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리뷰] 호쾌한 클로, 빗나간 서사···완성도 아쉬운 〈마블울버린〉
〈마블울버린〉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사전 정보 공개 당시부터 전세계 슈퍼히어로 팬과 게이머의 이목이 쏠렸던 이 게임은, 강렬한 액션 연출과 캐릭터 몰입감에 집중해 출시 전부터 기대치를 높여왔다. 실제 플레이 결과, 울버린 특유의 공격적이면서도 속도감 있는 전투 및 클로 액션은 확실히 현 세대 아케이드-액션 게임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의 타격감을 선사한다. 캐릭터 모델링, 클로 장전 시마다 느껴지는 진득한 모션, 환경을 뒤흔드는 이펙트 등, 시각적 쾌감은 넘쳤다.
하지만 이 게임이 가진 명확한 장점과 아쉬움은 분명히 교차한다. 우선 연출의 완성도는 꽤 높은 편이다. 입체적인 카메라 무빙과 다채로운 적 AI 패턴, 짧은 쿨타임에 강하게 몰아치는 콤보 시스템은 마치 e스포츠 현장의 한 타이밍처럼 긴장감을 유지한다. 문제는, 이 모든 게임 플레이의 기반이 되는 ‘서사’가 다소 허술하다는 점이다. 마블 기반 캐릭터 게임 가운데 특히 울버린은 복합적이고 깊은 스토리텔링이 강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마블울버린〉의 스토리는 흥분보다 아쉬움을 남긴다.
플레이어는 레벨마다 진행되는 주요 미션 중 상당 부분이 단순한 ‘전진과 적 제거’ 구도에 머문다. 적의 등장 방식과 배치, 전투 동선은 전형적인 액션 게임 패턴의 반복이라 신선함이 막강하지 않다. 울버린의 고뇌, 자아, 동료와의 갈등 등 원작에서 강조된 서사가 간결하게나마 삽입되지만, 대사와 컷신은 클리셰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다른 슈퍼히어로 게임들과 비교해볼 때, 플롯 전개와 몰입도 면에서 여러모로 분산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제 좀 더 메타와 시장 패턴으로 확대해 보자. 2020년대 중반 이후 마블 IP 게임의 트렌드는 두드러진 ‘액션 시네마틱’과 ‘서사적 몰입’의 결합이었다. 인섬니악의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 바로 그 계보와 비교하면 〈마블울버린〉은 액션에 역점을 뒀다는 점에서 틀림없이 독자적인 감각을 보여준다. 하지만 액션의 짜릿함만으로 수십 시간 분량을 견인하기엔 최근 게이머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졌다. e스포츠화된 플레이에서 중요한 ‘패턴 유니크성’—즉, 플레이 타입 변화, 미션 설계의 변주, 캐릭터 내러티브와 전투의 유기적 결합—이 부족했던 게 결정적인 한계다.
한편, 울버린의 클래스별 커스터마이즈, 신규 스킬 트리 해금 구도, 그리고 장비 성장곡선 등 RPG적 요소는 단순화된 구성을 택했다. 덕분에 라이트 유저 접근성이 높아졌으나, 깊이 감상하는 유저에겐 다소 밋밋하다. 보스전 연출, 일시적 오픈월드 구간 등 신선한 시도는 긍정적인 포인트지만, 미션마다 “다음 전투 전까지 전방으로 돌진”하는 흐름이 반복돼 반복 플레이에서 피로감이 빨리 온다.
경쟁작과의 비교도 빠질 수 없다. 최근 2~3년간 마블 IP 게임이 일으킨 메타 변동—특히 서바이벌 및 파티 액션 요소 강화, PvP/PvE 블렌딩 시스템 도입 등이 화두였다. 〈마블울버린〉도 온라인 협동 및 PvE 콘텐츠 강화 가능성을 예고했으나, 론칭 버전은 싱글 플레잉에 치중했다. 오히려 이 점이 클래식 액션 팬에겐 매력으로, 라이브 서비스 유저에겐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즉, 지금 시점의 〈마블울버린〉은 작품성과 ‘한방 액션 유전자’ 모두 노리려다, 둘 사이 어느 쪽에도 100% 집중하지 못한 결과물을 내놓은 셈이다.
비주얼 사운드 면에선 인상적 발전이 있다. 주요 배경은 감각적 네온톤과 마블 특유의 과장된 색감이 잘 살아났으며, 전투 중 사운드믹스, 클로 사운드 이펙트는 실제 e스포츠 대회에서 들리는 임팩트 사운드를 지향한다. 점수로 환산한다면, 액션의 몰입도는 90점, 스토리와 완급 설계는 68점 수준. 잠재적으로 DLC에서 내러티브 확장과 온라인 플레이 강화 가능성을 남겼다는 점에서 마블 게임의 다음 진화도 기대할 수 있을 듯하다.
올해 하반기 기대작들과 비교해 〈마블울버린〉이 남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액션 하나로도 주목받을 수 있지만, 스토리의 튼튼한 기반 없이는 확실한 메타를 만들 수 없다.” 그것이 이 게임이 e스포츠화나 장기 인기작을 노리기에 부족했던 결정적 이유다. 그래도 원작 팬과 짜릿한 손맛을 찾는 게이머라면 한 번은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앞으로 DLC, 시즌 패스, 혹은 온라인 전환에서 어떤 방향으로 업그레이드될지, 여전히 이 타이틀을 주목할 이유는 충분하다.
— 정세진 ([email protected])

