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 인간 사고력 퇴행의 길: 기술 구조와 사회적 변화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사고력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는 현재 과학계와 산업계, 교육 및 윤리 분야 모두에서 뜨거운 쟁점이다. 최근 경기일보가 분석한 핵심 화두는 ‘AI가 인간을 더욱 똑똑하게 만들 수 있는가, 아니면 사고의 주도권을 위임시키며 사고력의 퇴화를 초래할 위험이 존재하는가’였다. 기사에서 인용한 전문가 인터뷰와 최신 연구 사례들, 그리고 관련 해외 사례들을 통합해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AI의 본질적 원리는 머신러닝 알고리즘 기반 인지능력 확장이다. 사람은 정보 처리 한계와 선택 편향에 취약하지만, AI는 다차원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불가능한 범위의 패턴 인식까지 수행하며 인간의 한계를 극복해준다. 과거 수작업으로 처리하던 정보·문서 분류, 문제 해결 상황에서 AI는 초고속 검색, 대안 제시, 실질적인 의사 결정을 지원한다. 이로 인해 고도화된 ‘인지 보조’ 효과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 하버드대와 MIT의 공동 연구(2024)에서는 오픈AI의 GPT-4 등 대형언어모델이 의료진 진단 정확도와 속도를 30% 이상 개선시켰다고 보고됐다. 법조, 금융, 과학 분야에서도 AI 코파일럿 도입 후 고난도 자료분석과 창의적 문제해결 측면에서 성과가 잇달아 확인되고 있다.
한편, 비관적 시각에서는 사고의 주도권이 인간에서 AI로 이양됨으로써, 반복적 사고 과정이 생략되고 궁극적으로 뇌의 인지회로가 덜 활성화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경기일보 기사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2023)는 AI 의존도가 높은 집단에서 복잡한 추론 문제 해결능력이 낮아졌고, 정보 검증 및 비판적 사고 단계가 대폭 감소한다는 경향성을 발표했다. 이 같은 결과는 단일 정보 출처에 의존하는 ‘확증 편향’ 리스크를 AI 시대에 더 부추길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최근 교육계에서 ‘AI 리터러시’, 즉 알고리즘의 구조와 편향, 한계를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의 필요성으로 이어진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학생 10명 중 7명이 ‘AI의 해설을 맹신하게 된다’는 응답을 보였으며, 디지털 미디어에 의존한 학습 방식에서 ‘깊이 있는 사고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국내외 산업 현장에서는 AI와 인간 사고력의 ‘상보적 작동’을 실험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예컨대,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은 AI 기반 협업 도구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직접 문제 정의 및 풀이 과정을 설계, 피드백받는 ‘인지적 인터페이스’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일본 후지쯔 연구소와 도요타의 AI 설계팀은 ‘AI 제안과 인간 임의 결정이 번갈아 이루어지는 하이브리드 분석 플랫폼’을 통해 정보 주권과 창의력 고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 중국 바이트댄스는 내부 직원들에게 일정 시간 AI 의존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인간 중심 창의성 주간’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정보의 효율적 습득과 비판적 사고력 발전 간 균형점을 모색하는 노력이 확산 중이다.
산업계와 학계, 정책 현장에서는 이런 흐름을 받아 인간·AI 협업의 생산성 효과를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역효과 관리 방안을 실증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미국, 유럽, 한국 등에서 시도 중인 ‘AI 영향평가제’와 ‘AI 윤리교육 의무화’는 기술의 진보와 인간 고유의 사고·창의력 보호를 병립시키는 현실적 해법이 될 수 있다. 특히 AI를 통한 사고 체험, 교육모듈 설계, 대화형 문제풀이 서비스 등이 단순 정보 전달을 넘어, 스스로 비판하고 여러 관점에서 판단할 수 있게 설계된다면 AI 시대에도 인간의 두뇌는 더욱 똑똑해질 가능성이 열려 있다. 그 반대의 경우, 무비판적 정보 소비가 일상화된다면 사고력의 퇴화도 피할 수 없는 미래가 될 것이다.
결국, AI가 인간을 ‘더 똑똑하게 만들어줄 것인가, 아니면 퇴보시키는가’라는 명제는 AI의 기술적 설계 원리, 사용자 경험, 생태계와 정책의 조합이라는 다층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인간의 창의적 사고를 촉진하는 ‘설계된 AI’의 활성화와, 이에 따른 윤리·비판적 사고 교육이 병행될 때, 기술의 진보와 인간 두뇌의 동반 진화란 해답이 가능해진다. 디지털 시대, AI 활용과 인간 중심 사고의 균형이야말로 생산성과 창의력 시대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 이도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