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문학의 파도에 신인의 목소리를 실어

제주의 바람은 계절이 바뀌어도 늘 시원하지만, 오늘따라 그 속엔 조금 다른 결이 담겨 있다. 제주의 문인협회가 올가을, 새로운 문학의 싹을 틔울 ‘신인문학상’ 공모를 공식 선언했다. 사람들은 무심코 넘길 평범한 소식이지만, 사실 이 조용한 발표는 한 해를 뒤흔들 소박한 파문이다.

제주, 천혜의 풍광과 다채로운 문학적 유산을 품고서도 늘 바다처럼 자신만의 목소리를 기다려온 섬. “누군가의 첫 시”를 읽으며 창밖의 억새꽃이 섬세하게 흔들리듯, 제주문인협회의 이번 공모는 새로운 작가, 미지의 이야기를 기다린다. 문학이라는 무대에 오를 이들이 준비해 온 단어와 문장, 그리고 꿈의 결이 이곳에서 빛나기 시작한다.

신문학상은 매번, 이전 세대의 문학이 놓친 결들을 보듬는 역할을 자임해온 제도의 상징이다. 이번 제주도문인협회가 공고한 신인문학상 부문은 시와 소설, 그리고 산문 부문까지 아우른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누구든, 혹은 제주의 향기를 그리워하는 타지의 이방인조차도 이 대열에 참여할 수 있다. 단, 기존 등단 작가는 제외된다. 즉, 신인의 눈과 감성, 세상을 새로 꿰뚫는 서투름을 소중히 여기겠다는 의미다. 이건 단순히 신인 작가를 위한 기회 제공을 넘어, 제주라는 공간이 얼마나 열린 美의 공간인지도 보여준다. 문학의 정체가 끝없이 질문이어야 함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섬의 어스름, 골목마다 번지는 해풍처럼, 제주문인협회 신인문학상은 매년 지역 신인 작가들을 발견해 한국문학계에 조용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를 더해왔다. 그 중에는 이미 전국구, 아니 세계 문학 현장에서 제주의 바람을 증폭시키는 이들도 있다. 올해는 코로나 이후 잠시 멈췄던 삶의 호흡에 새 숨을 불어넣 듯 신인의 힘이 더 기대된다.

눈길을 끄는 또 한 가지는 ‘온라인 접수’의 폭넓음이다. 전국 어디서든 접수 가능한 이번 공모는 먼 섬의 신인문학이 아닌, ‘모두의 제주’를 만들어간다. 전통 잉크 냄새와 현대적 타이핑 소리, 두 문명의 리듬이 제주라는 조건 아래 교차한다. 그만큼 스펙트럼 넓은 작품들이 쏟아질 개연성이 빛난다. 심사에는 제주 출신뿐 아니라 타지의 내로라하는 시인·작가들, 그리고 젊은 평론가들이 합류한다. 제주가 배출한 문학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외부 시각까지 담아 공정한 결과를 이끌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신인문학상 공모는 늘 기대와 불안, 긴장과 해방이 교차하는 자리다. 도전하는 이들에겐 새로운 인생의 경로, 읽는 이들에겐 낯선 감동. 문인은 흔히 외딴 섬 사이를 건너는 외로움에서 탄생했지만, 제주의 신인문학상은 오히려 섬과 섬을 잇는 다리의 역할이다. 어디선가 모를 미래의 작가가 제주만의 공기와 재치, 남다른 고통과 기쁨을 단어로 그려나간다면, 또 어떤 이야기가 우리를 찾을까.

비슷한 시기, 타 지방의 문인협회도 신인문학상 공고에 들어갔다. 부산, 전주, 강릉. 그러나 제주처럼 공간의 상징성과 문학적 낭만이 뚜렷한 곳은 많지 않다. ‘섬’이라는 시간과 공간의 감각이 열어두는 무한의 여백이, 기성 문단에 균열을 내기도 한다. 이곳에선 문단 기득권에 대한 반성이나 ‘섬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에 충실한 창작물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 신인문학상 역시, 서로 견주며 비교하는 것보단 “어떤 색깔의 노래가 제주에서 불릴까”를 궁금해하는 마음이 크다.

신인문학상이 유의미한 변화의 신호가 되려면, 단순히 당선자 몇 명의 이름을 알리는 것을 넘어 그들의 이후 행보까지 함께 지켜봐야 한다. 그동안의 사례를 보면, 등단 이후 사라지는 이도 있고 느리게 천천히 자신의 세계를 만드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각자 자신의 파동을 남기고, 제주라는 작은 항구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조금씩 다른 바다로 흘러간 건 분명하다.

계절마다 제주를 덮는 안개처럼, 이번 신인문학상 공모의 결과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누군가의 첫 문장은 오늘도 제주 어딘가에서 쓰이고 있다는 사실. 낡은 등대 불빛 아래, 좁은 골목길에 놓인 스탠드 불빛 아래, 누군가는 조심스레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나간다. 흐린 저녁의 바다 소리와, 그 위로 스며든 작은 포효들. 이 모든 것을 모아, 제주문인협회는 한 줌 시와 단상, 어쩌면 한 조각의 희망을 기다린다.

제주에서 출발하는 이 잔잔한 문학적 물결이 세상에 닿아 어떤 이야기를 펼칠지, 우리 모두가 한 번쯤 밤하늘에 소원을 빌 듯 기대해봄직하다. 당신의 첫 문장이 바로 제주만의 신화가 될 지 모르는 시간. 바람은 또 조용히 이야기를 휘감는다.

— 정다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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