를 띠고 있으나, 그 내부를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하면 조직이 직면한 복합적 위기와 차기 권력 구도를 향한 전략적 방향성을 명확히 읽어낼 수 있다.

가장 먼저 분석해야 할 객관적 지표는 신규 임명된 12명 임원의 인적 구성 데이터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54.2세로, 2022년 동일 직급 인사 당시의 평균 연령 55.8세 대비 1.6세 낮아졌다. 이는 0.5세에서 1세 사이의 점진적 하락을 보여온 과거 10년간의 추세와 비교할 때 유의미한 하락 폭이다. 조직 내 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청년 농업인과의 소통 강화 요구가 반영된 수치로 해석된다. 전원 내부 승진이라는 점은 조직 안정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이나, 출신 부서를 세분화하면 다른 그림이 나타난다. 12명 중 7명(58.3%)이 금융(은행·보험) 또는 IT 관련 부서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전통적인 핵심 부서로 여겨졌던 농업경제 및 유통 부문 출신은 3명(25%)에 그쳤다. 이는 2018년 인사 당시 금융/IT 출신 비중이 41.7%였던 것과 비교하면 16.6%p나 증가한 수치로, 조직의 무게중심이 전통적인 농업 지원에서 디지털 금융 및 플랫폼 비즈니스로 이동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출신 지역별 분포는 더욱 민감한 변수다. 이번 인사의 지역별 분포는 영남 4명(33.3%), 호남 3명(25%), 충청 2명(16.7%), 수도권 2명(16.7%), 기타 1명(8.3%)이다. 과거 5년간(2020-2024) 인사의 지역별 평균치(영남 28.5%, 호남 24.2%, 충청 21.8%)와 비교할 때, 영남권 비중이 4.8%p 증가하고 충청권이 5.1%p 감소한 점이 두드러진다.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대의원 조합장들의 간선제로 치러지며, 조합장 분포가 지역별 인구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미세한 지역별 안배 변화는 차기 선거 구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전 포석으로 분석될 수 있다.

새로운 리더십이 풀어야 할 과제는 냉정한 숫자로 산적해 있다. 통계청의 ‘2025 농림어업총조사’ 잠정 결과에 따르면, 국내 농가 인구는 208만 명으로 5년 전 대비 9.8% 감소했으며, 65세 이상 고령 농가 비율은 49.8%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농가의 소득 구조는 더욱 취약하다. 2024년 3분기 기준 농가 평균 소득 4,880만 원 중 농업소득은 1,290만 원으로 전체의 26.4%에 불과하다. 이는 10년 전인 2015년의 농업소득 비중 31.5%보다 5.1%p 하락한 수치다. 농가 평균 부채는 4,015만 원으로, 연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82.3%에 이른다. 이는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나타난 국내 전체 가구의 평균 부채 비율(75.5%)을 크게 상회하는 지표로, 농가의 재무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음을 의미한다.

외부 환경 변수는 더욱 비관적이다.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관세 철폐로 인한 수입 농산물과의 가격 경쟁 심화는 불가피하다. 농촌경제연구원(KREI)의 예측 모델에 따르면, CPTPP 가입 시 향후 15년간 농업 부문 생산액은 연평균 2.2%, 약 8,500억 원씩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기후 변화로 인한 생산 불확실성 증대는 이미 계량화된 위협이다. 지난 3년간 기상 이변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액은 연평균 1조 2천억 원으로, 이전 3년 평균(7,800억 원) 대비 53.8% 급증했다.

이러한 내외부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 이번 인사에 투영되어 있다. 특히 농협경제지주 유통 부문에 IT 전문가를, 금융지주 디지털전략부문에 핀테크 외부 수혈 경험이 있는 인사를 전진 배치한 것은 명확한 시그널이다. 현재 농협의 온라인 농산물 유통 플랫폼 ‘농협몰’의 시장 점유율은 7.4%(2024년 3분기 기준)로, 20%에 육박하는 선두 업체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의 모바일 뱅킹 앱 ‘NH올원뱅크’의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약 800만 명으로, 1,700만 명을 돌파한 카카오뱅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번 인사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망과 금융 창구의 한계를 데이터 기반 디지털 플랫폼으로 돌파하겠다는 절박함의 표현이다.

결론적으로, 2025년 말 농협 인사는 ‘안정’과 ‘혁신’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을 넘어, ‘생존’이라는 절대 과제 아래 재편된 권력 지도다. 신임 임원진은 향후 2년간 ①농가 실질소득 증가율, ②농가부채비율 70%대 진입, ③온라인 유통 시장 점유율 10% 돌파, ④디지털 금융 플랫폼 MAU 1,000만 달성, ⑤스마트팜 보급률 5%p 향상과 같은 구체적인 KPI(핵심성과지표)로 그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 이 숫자들의 변화 폭은 단순한 경영 성과를 넘어 2027년 중앙회장 선거의 향방과 대한민국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이들의 임기 동안 치러질 2026년 지방선거에서 농촌 지역의 표심이 어떻게 반응할지 역시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모든 변수가 숫자로 귀결되는 냉정한 평가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 정우석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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