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결속하는 의식” 伊요리, 세계무형유산 지정된 배경

하얀 도자기 찻잔에 담긴 에스프레소 한 잔, 오렌지빛이 곱게 드리운 아페리티보 한순간, 그 곁을 둘러싼 사람들이 소곤소곤 나누는 목소리. 이탈리아 어느 마을의 해 질 무렵 풍경 속에는 음식이 있다. 이탈리아 요리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사실이 전해오며, 단순한 식사를 넘어서는 이탈리아 식탁의 의미가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유네스코가 이탈리아 요리를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인정한 결정 뒤에는, 오랜 세월 지역마다 빛을 달리하며 계승돼온 이탈리아 음식이 가진 매혹적인 힘, 그리고 끈끈한 공동체 정신이 있다. 단면의 구조는 질긴 파스타 면과 향긋한 바질, 노르스름한 치즈와 그 위에 올린 신선한 토마토로 이뤄진 라자냐처럼 긴 시간 쌓아올린 서로 다른 층위의 문화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이탈리아 가정의 주방에선 도마 위로 후드득 떨어지는 밀가루 소리, 할머니의 손가락 마디마디가 기억하는 파스타 반죽의 감촉, 서로 기울인 이야기 속에 음식이 놓여 가족의 온기를 보듬는다.

한끼 한끼를 마치 소박한 의식처럼, 일상에 스며들도록 수백 년째 이어온 이탈리아의 식문화. 이번 유네스코 등재에서 평가된 것은 바로 이 음식이 특별한 장소나 날을 넘어 평범한 일상을 아름답게 하는 이탈리아 사람들만의 태도이다. 골목 어귀 와인 바의 호롱불, 서너 명이 둘러앉아 돌려먹는 피자 조각, 소박하지만 진한 토속 치즈 한 조각에 떠돌이 강아지도 한자리 차지하는 마을 축제. 이 모든 음식과 순간은 지역 공동체를 연결하는 실이다. 할머니가 손수 빚은 뇨키 한입을 손주가 머금으며 웃음 짓는 저녁, 그 작은 접시 하나에도 삶의 비밀이 절여진다.

현대의 분주한 도시 속에서 식사가 때로는 빠른 영양 공급의 시간으로만 흘러가 버리는 지금, 이탈리아 음식은 느림과 나눔,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의 돌봄과 유대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주중 어느 날에도 마을 광장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큰 냄비에 담긴 토마토소스 냄새에 이끌려 서로 모인다. ‘파스타 알 덴테’의 오묘함은 단순히 면발의 식감이라는 미식의 기준을 넘어, 서로 배려하며 삶의 타이밍을 조율하는 지혜를 닮았다. 손끝으로 느끼는 밀가루의 온도, 식탁 위로 퍼지는 열기, 이 모든 것이 가족과 친구, 도시와 시골, 젊은이와 노인 모두를 이어주는 거대한 긴 식탁의 단면이다.

유럽을 넘어 세계 각지에서 사랑받는 이탈리아 음식이지만, 이번 무형문화유산 등재는 단순히 ‘맛있는 나라’에 대한 찬사에 그치지 않는다. 전통과 현대, 세대를 가로지르는 이탈리아의 식탁 문화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음식을 나누며 서로의 삶을 격려하는 따뜻한 무언의 대화임을 보여준다. 최근 프랑스 요리, 일본 와쇼쿠 등이 잇따라 세계무형유산에 올랐던 흐름 속에서 이탈리아 음식이 남기는 이정표는 무엇일까. 바로, 음식이 곧 살아있는 사회적 관계의 원천이라는 사실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현지 식문화 연구자들은 이탈리아 음식 속에 담긴 연대의 역사를 주목한다. 지역마다 전승되는 축제 음식, 공동체 행사에서 나누는 단순한 빵 한 덩이, 포도주 한 잔에 짙게 배인 이국적인 사연. 이 모든 풍경이 이번 유네스코 결정에 귀속된 핵심이다. 잊힘의 위기에 놓인 농촌 친환경 재배와 천연 발효 빵의 손맛, 도시의 작은 테이블에서 이어지는 소박한 식전주 문화까지, 이탈리아는 빠르지 않고 따뜻한 삶의 리듬 속에서 자신들만의 맛을 지켜왔다.

식탁이라는 공간은 기억의 장소다. 이탈리아의 가족들은 음식의 재료와 만드는 과정을 대화로 전한다. 빵이 구워지는 아침 집안에 퍼지는 고소한 바람부터, 저녁이면 넉넉하게 차려지는 파스타와 토마토스튜 속에 묻어나는 하루의 피로, 넓은 대지와 바다에서 온 신선한 재료들까지. 식탁에 둘러앉은 그 순간, 오래된 듯 새로운 이야기는 더 깊은 유대로 이어진다. 각자의 인생이 접시 위에, 와인잔 속에, 웃음소리로 녹아든다.

이번 이탈리아 요리의 세계무형유산 등재는, 음식을 삶의 문턱에서 느리고 촘촘하게 이어지는 공동의 서사로 되새기게 한다. 우리가 하루를 살아내는 힘, 그 곁을 지켜주는 작은 손길, 그리고 음식이 전하는 끈끈한 연대의 언어. 라비올리를 닮은 둥근 미소처럼, 이탈리아 식탁 위의 감동이 각국의 가정으로 번져가기를 꿈꿔 본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공동체 결속하는 의식” 伊요리, 세계무형유산 지정된 배경”에 대한 3개의 생각

  • 와… 나도 우리동네 피자집에서 오늘부터 공동체 정신 잔뜩 느껴볼까여? 🤣🤣 역시 음식은 국경도 초월하네 ㅋㅋ 근데 결국 본질은 우리집 김장 아닌가요🤔 파스타대신 김치로 결속🤔 #공동체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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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동체 이딴거 안중요함…맛있으면 그만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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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네스코 선정 기준 궁금하네욬ㅋ 이탈리아 음식만 이런 대우 받는 거 아님? 송편, 갈비찜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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