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마을설화 북콘서트, 공동체 기억의 재구성과 지역문화의 확장

인천시가 주최한 ‘마을설화 그림책 출간 기념 북콘서트’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번 행사는 인천시가 지역 마을에 전해지는 다양한 구전설화와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집대성하고, 그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북콘서트에는 지역주민, 학부모, 어린이, 지역작가 등 약 200여 명이 참석해 설화, 그림, 음악, 체험이 어우러진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공유하며 인문적 교류의 장을 열었다. 행사 현장에선 출간된 그림책의 일부 주요 장면을 실연으로 재구성했고, 마을 어르신이 어린 시절 접했던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코너와, 참여 작가들과 관객이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소규모 토크 콘서트가 이어졌다. 이 밖에도 지역 청소년 음악동아리의 공연, 참여형 워크숍 등 마을공동체가 중심이 된 다양한 콘텐츠가 행사에 깊이를 더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마을설화의 수집과 기록, 그리고 재해석”에 있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와 인천지역 연구진, 청년작가, 일러스트레이터, 교육 현장의 교사 등이 협업해, 구전설화가 지닌 소리와 감각, 시대 배경을 충실히 재현하면서도, 현대 아동 및 청소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표현을 접목했다. 마을설화는 보통 노년 세대의 기억 속에서 점차 약화되는 경향이 있지만, 이러한 그림책 출간 및 문화행사로 보존 및 확산 경로를 새롭게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지방분권, 마을공동체 살리기, 지역 내 세대 간 화합 등 최근 지방행정의 여러 핵심 키워드들이 이 프로그램에 내재된 셈이다.

구체적으로는 인천 서구의 ‘청라 마을설화’, 강화도의 ‘연미정 전설’, 남동구 진강동의 ‘수리산 여우 이야기’ 등 각 지역의 대표적 설화 8편을 엄선해 그림책으로 엮음으로써 지역별 설화의 정체성을 가시화했다. 이는 단순한 출판기획을 넘어, 각 설화에 얽힌 공동체의 생활환경, 인물, 가치관을 반영함으로써 마을의 집합적 기억을 시각적으로 구성하는 시도였다. 결과적으로 그림책은 어린이 교육자료, 시민문화 컨텐츠, 마을 축제의 기반자료 등 여러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지자체의 사례를 비교해볼 때, 비슷한 북콘서트 및 설화 그림책 활용사업은 전국적으로 점차 확장되는 추세다. 경상도의 ‘고장 설화그림책 프로젝트’, 충청권의 ‘어린이와 만나는 우리 마을이야기’, 강원의 ‘마을 아카이빙과 그림책 만들기’ 등 다양한 시도가 보이지만, 인천시의 프로그램은 타 지자체보다 주민참여율, 아동청소년 교육 적용도, 그림책의 예술적 완성도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설화의 수집·기획 단계에서부터 마을 어르신, 학생, 예술가가 동등한 주체로 참여한다는 점이 공동체문화 진흥과 자존감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일방적 전달이나 타율적 기록이 아닌, ‘사람 중심 이야기’가 행사의 기조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주목할 점은 이번 북콘서트가 단순한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문화생태계’ 구축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림책 출간 이후 교육청, 도서관,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한 ‘마을설화수업’, 학교 동아리와 연계한 ‘내가 만드는 우리이야기’ 연속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온라인 북트레일러와 팟캐스트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가 함께 확산되고 있다. 이는 지역의 유산을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재해석하여, 기억과 이야기가 계승, 변주, 확장되는 현재진행형 가치를 획득하고 있음을 뜻한다.

더불어 이번 사례는 지역문화 통합, 세대 간 의사소통 회복, ‘자기 마을의 이야기’를 가진 공동체라는 자부심 확립 등에도 적잖은 함의를 남겼다. 고령화, 고립, 무연사회로 대표되는 오늘날 지역 사회에서, 마을의 옛 이야기를 돌아보고, 이를 통해 가족과 이웃, 나아가 지역적 동질성을 재발견하고자 한 노력이 조용히 의미있는 반향을 자아내고 있다. 아울러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아동 및 청소년들이, 실생활과 이어진 이야기 속에서 상상력과 자긍심을 발견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는 단지 설화 재현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를 통한 치유와 연결, 그리고 새로운 문화 창출의 계기를 마련하는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 바람직한 과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지속적이고 자발적인 주민참여와 차세대 아카이브 구축, 둘째, 우수 설화 콘텐츠의 확산과 교육교재화, 셋째, 설화와 예술, 그리고 마을현실을 잇는 창의융합 컨텐츠의 개발 등이 그것이다. 단순한 출간사업이나 문화공연의 차원을 넘어서, 이야기 중심의 문화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누구의 마을에도 이야기는 있고, 각자의 기억과 상상력이 모여 공동체를 이룬다. 인천의 이번 시도는 그런 가능성을 조용히 지지하고 있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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