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칼날, 통일교를 겨누다: ‘종교’의 탈을 쓴 권력투쟁의 서막

대통령실이 칼을 빼 들었다. 대상은 명확하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즉 통일교다. ‘정치에 개입하는 종교재단’의 해산을 검토하겠다는 발표는 사실상의 해체 선언이다. 대통령이 직접 특정 종교단체를 겨냥한 것은 헌정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정치권력과 종교권력의 정면충돌이 예고됐다. 이 싸움의 본질은 신념이 아닌 권력이다.

왜 지금인가. 모든 정치 행위에는 타이밍이 있다.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다분히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결과다. 교착 상태인 국정 운영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강력한 카드다. 통일교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은 집단이다. 반대 여론이 적어 정치적 부담이 덜하다. ‘사회악 척결’이라는 명분을 통해 정권의 선명성을 부각하고, 다른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로 만들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정부의 프레임 전략은 명료하다. ‘정교분리 원칙의 수호’다. 헌법 제20조 2항,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조항을 전면에 내세웠다. 통일교가 산하 언론사와 각종 단체를 통해 정치에 깊숙이 개입해 온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특히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살 사건을 계기로 일본 자민당과의 유착 관계가 드러나면서,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국제적 이슈로 부상했다. 정부는 이러한 국내외 사례를 집중 부각하며 해산 조치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여론전의 첫 단추는 성공적으로 꿰었다고 볼 수 있다.

반대편의 프레임은 ‘종교 탄압’과 ‘독재’다. 통일교 측은 즉각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폭거’라며 반발했다. 야권의 대응은 복잡하다. 통일교를 직접 옹호하는 것은 정치적 자살행위다. 대신, 절차적 문제를 걸고넘어질 것이다. ‘대통령이 사정기관을 동원해 마음에 들지 않는 집단을 겁박한다’는 프레임이다. 특정 종교가 아닌 ‘정권의 폭주’를 비판하며 전선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예상된다. 이는 사안의 본질을 ‘통일교 문제’에서 ‘반(反)정부 투쟁’으로 전환시키려는 고도의 정치 전략이다.

그러나 정치적 선언이 법적 실현으로 이어지는 길은 험난하다. 민법 제38조는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할 때 주무관청이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정부는 통일교의 ‘정치 개입’을 ‘공익을 해하는 행위’로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익’의 개념은 모호하다. 법원은 정치적 행위 자체를 재단 해산 사유로 인정한 전례가 거의 없다. 입증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 수년간의 지루한 법정 공방은 불가피하다. 대통령의 임기 내에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사태의 핵심은 통일교가 단순한 종교 단체가 아니라는 데 있다. 통일교는 언론(세계일보), 기업(용평리조트 등), 교육기관(선문대 등), 막대한 부동산을 거느린 거대 복합체다. 이들의 힘은 신도 수가 아닌 자금력에서 나온다. 이 자금력이 정치권의 비호 세력을 만들고, 여론에 영향을 미친다. 대통령의 진짜 목표는 통일교의 종교 활동이 아니라, 정권에 비우호적인 이 거대 정치-경제 네트워크를 와해시키는 것이다. 권력 지형의 근본적인 재편을 시도하는 것이다.

예상되는 파장은 복합적이다. 우선 다른 종교계의 반응이 주요 변수다. 보수 개신교를 중심으로 한 주류 교단들은 통일교를 이단으로 규정해왔다. 이들은 정부의 조치를 반기거나 최소한 침묵으로 동조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오늘은 통일교지만, 내일은 우리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번질 수 있다. 만약 종교계가 ‘정권의 종교 탄압’이라는 프레임 아래 단일대오를 형성한다면, 정부는 엄청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외교적 마찰도 잠재적 위험 요소다. 통일교는 미국과 일본의 보수 정치권에 수십 년간 공을 들여왔다. 워싱턴 타임스가 대표적이다. 미국 내 보수 인사들과의 인맥은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이다. 일본에서는 자민당과의 뿌리 깊은 유착이 드러나 사회 문제가 됐다. 한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이들 국가의 특정 정치세력을 자극해 외교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외교가 순풍을 타고 있지 않은 현시점에서 이는 상당한 부담이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은 거대한 도박을 시작했다. 성공한다면 정권의 반대편에 선 강력한 자금줄과 영향력의 축 하나를 무너뜨리고, 국정 장악력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법정 다툼에서 패하거나, ‘종교 탄압’ 프레임이 여론의 지지를 얻어 역풍을 맞게 되면 정권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독재자’라는 비판은 레임덕을 가속화하는 치명타가 될 것이다. 여의도와 서초동은 이제 숨을 죽이고 있다. 이것은 종교 전쟁이 아니다. 정권의 명운을 건, 한국 사회의 권력 지도를 다시 그리려는 거대한 정치 투쟁의 서막이다.

— 윤태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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