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식습관, 규칙적 운동…우울의 짙은 그림자를 옅게 하다

이른 봄, 서울 동작구에 사는 박진영(37) 씨는 지난해 큰 변화를 경험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재택근무가 길어지며 몸도, 마음도 무겁게 가라앉았다. 어쩌다 외출하면 온통 우울감에 휩싸였고, 마음 붙잡아줄 무언가가 간절했다. 고민 끝에 시작한 것은 동네 산책과 식생활 개선이었다. 파워워킹, 작은 달리기, 햇살 아래 천천히 걷는 것부터 매일 고르던 가공식품을 대신해 제철 채소와 과일로 식탁을 차렸다. 서서히, 그리고 분명하게 박 씨의 표정엔 웃음이 돌아왔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박 씨 같은 사례는 결코 특별하지 않다.

국내외에서 잇따르는 ‘건강한 식습관·규칙적 운동이 우울증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계와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규칙적인 운동이 뇌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해 심리적 안정에 도움을 주며, 채소·과일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식단은 뇌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력을 높인다. 구체적으로, 매일 30분가량의 중간 강도 신체활동과 5대 영양소가 고루 포함된 식습관이 우울증 발생 위험을 약 30%나 낮춘다는 통계도 눈에 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는 전 국민 우울증 진료환자가 5년 새 30% 넘게 늘었다고 밝힌다. 누구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때 ‘마음의 감기’라 일컫던 우울증이란 병이 이제는 삶 전체, 사회 곳곳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며 일상의 리듬을 흔들고 있다. 유연한 노동환경, 빠듯한 생활 속 스트레스가 누적될수록 스스로를 지키는 첫걸음이 절실해진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역시 입을 모은다. 복잡한 심리 상담이나 약물치료에 앞서, 우울감이 찾아올 때 가장 쉽고 효과적으로 자신을 돌보는 방법은 ‘움직이고, 잘 먹는 것’이라고. 그 자체로 변화의 시작이다.

행복해진다는 건 단지 큰 꿈을 이루는 게 아니라, 어쩌면 이런 소소한 실천인지도 모른다. 경기도 수원의 직장인 이은주(44) 씨는 바쁜 업무 틈틈이 일상 속에 가벼운 스트레칭과 제철 과일 챙기기를 더했다. 처음엔 별 변화 없었지만, 꾸준히 하다보니 입맛도, 수면의 질도 달라졌다고 한다. 무엇보다 “예전에는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는데 요즘은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며 변화된 일상을 이야기했다. 이처럼 반복적인 하루의 작은 움직임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변화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여러 의료 데이터가 뒷받침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다른 연구들도 있다.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의 조사에서는, 일주일에 3회 이상 유산소 운동을 실천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우울감 점수가 37%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중해식 식단 등 다양한 식생활 개선 프로그램이 성인 우울증 관리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유럽 임상저널 발표도 있었다. 국내에서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마음챙김 걷기’, ‘1일 1건강식’처럼 스스로 일상을 바꿔가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고민한다. “가장 쉬운 실천이 오히려 제일 어렵다”는 현실, 그리고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처럼 삶의 고단함을 개인이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분위기가 견고하다. 이번 기사와 여러 조사들은 우리 사회가 개인의 우울을 ‘나약함’이나 ‘의지 부족’이 아닌 사회적·생활환경의 문제로 인식하도록 촉구한다. 모두가 완벽하게 실천하길 기대하기보다는, 각자에게 맞는 작고 쉬운 변화를 찾아 지속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최근엔 청소년부터 중장년, 시니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우울감 호소가 늘고 있는데, 이는 단순한 개인의 의지로 극복할 수 없는 복합적 고민임을 보여준다.

국가 차원에서도 운동 환경 개선, 올바른 식습관 교육, 개인 맞춤형 상담 등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가정과 학교, 직장 공간에서도 자신의 감정상태와 일상을 되짚어보고 서로를 격려하는 관심이 필요하다. ‘잘 먹고, 잘 움직이는 것’은 비극적 상황에 빠진 누군가를 위한 거창한 해결책이 아니라, 지친 우리 모두가 곁에 두고 실천할 수 있는 힘이다. 너른 눈으로 내 옆 사람을 돌아보고, 자기 자신을 챙기는 이 평범한 실천이 이 사회를 안전망처럼 단단하게 만들어주길 바란다.

40대 직장인 김정아 씨는 인터뷰 말미에 말했다. “가끔은 한 끼 잘 챙겨먹고, 동네를 걷는 것만으로도 오늘을 버틸 힘이 생겨요. 같이 하니까 덜 두렵고, 우리가 조금씩 더 나아지는 것 같아요.” 모두에게 꼭 필요했던 말이 아닐까. 어쩌면 마음의 건강은 대단한 결심이 아니라, 내일도 힘내보자는 소박한 다짐에서 시작되는 것일지 모른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건강한 식습관, 규칙적 운동…우울의 짙은 그림자를 옅게 하다”에 대한 2개의 생각

  • fox_necessitatibus

    ㅋㅋ맞는 말이지 뭐 근데 쉽냐고 ㅋㅋ

    댓글달기
  • 진짜 요즘 우울감 느끼는 사람들이 많죠… 운동이 답이라지만 시작이 어렵네요.

    댓글달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