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숙도문화회관의 무대, 음악도시 부산을 다시 깨운다
해질녘 을숙도문화회관 앞, 도심과 낙동강이 만나는 지점에 붉은 빛이 드리운다. 차가 벽을 타고 울리는 엔진 소리에, 희미한 음악 소리가 스며든다. 공연장 앞에서는 뮤지컬 의상 한 벌을 든 무대 스태프가 급하게 걸음을 재촉한다. 그 뒤를 따라 분장실로 반투명 박스를 옮기는 이들의 손끝에도 긴장이 묻어난다. 을숙도문화회관이 올 봄 뮤지컬, 오페라, 콘서트 무대를 순차로 선보인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음악으로 채워질 이 공간엔 기대와 설렘이 번지고 있다.
2026년 4월 중순 부산 남구의 이 복합공연장은 ‘문화 허브’로 거듭나기 위한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했다. 지난 몇 년간 팬데믹, 지역 경제 침체 등으로 한산하던 회관의 로비에는 오랜만에 긴 줄이 생겼다. 4월 예정된 뮤지컬 갈라부터 지역 오케스트라의 협연, 화려하게 무대를 수놓을 해외 오페라단 초청 공연까지, 선명하게 포스터가 줄지어 붙었다. 카메라 렌즈 너머로 보이는 이 풍경은 침체기와 대비되는 느릿한 재시동의 장면이다. 공연장 출입구에는 마스크를 쓴 가족 단위 관객, 휴대폰 카메라로 현장을 담는 20대 청년들, 노트북을 펼친 공연 리뷰어들까지 도시의 온갖 얼굴이 모였다.
을숙도문화회관은 부산 시민들에게 오래도록 애증이 얽힌 공간이다. 한때 부산 국제영화제와 EXPO 유치 릴레이 공연, 지방 예술단체 등 다양한 행사의 무대로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2020년대 초 코로나19로 인한 공연 중단, 운영 예산 삭감, 신인 예술가 지원 미비 등으로 중심축에서 잠시 멀어져 있었다. 올해 재개장 소식은 지역 예술계에 촉수를 더했다. 타 지역 문화공간과 경쟁을 의식한 기획, 새로워진 음향·조명 설비 등은 회관이 단순 공연 공간을 넘어 음악 커뮤니티 허브로서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음악인들 사이에선 이미 ‘을숙도의 기지개’라는 말이 돌고 있다. 현장의 연출/음향/조명팀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 회관 음향시설이 올해 3월 대대적으로 교체됐다. 최근 확장된 360도 멀티플렉스 음향시스템이 들어서면서, 관객수 1000명 이상 대형 홀의 음압, 잔향 설계를 개선했다는 평가다. 공연장 뒷편 VIP 라운지에는 현장 인터뷰와 현장 녹음 세션이 분주히 이어졌다. 특히 첫 메인 무대로 선택된 뮤지컬 ‘페인터스 오브 더 나잇’은 4월 중순 평일 공연에도 일부 예매가 마감됐다. 객석에서 마주한 관객의 시선은 새로운 사운드, 휘몰아치는 무대 변환, 연기자들의 땀방울에 집중되어 있었다.
취재진이 확인한 바로 부산시 및 남구청은 이번 을숙도문화회관 공연 시리즈에 지역 예술대학, 소규모 인디밴드, 복합장르 공연까지 폭넓은 프로그램을 접목시키고자 강하게 추진 중이다. 2026년 연간 프로그램에서도 기존 대형 기획사/예술단체 중심 운영·기획 방식에서 벗어나 청년 예술가 또는 신진 연출진이 참여할 수 있는 신규 라이브 세션이 포함됐다. 또 시민 체험형 음악 워크숍, 무대 뒷이야기를 전하는 백스테이지 투어처럼 관객 참여도가 높은 내용이 눈에 띈다. 실제 공연장 로비는 리허설을 훔쳐보는 관람객의 긴장, 무대감독의 무전기 무전 소리, 조명책임자의 신속한 이동으로 오전부터 속도감 있게 움직였다.
