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귤·사과·쌀값, 환율발 물가충격의 역학
주요 농산물 가격이 비상이다. 통계청 자료 기준, 11월 귤 26%·사과 21%·쌀 18% 급등. 한 달 새 시장 체감물가를 한껏 끌어올렸다. 표면상으론 수확량 감소, 기후 이상, 생산비 인상 등이 원인으로 제시된다. 하지만 분명한 토대에 환율변동이 깔려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350원을 찍으며 수개월 내 최고치에 안착했다. 원화 약세와 국제 곡물가 동반 상승이 맞물리면서 결국 한국 농산물에도 연쇄 자극이 번진 결과다.
이 점에서 기본 프레임은 두 가지로 좁혀진다. 하나, 실효성 있는 농업정책의 한계. 둘, 거시경제 변수와의 접점. 현정부는 농가 소득 보전과 재해 지원, 가격안정 사업을 내세운다. 그러나 시장은 그런 미시적 정책보다 매크로 변수, 즉 환율과 국제 수급의 영향을 더 즉각적으로 반영한다. 당장 수입 비료·사료가 오르고, 제작산 자재부터 운송비까지 치명적으로 인상된다. 국제 곡물값이나 달러 강세에 따른 수입대체 수요까지 늘어나 농산물 수급불안을 배가한다. 결국 소비자 가격, 즉 마트 진열장에 직접적 충격을 주는 구조다.
예상 가능한 문제는 대체재 수입도 쉽지 않다는 점. 농업유통 구조상 수익배분의 비효율이 강고한데, 여기 환율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구조적 가격상승을 막을 방법이 없다. 정책 당국은 탁상행정 위주의 수요 억제책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교과서적 ‘시장안정 기금’ 투입만으로는 실물시장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 더욱이 연말까지는 환율이 명확히 꺾일 조짐 역시 없다. 미국 금리정책과 지정학적 리스크, 중국 경기변수까지 복합작용 중. IMF, KDI 등 주요 기관들 역시 단기적 원화 강세 반전엔 회의적이다.
치솟는 물가는 중하위 소득층, 영세자영업자에게 직격탄이다. 연동 파급효과는 도서·산간 지역부터 도시 근로자까지 광범위하다. 쌀·과일값처럼 필수품목이 흔들릴 때 소비심리는 더 타격 받는다. 이때부터 가계소비 한파의 신호탄이 터진다. 최근 한국은행·통계청 발표에서도 소매판매지수와 소비자심리지수 모두 하락세. 정부가 반복해서 내놓는 ‘공급 확대’·’비축분 출하’ 카드도 한계점 도달 중이다.
반대로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원화 가치 약세가 장기화되면 외국인 투자·자본유출 위험 역시 커진다. 현재처럼 국내 농산물 시장 변동성이 누적될 때 정치권에 미치는 압력도 만만치 않다. 여야 모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조기 선심성 지원책을 들이밀지만, 실질적 효과는 제한적이라 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단기적 효과에 불과. 장기적으론 ‘환율정책-물가안정-공급망 구조개혁’ 3박자가 맞물리지 않으면 이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최근 일본·대만 등 주변국 상황과 비교해봐도, 환율 주도 물가 충격은 개방경제 체제에선 상수에 가깝다. 다만 국내처럼 농업유통구조와 정책 환경이 복잡하게 얽힌 경우 정부 개입의 실효성에도 의문부호가 따른다. 정치권이 물가 파동을 단지 일시적 변수로만 치부할 문제는 아니다. 농민·소비자 모두 앞으로 더 큰 물가 불안의 사각지대에 설 수 있다. 전략 부재와 단기 대증요법의 반복이 아니라, 거시경제 환경을 반영한 근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 윤태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