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의료 공백, 채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지난해 겨울, 강원도 평창군의 작은 의원에서 일어난 한 사건은 이 시대의 의료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김춘자(가명, 67)씨는 감기 증상이 심해져 근처 의원을 찾으려 했지만, 이미 몇 달 전 폐원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결국, 38km를 달려 도시에 있는 종합병원까지 가는 수밖에 없었다. 보건 당국은 지역의 이런 의료 공백을 ‘수입 보장’이라는 매우 기능적이고 냉정한 언어로 포장한다. 지역 사회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 결국 의사 한 명 한 명의 ‘생활 보장’과 맞바꿔진다는 점은 현실이지만, 가슴 한켠이 시려오는 대목이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는 의료 취약지에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공중보건의, 전담공공의사, 필수의료체계 강화 정책이 여러 차례 제안됐으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 모두가 의료 진료 수입의 안정성, 즉 경제적 보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정치권 일각의 주장처럼, 지역 의사 유치를 위해서는 ‘돈’이 확실히 쥐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해답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의사를 ‘수입’으로 움직이게 하려는 정책은 우리 사회가 지역 건강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사람을 중심에 두는 시선에서 다시 생각하게 한다. 실제로 강원, 전남, 경북 등 소도시나 읍면, 도서 지역 주민들은 ‘의사가 없어 서러운 순간’을 숨기지 않는다. 지난달 취재에서 만난 김익수(54, 경남 하동)씨는 집 근처의 유일한 내과가 임시 휴관에 들어가자, 지방 버스를 세 번이나 갈아타며 가까운 군청 소재지의 의원을 찾았다며 그 고단함을 토로했다. “단순히 수입을 맞춰주면, 정말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을까요?”라는 김씨의 질문이 귓가에 맴돈다.
수입 보장을 통해 의사를 불러들이겠다는 전략은 이미 여러 차례 시행된 바 있다. 공중보건의 할당제, 시범사업 형태로 현장에 들어간 ‘지역 책임의사제’, 최소 진료 보장 수당 지급 등이다. 그러나 이런 제도들은 단기적인 절충에는 성공해도, 장기적으로는 의사 본인의 만족도, 지역 주민의 신뢰, 지역 의료 인프라의 질 향상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지역을 임시 거쳐가는 관문쯤으로 본다.” 실제로 각종 사례 연구에서 의료인의 정착률은 3년을 넘기지 못하는 비율이 높게 드러났다. 의료는 곧 사람의 신뢰 위에 세워지는 것인 만큼, 장기적인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장이 직접 ‘의사 영입’에 나서 아파트 제공, 파격적 지원금, 차량 제공, 자녀 학자금 지원 등을 내걸기도 한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일률적 보장만으로는 부족하다. 막상 가족의 취학 환경, 배우자의 직업 등 복합적인 삶의 요소들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음만 커질 뿐이다. 취재 중 만난 강릉의 30대 소아과 의사는 “월급이 아니라, 아이 키울 주변 환경이 걱정”이라며, 수입뿐 아니라 삶의 터전으로서의 조건을 더 고민하길 바란다고 했다.
의사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노인, 아이, 장애인, 맞벌이 부모들의 목소리는 매번 제도 논의에서 지워지기 쉽다. 의원이 폐업하고 난 뒤, 읍내에 사는 주민들은 건강검진 한 번 받으려면 전날부터 이동 버스 예약을 해야 하고, 진료비 이상의 교통비를 감수해야 했다. 이미 의료 접근의 ‘기본권’이 흔들리고 있지만, 논의는 “어떻게 의사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까”에 한정돼 버린다. 사람의 삶이, 그 속의 이야기들이 충분히 존중되지 않는 점이 뼈아프다.
전국보건의료노조, 의료 취약지 주민, 보건복지부 관계자들 모두 한목소리로 “경제적 논리는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역 사회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장치, 이를테면 주거·교육·복지·교통이 모두 아우러지는, ‘복합적인 지원 체계’가 절실하다. 한 의사의 헌신으로만 버티는 구조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다양한 의료팀, 디지털 건강 서비스, 지역주민 참여형 모델 등 유연한 시도를 살펴야 할 때다.
세상 모든 의료 사각지대에는 각자의 사연이 있다. 어느 곳에는 노인이 골골이 넘는 산을 타고 약국을 찾고, 또 다른 곳에는 작은 도시 외곽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있다. 그들 곁에 의료인이 오래 머물 수 있도록 돕는 일, 단지 수입 보장만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인 온기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할 때다.
김민재 ([email protected])


진짜 답답하다🤔 돈만 주면 다 되나…
의료 인프라 부족의 해결책이 단순 수입 보장이라는 점이 씁쓸합니다. 보다 종합적 정책 필요합니다.
인센티브만 가지고 진짜 사람이 정착할 수 있을지 의심. 결국 지역 주민 삶까지 전부 고려하는 대책 나와야 바뀌지 않겠나요.
ㅋㅋ돈보장만 하면 반쪽짜리 정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