공연계 전문가들은 올 을숙도문화회관을 단순한 ‘공연장 재개’로 보지 않는다. 지난해 서울, 대구 등 대형 복합공연장이 오프라인 음악 수요 회복에 성공한 흐름을 잇고, 특히 부산 고유의 문화 현장성과 서부산권 대중의 취향을 결합하는 ‘로컬 뮤직 씬’ 구축의 발판으로 평가한다. 서울·수도권에 쏠리던 뮤지컬, 오페라 공연 대형화 흐름이 지역 중심으로 분산되는 가속화 전략이란 점에서도, 이번 시도는 밑그림 이상의 장면을 남긴다. 경남권 인근 지역 유입, 부산시 부흥 프로젝트와의 연계 가능성도 여러 관계자 입을 통해 나왔다.
하지만 지역 공연계 현실엔 과제도 남아 있다. 2026년 예산안과 운영 인력 충원 등 실질 지원책 부족, 무대 접근성·교통 약자 배려, 대학 예술학과와의 연계 인프라 부족 등은 해소 과제로 꼽힌다. 미디어 환경 변화 속에서 영상 콘텐츠와 협업을 원활히 하는 마케팅 전략, 객석 점유율 상승을 위해 젊은 층 관객 맞춤형 서비스 개발도 요구되고 있다. 현장 카메라가 잡은 관객 대부분은 30~50대 이상 중장년층 혹은 공연 마니아층에 크게 쏠린 상황. 앞으로의 성장 동력은 라이브-디지털을 아우르는 복합형 무대 경험, 시민 체감형 음악 서비스로 확장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공연장 밖에선 회관을 찾는 이들의 움직임도 다채롭다. 낙동강 변을 끼고 밤거리 버스킹 팀, 음악 페스티벌 사전예매 줄이 이어진다. 부스를 차린 청년 아티스트, 다채로운 소리와 조명이 합쳐진 밤 풍경은 을숙도가 ‘음악도시 부산’의 상징적 현장 중 하나임을 다시 한번 입증한다. 휴일, 혹은 평일 늦은 시간에도 관객이 자연스레 모여드는 이러한 회복과 몰입의 장면들은 앞으로 이 공간이 가야 할 방향성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혁신과 변화, 그리고 지역성과 시민 참여의 결합이 만들어낼 새로운 무대와 소리. 을숙도문화회관의 2026년은 이제 무대 위, 객석 너머 각자의 시야에서 시작된다.
— 백하린 ([email protected])

지역 문화가 이렇게 되살아난다니 다행이네요. 부산에도 음악바람 기대합니다.
지역 활성화 좋다 👍 근데 티켓비 오르는건 좀 🤔
공연장 재개장 얘긴 들었는데🤔 진짜 실망스러운 건 지역 신예들 무대 너무 부족함. 어디까지 가나 보자고요.
을숙도문화회관에서 다양한 콘서트와 오페라가 열린다니 기대됩니다. 가족 단위로 방문하기에도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 지역 인프라 확장에 많은 시민이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이정도면 부산이 공연 땡기려는 의지가 느껴짐! 다음엔 연예인 콘서트도 자주 열렸으면~ 지방민 쏴리질러~~
뭔가 동네축제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프로공연도 늘어서 보기좋네요! 부산이 확실히 변화중👍👍
듣자하니 실질 지원은 매번 말뿐임. 결국 큰 변화 있으려면 예산부터 확실히 잡아야지. 또 몇달 후 흐지부지 될 수도.
부산에도 드디어 다양한 장르는 물론 멀티플렉스 음향 시스템까지 재도입되는군요. 현장음향이 얼마만큼 개선됐을지 실감해보고 싶습니다! 부산시와 더불어 연계기관의 실질적 협업, 관객 소통 강화까지 이어진다면 문화도시 도약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