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내 조사 받을 수도”…신생아 의사들, 의료분쟁조정법 ‘우려’

서울 종로구의 한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두려움에 떠는 의사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지난해 근무 중 있었던 한 의료사고로 인해 벌써 8개월째 의료분쟁조정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제도권의 보호 안에서 환자를 돌본다는 자긍심 하나로 버텼던 하지만, 법이 바뀌고 신고 한 번에 조사가 길어질 수 있다는 현실 앞에서 많이 지쳤다고 말한다.

지난 2026년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은 현장의 작은 진동 하나가 사회 전체 일상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신생아와 산모를 돌보는 의료진들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단 한 번의 민원이나 사고에도 쉽게 심각한 조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이 법의 취지는 피해 환자 가족들에게 빠르고 합리적인 구제 절차를 제공하는 데 있다. 누구라도 오랜 시간 고통 받는 의료사고 피해자가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제도 앞에 선 의사들의 삶에도 다시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현장에서 이어지는 혼란과 우려는 생생하다. 서울 시내 대형 병원 신생아 주치의 이은영씨는 최근 들어 동료들 사이에서 체념에 가까운 대화가 늘어났다고 전했다. “한 번 신고되면 최소 수개월 동안 증빙 자료에 해명 서류, 반복되는 소명요구 때문에 본업에 집중하기 어렵다”며, “아기가 숨져도 ‘이 정도 치료는 충분하다’ 설득하는 과정보다 ‘만에 하나 내 진료가 법정에 서지 않을까’ 불안이 더 크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감정선은 단순한 직장 내 스트레스가 아니다. 전국 신생아 의사 1000여 명이 참여하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아이를 살리는 현장이 아니라 나 자신부터 지켜야 하는 전장”이라는 표현이 공감을 얻는다. 특히 고위험 신생아 진료에 집중하고 있는 지방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의료진 자체가 부족해 한 번 조사가 시작되면 전담 인력이 사실상 멈춘다. 이미 몇몇 병원에서는 극단적으로 분만 예약을 줄이거나 아예 신생아 중환자 진료를 축소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된 이후 ‘1년 내내 조사 스트레스’를 겪다 떠나는 동료도 많아졌다.

주목할 점은 이 문제가 환자와 의료진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출산율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 지역 산부인과와 신생아실 문 닫음은 곧 가족과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만일을 대비한 엄격한 책임 적용’이 되려 필수의료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한국과 유사하게 의료분쟁 조정 절차를 강화한 일본에서도 산부인과, 신생아실 폐쇄가 지역별로 급증했고, 이는 곧 취약 계층 아동·가족의 건강 불평등 심화로 연결됐다. 환자 안전과 신뢰 회복이라는 선의 뒤편에, 새로운 의료공백이 생겨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큰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의료분쟁조정법이 태어난 역사적 맥락이다. 한 아이가 치료실에서 뜻밖의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가정이 부주의한 의료행위로 평생 고통받을 때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감을 나누고 조정해야 한다는 요구에서 출발했다. 최근 수년간 환자들의 피해소송이 반복되고, 해당 의료진과 가족 모두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렸던 ‘아산병원 분만 사망 사건’, ‘분당 신생아 감염 집단사고’ 등의 사례는 이 논의가 단순히 의사를 ‘희생양’ 삼으려는 게 아니라 공공의 신뢰 회복에 있다고 일깨운다.

이 현장은 지금 여전히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신속하고 공정한 조정과, 의료진에 대한 낙인 없는 보호는 어떻게 양립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결국 해법은 조금 더 세밀한 보호 장치와 사회적 소통에 달려있다고 입을 모은다. 회의적 시선 속에서도 “환자와 의사가 언제든 대화할 경로, 사후 대응이 무겁지 않은 절차, 지역 진료현장까지 지원하는 전담기구” 마련이 조심스럽게 제안된다.

당사자인 신생아·산모 가족 또한 이 문제의 중심에 있다. 엄마 김지혜씨는 “우리 아이를 지키기 위해 분쟁조정이 필요하다 생각한다면서도, ‘의사가 최대한 진심으로 진료에 몰입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의사들의 말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마주한 가족, 의료진 모두 결국 아이를 위한 마음만은 다르지 않다.

의료분쟁조정법이 가져온 변화 앞에서, 어느 한쪽의 고통이나 불안이 무시되지 않길 바란다. 국가는 제도를 세워놓고 책임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 행정과 현장, 환자와 의료인이 한 자리에 모여 더 촘촘한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화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책임을 묻는 일, 그리고 온전히 지키는 일이 서로 등돌리지 않도록, 오늘 하루 ‘현장의 목소리’에 한 번 더 귀 기울여야 할 때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1년 내내 조사 받을 수도”…신생아 의사들, 의료분쟁조정법 ‘우려’”에 대한 3개의 생각

  • 분쟁조정, 보호 다 중요한데 세상에서 제일 희한한 건 문제 생기면 늘 책임은 아래로 간다는 거ㅋㅋ 정책 하나 만들고 맨날 희생양만 생기지… 정부랑 국회는 언론플레이만 하다 손털 듯. 오늘도 현실과 동떨어진 법안 만들기 챔피언십 1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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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걱정되네요!! 의료진 충분히 보호받으면서 환자도 안심할 수 있는 방법 없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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