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와 서울시의 협업, K패션 생태계 확장 견인할까
글로벌 패션 무대에서 K패션의 위상이 높아지는 가운데,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서울시가 손을 잡고 국내 패션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과 역량 강화를 위한 공동 육성에 나선다. 최근 청년일보 보도에 따르면 무신사와 서울시는 ‘서울 K-패션 브랜드 글로벌 진출 지원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예비스타 디자이너와 신진 브랜드의 육성, 글로벌 마케팅, 현지화 맞춤 컨설팅 등 다양하고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이번 협약은 단순한 산업 지원 차원을 넘어 디자이너 개개인의 창의성과 브랜드의 글로벌 역량을 종합적으로 성장시키는 토대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무신사는 이미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영향력을 확보한 국내 대표 패션 플랫폼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4년 무신사의 총 거래액은 약 2조 원 규모에 달하며, 주 이용객들은 트렌드에 민감한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로 구성된다. 이러한 무신사의 플랫폼 역량과 서울시의 정책적 지원이 결합될 경우, K패션 생태계 내 수많은 유망 브랜드들이 실질적인 ‘글로벌 관문’을 제공받을 수 있다. 타 언론 보도에서도 확인되듯, 서울시는 2025년까지 ‘패션 수도, 서울’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추진 중이다. 동대문 패션클러스터의 활성화, 서울패션위크의 국제무대 확장, 스타 디자이너 인큐베이팅 등 다양한 거버넌스 사업이 이미 병행되고 있다. 특히 이번 협약은 플랫폼 주도형 글로벌화라는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는 의미 있는 시도이기도 하다.
K패션이 차세대 한류의 한 축으로 부상하며 세계적인 관심을 끄는 배경에는 다양성·대중성·가격 경쟁력·디지털 소통력이라는 ‘한국형 패션 DNA’가 자리한다. 그러나, 업계 내부에서는 경쟁 과열, 낮은 브랜드 파워, 한정된 글로벌 네트워크라는 벽 역시 늘 지적돼 왔다. 이번 서울시-무신사 협력 모델은 디지털 세대의 소비 심리와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를 지렛대로 삼아, 브랜드의 첫 해외 진출이 아닌 ‘글로벌 연착륙’을 실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양사는 유명 해외 바이어 초청, 글로벌 패션위크 참가 지원, 현지 E-커머스 연동 등 기업별 DNA에 최적화된 마케팅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무신사가 플랫폼 내 소비 데이터와 밀착형 피드백을 활용해 신진 브랜드의 상품성과 현지 수용성을 동시에 점검할 수 있다는 점이 강력한 무기다.
최근 삼성물산 패션부문, LF 등 기존 대기업 패션 계열사들도 사내벤처-스타트업 연계, 글로벌 쇼룸 오픈 등 신진 패션 생태계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독립적 신생 브랜드가 글로벌 바이어 및 B2C·B2B 시장에서 인지도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무신사-서울시 모델은 공공의 신뢰와 민간 플랫폼의 실전 노하우가 결합된 최초의 ‘로컬 to 글로벌’ 지원 인프라라는 점에서 업계 웨이브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YG플러스, 네이버 등 테크 기업 역시 자체 PB 패션 브랜드, 소셜 마케팅 협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패션 산업 가치사슬의 방향성을 재정의하는 데 뛰어들고 있다. 결국 모든 시도는 가장 트렌디하고 예민한 ‘소비 심리’의 흐름을 포착하는 데서 출발한다. 글로벌 Z세대의 옷장 풍경, 개성과 스토리가 살아있는 브랜드 철학, 단일 상품의 마이크로 마케팅이 모두 맞물릴 때, K패션은 ‘원 히트 원더’를 넘어선 시스템으로 자리잡는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가성비’와 ‘스피드’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브랜드 고유성, 제품 완성도는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지속된다. 지나친 파격 할인, 단기 캠페인 남발, 동질화된 디자인은 결국 브랜드 수명을 단축할 뿐이라는 비판이다. 그럼에도 디지털 네이티브 소비자의 감수성, 개인화된 데이터 기반 마케팅, 기민한 시장 반응 속도가 결합된 K패션 플랫폼의 진화 행보는 확실한 팩트다. 이제 더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 ‘진짜 한국만의 색채’와 문화적 해석을 입히는 일, 그리고 예비 디자이너와 창업 브랜드가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생태계 투자와 정책 실험을 병행하는 것이다.
현대 패션 소비자는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 가치관, SNS에서의 사적인 정체성까지 ‘소비’라는 경험 안에 적극적으로 투영한다. 서울시와 무신사의 파트너십은 바로 이러한 변화와 기대에 부합하는 현실적 제안을 담고 있다. K패션은 여전히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 중이다. 그 파동의 중심에서 서울과 무신사, 수많은 관계자와 창작자들이 만들어가는 미래가 어디까지 확장될지, 감각적으로 지켜볼 일이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