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혁신 스타트업 생태계’ 투자유치 공식화 — 금융자본의 신성장 전진거점 구체화

KB금융지주가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하며,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을 본격화하는 노선에 시동을 걸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KB금융은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AI), 핀테크, 바이오 등 첨단업종 스타트업들과의 협력 및 직·간접 투자 확대를 목적으로 ‘투자유치연계 IR’을 열었다. 동행사에는 유망 스타트업 수십곳과 다수 국내외 벤처캐피털(VC), 자회사 임직원 등이 대거 참여했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쇼케이스가 아니라, 실질적 투자 유치 및 성장지원 프로그램과 직결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 사이에서도 미래 준비와 혁신 지원을 내세운 신사업 전개가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 발굴-육성-직접 출자-자회사 사업화라는 연결고리 구축은, 기존 금융업의 경직된 수익모델을 타파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KB금융의 행보는 작게는 그룹 내 ‘스타트업 개방형 혁신 전략’이고, 크게는 금융권력 지형 변화의 단면이다. 신한·하나·우리도 각기 유사한 ‘오픈이노베이션’ 기조를 실행 중이나, KB는 상대적으로 대형 투자유치 연계, 사후 관리, 계열 연계 강화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현장 기조연설에서 드러난 KB경영진의 인식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혁신기술 기반 스타트업=미래 금융업의 핵심 밸류체인’이라는 관점. 둘째, 투자-자문-시장확장 등 단계별 연계 지원체계 마련. 셋째, “단순 소극적 벤처투자를 넘어 계열사 신성장동력 내재화”라는 공격적 전략노선이다. 이 구도는 2020년대 중반 이후 금융업계 경쟁 패러다임이 ‘자산규모/대출 우위’에서 ‘신성장·기술플랫폼’ 중심으로 이동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금융지주사들은 핀테크·AI·디지털헬스케어 등 신사업 분야 100여개 이상 스타트업에 1조원 이상의 자본을 투입했다. 그러나 문제는 ‘홍보용 혹은 파편화된 협력’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최대 투자자인 국민연금(기금), 정책자금, 대형 VC 등과의 실질적 파트너십부재, 실적 의존 프로젝트 투자의 한계가 적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KB금융의 설명회는 두 가지 전략 신호를 준다. 첫째, 계열사(은행, 증권, 카드 등)와 스타트업을 직접 연결하는 협업 구축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 둘째, 직간접 투자 및 기업화 단계 지원 뿐 아니라, 실제 인수후 통합(PMI), 계열 사업화까지 기술금융 자본이 주도적으로 관여하는 프레임을 내세운 것이다. 여기에는 기존 금융지주가 제도권의 테두리 안에서 ‘혁신기업 지원’이라는 명분만 활용해 오던 관행에서 벗어나, 한발 앞서 사업모델의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듯한 전략성이 읽힌다. 그 배경에는 금융감독·규제 환경의 완화, 정부 지원펀드와의 연계, 글로벌 자본시장 트렌드 등이 맞물리고 있다.

한편 시장에서는 이 같은 행보에 일정 부분 경계와 기대가 교차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은 긍정적이지만, 금융지주사의 투자구조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보수적으로 흘러가는 경우 현장 혁신성과와 괴리가 벌어진다”는 비판도 상존한다. 스타트업들은 실제로 대기업-금융권 중심의 투자집행이 ‘선별적’ ‘보수적 심사’를 거치며, 혁신성보다 ‘회수 가능성’이 중시되는 구조적 한계를 토로해 왔다. 또, 실질 협력보다는 상징적 ‘협약식’, ‘포토세션’ 등 홍보성 이벤트의 반복 역시 업계가 꼽는 문제 중 하나다. 이에 대해 KB경영진은 “사업화 연계 비중을 대폭 높이고, 대면·비대면 멘토링, 성장자금배분 등 실질적 인프라를 단계별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KB이노베이션허브 등 내 스타트업 전담조직을 통해 ‘설명회-투자-사후관리-사업화승계’ 전주기 프로세스를 명확히 운영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행사의 실질적 효과를 가늠하기 위해선, 향후 수개월 내 실제 투자건수·사업 확장사례 뿐 아니라, 각 계열사 주도 ‘오픈 이노베이션’의 현실성, 스타트업 측 체감도 등 일련의 후속 데이터 검증이 필수다. 특히 사회 전반의 기술혁신/디지털화 가속에 따라 기존 금융기관의 ‘플랫폼 비즈니스’ 전환이 피할 수 없는 과제인 만큼, 이 과정에서 드러날 ‘자본-혁신기업 간 갈등’, ‘기존 금융권 프레임 강화’, 더 나아가 ‘정치권의 규제완화/금융정책 방향’ 역시 중대한 변수로 남는다. KB금융의 움직임은 결국, 금융자본 주도의 신성장 판도가 국내 경제/산업 생태계 전체 구조조정과 어떻게 연동되는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가 될 전망이다.

— 윤태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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