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산업의 그늘, 팔리지 않은 옷의 소각과 환경파괴의 구조

9일 공개된 패션산업의 재고 의류 대량 소각 문제는 단순한 제조업계의 손실 처리 차원을 넘어 환경오염이라는 심각한 사회 전반의 리스크로 확장되고 있다. 다수의 글로벌 의류 브랜드와 국내 대형 패션기업들이 팔리지 않은 신상품 수십만 벌을 태워 없애는 관행을 이어오고 있고, 이 과정에서 플라스틱섬유·유기화학염료 등 유해물질이 대기로 직접 배출되고 있다는 실태가 확인됐다. 본지 탐사팀은 환경 단체 및 업계 내 익명 제보자들과의 심층 취재를 통해, 유통기한이 지난 의류가 ‘원가 절감 및 브랜드 가치 유지를 명분’ 삼아 매년 대규모로 불에 태워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따른 탄소배출량은 공식적으로 수치화하기 어렵지만, 국내 한 경제연구소가 추산한 바 연간 최소 수십만 톤에 이르고, 이는 일반 중소형 도시의 연간 탄소배출량과도 맞먹는 수준임이 드러났다.

문제의 핵심은 재고 의류 소각이라는 결과가 단순한 상품 경쟁과 소비행동의 문제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다층적으로 얽힌 패션산업의 공급망 구조, 소비 촉진 중심의 설계, 그리고 규제 사각지대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대형 의류 브랜드는 “재고는 곧 브랜드 이미지 하락”이라는 인식 하에 시즌이 지난 옷의 할인·기증 또는 재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지 않는다. 오히려 재고 유출이 막대한 할인판매로 이어져 브랜드 가치가 하락할 것을 우려해, 재고품을 일정 시점 이후 고의로 태우는 선택을 한다. 이러한 방식은 실제 현장 인터뷰에서도 다수의 업계 관계자에 의해 확인됐으며, 글로벌 명품 브랜드 역시 고객에게 ‘희소성과 자부심’을 내세우는 상업구조 하에서 재고품 폐기 비율이 10%를 상회한다는 통계가 공공연히 유통되고 있다.

일부 언론과 환경단체들은 재고 의류의 재활용 혹은 기증을 차단하는 현상을 ‘그린워싱(Greenwashing)’의 일환으로 비판하고 있다. 재생섬유 도입, 친환경 패키징 등 기업들이 내세우는 친환경 캠페인의 이면에서 실제로는 상품 순환 고리를 끊어버리는 비합리적인 결정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패션 브랜드의 재고 정책을 규제할 현실적 제도도 미비하다. 국내 자원순환기본법 등에 의해 의류 폐기에 따른 일정한 신고 및 관리가 요구되고 있으나, 팔리지 않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신제품성 폐기’는 여전히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실제 현장 조사 결과 일부 공장들은 자체적으로 소각로를 운영하거나 외주 전문 소각업체에 위탁해, 매년 수십~수백톤 단위의 의류를 소각 처리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은 대기환경 측정망 통계에도 반영되지 않아 실태 파악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잦다.

해외 사례를 보면 2023년 유럽연합(EU)은 대형 패션브랜드의 unsold stock(미판매 상품) 소각을 금지하는 법적 조치를 처음 가동했고, 일부 선진국은 의류기증 활성화 및 업사이클링 산업 육성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선례에 비춰볼 때 국내의 제도적 접근은 현저히 뒤처진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등 정부 부처는 2025년까지 관련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로드맵 만이 공표됐을 뿐 의무 규정이나 처벌 조항 등 실효 입법은 전무하다. 한편, 대형 유통사들은 값싼 해외 생산을 확대하면서 시즌성 상품 대량 기획 → 매출 저조 시 대량 폐기 → 다시 신제품 기획의 악순환을 구조적으로 반복하고 있고, 이로 인한 환경 부담 역시 사회적 비용으로 전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가 트렌드·과잉생산’ 구조가 지속된다면, 단속과 규제만으로는 실질적 대책이 어렵다고 경고했다.

재고 의류 소각의 파장은 단순 환경문제를 넘어 사회적 신뢰, 자원순환 체계,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근본적 물음으로 이어진다. 시민단체들은 패션산업 전반에 투명한 소각추적관리 도입과, 재고 기증·리싸이클링 인센티브 등 구조적 유인책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의류 폐기는 의식주 기본재의 사치화, 그리고 생산부터 유통까지 최종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불합리한 구조와 맞물려 있다.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 업계의 자정, 시민사회의 감시체계 삼박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패션산업의 ‘소각 관행’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폐기’라는 최종단계에 도달한 옷들에는 생산자의 탐욕, 소비사회의 무분별함, 정책 당국의 무능이 동시에 묻어 있다. 남겨진 옷 하나하나가 대기가스와 독성 물질로 바뀌는 순간, 패션산업은 더 이상 단순한 트렌드 창조자가 아닌 ‘환경오염 주범’이라는 불명예를 피하기 어렵다. 사회 전체의 변환을 촉진하려면 소비자, 기업, 정부가 각자의 역할을 직시하고, 패션산업의 전주기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인식 전환이 시급히 요구된다.

유상민 ([email protected])

패션산업의 그늘, 팔리지 않은 옷의 소각과 환경파괴의 구조”에 대한 2개의 생각

  • hawk_laboriosam

    이런 뉴스를 보면 정말 이 시대 소비와 생산 구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당장 옷 한 벌 태우는 게 얼마나 대기오염에 큰 영향을 끼치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사회에 몇이나 될까요? 산업구조 자체를 이렇게 방치하는데, 정부나 당국은 해결 의지가 있는 건지도 의문스럽네요. 소비자가 좀 더 각성하고, 기업도 이익만 따라갈 게 아니라 환경 영향에 진심으로 책임을 느꼈으면 합니다. 지속가능한 미래가 단순히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네요. 현실에서는 패스트패션, 고가명품 모두 비슷한 회피 전략을 쓰니 참… 답답할 뿐입니다. 기업들도 이젠 변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비자도 행동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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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도 태우고 내년에도 또 태우겠지ㅋ… 세상 변함없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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