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도 아닌데 런웨이에”…서울패션위크 직접 체험해봤습니다 [출동!인턴]

서울이 다시 패션의 도시답게 뜨겁다. 2026년 가을, 서울패션위크가 화려한 막을 올렸다. 사람들의 기대와 호기심이 어깨너머로 스며들고, 이번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직접 참여·체험이란 키워드가 도드라졌다. 모델만의 무대라고만 여겨졌던 런웨이에 비(非)모델, 일반 참가자도 등장하는 이색 이벤트가 한가운데를 지킨 것. 거대한 스타디움보다 제주도 돌담길 같은 느낌을 주는 패션쇼 현장, 지금 이 도시가 경험하는 ‘DIY 런웨이’는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패션의 진화다.
이제 패션위크는 ‘볼거리’에서 ‘경험’의 시대로 진입했다. 살짝 과장하면 “심지어 패션에 관심 없어도 스포티파이 노래 듣듯이 런웨이에 오른다”는 식. 현장엔 유명디자이너 브랜드부터 2030 감성의 신인 브랜드 부스, 직접 의상을 입어보고 사진 찍으며 놀다 갈 수 있는 ‘체험존’까지 모두 함께 어우러졌다. 대여소에서 고른 오버사이즈 재킷을 걸치고, 누군가는 마리끌레르처럼 도도하게, 또 누군가는 스트릿 감성에 충실하게 자신만의 워킹을 선보인다. 데이터상 참가자 절반 이상이 Z세대. 다소 긴장된 공기 속에도 셀피, 친구와의 셀카샷이 절묘하게 섞인다. 물론 아직 “모델이 아닌데 무대에 서는 게 부담스럽다”는 소심한 참가자도 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모두에게 “괜찮아, 너도 할 수 있어!”라고 속삭이는 듯.
이번 시즌 눈에 띄는 건 브랜드와 관람객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졌다는 점. 예를 들어, 서울 출신 신진 디자이너 A 브랜드는 부스 안을 아예 미니 포토 스튜디오로 변신시켰다. 컬러풀한 트렌치코트, 홀로그램 소재의 점프수트, 스팽글을 덧댄 백팩 같은 시즌 키 아이템을 직접 입어볼 수 있게 하며, 포토그래퍼가 바로 현장서 인생 샷까지 남겨준다. 덕분에 실질적으로 ‘패션쇼 주인공’ 체험이 가능해졌다. 과거 VIP 초대권 없으면 구경도 못하던 패션위크는 어느새 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참여’의 축제로 진화 중이다. 그리고 이런 경험형 콘텐츠가 브랜드에게도 분명 긍정적인 효과를 안긴다. 실제로 인스타그램, 틱톡 등 주요 SNS에는 #DIY런웨이, #서울패션위크 도전기 해시태그가 폭발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체험 후기는 작은 바이럴에서 시작해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직결되고 있다.
서울패션위크의 변화는 글로벌 패션위크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런던·밀란·파리 등 주요 도시 패션위크도 최근 ‘소수 엘리트’의 장에서 벗어나 대중 누구나 즐기는 오픈 파티, 팝업스토어, 굿즈 마켓 등 다채로운 경험형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단지 런웨이만 보여주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패션을 만지는’ 감각을 대중에게 제공하는 것.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패션위크 자체가 궁극적으론 미래 고객을 위한 브랜드 투자”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일반인이 경험한 즐거움, SNS 공유, 실사용 후기 등은 그 자체로 광고 이상의 파급력이 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모두에게 열린 무대라고 해서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현장에선 안전사고 우려, 런웨이 동선 혼잡, 참가자 간 불편한 마찰(?) 등이 빈번히 발생했다. 실제로 일부 부스에선 사전예약 티켓이 없어 헛걸음치거나, 지나친 인파에 포기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목격됐다. 기존 프로모델 중심의 공식 쇼에선 보안과 운영이 더 엄격하나, 플렉스형(무료참여) 체험존에선 미숙한 진행도 화제가 됐다. 이에 패션위크 운영진은 “참여 기회를 넓힌 만큼 사전 준비와 현장 매니지먼트를 더 강화할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수긍했다. 변화의 와중엔 시행착오도 있고, 이것이 때로는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도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읽힌다.
패션은 본질적으로 ‘자기 표현’의 문화다. 남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매력과 스토리를 무대 위에서 펼치는 건 언제나 트렌디하다. 이번 서울패션위크의 ‘누구나 런웨이’ 실험 역시 각자가 주인공이자 스타일리스트가 되는 경험을 남겼다. “이 분위기라면 내년엔 더 흥미진진한 도전, 더 대담한 퍼포먼스가 쏟아지는 게 아닐까?” 잠깐 상상해본다. 패션쇼 관람이 더 이상 ‘한 번 찍고 끝’이 아니라 반복적이고 즉흥적으로 즐기는 ‘놀이’가 됐으니, 이제는 ‘나만의 데일리 런웨이’ 감각이 뉴 노멀로 굳어질지도 모른다.
이 변화에 발맞춘 브랜드들은 더 세련되고 창의적인 ‘직접참여’ 아이디어 조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직접 체험→SNS 공유→자발적 홍보→다음 시즌 기대라는 선순환 고리가 갖춰지는 시점, 서울패션위크의 한 장면은 곧 글로벌 패션 마케팅의 단면이 될 전망이다. 다분히 실용적이면서 유쾌한, 그리고 무엇보다 집단적 경험이 공감의 언어가 된 시대다. 패션은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두의 바이브’로 확장되고 있다. 모델이 아니어도 괜찮다, 지금 이 순간 모두가 진짜 주인공!
— 오라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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